실라 로보섬: 새날을 꿈꾼 사람들
[책] 아름다운 외출 - 페미니즘, 그 상상과 실천의 역사

등록일 : 2018/02/06 22:03  문수현 기자   
 
아름다운 외출 - 페미니즘, 그 상상과 실천의 역사
- 실라 로보섬 지음, 최재인 옮김, 삼천리, 2012

“이 책은 돌로레스 헤이든(Dolores Hayden)의 『위대한 가정 혁명: 미국 가정, 이웃, 도시에 대한 페미니스트 디자인의 역사』(1981)에서 크게 영감을 받았다. 노동조합과 지역 정치에서 여성의 활동을 연구하고 있던 나는, 일상을 재구성한 여성들에 대한 헤이든의 매혹적인 설명에 깊이 공감해 들어갔다.”

실라 로보섬(Sheila Rowbotham)은 자신의 저서 『아름다운 외출 – 페미니즘, 그 상상과 실천의 역사』를 쓰게 된 계기를 위와 같이 설명했다. 여기서 ‘일상을 재구성했다’는 표현이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덧붙인다.

“이 책은 1960년대 말 여성운동의 등장 이후 급속하게 성장한 여성의 역사와 젠더의 역사에 기대고 있다... 역사에서 여성을 분리시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나가기보다, 여성이 아예 빠져있거나 여성을 부속물로 보는 편향된 사고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Dreamers of a New Day: Women Who Invented the Twentieth Century’(Verso, 2010)다. 우리말로는 ‘새날을 꿈꾼 사람들: 20세기를 창조한 여성들’이다.

 
▲미국의 Verso Books에서 2010년에 초판이 출간된 'Dreamers of a New Day: Women Who Invented the 20th Century'의 표지

실라 로보섬은 영국의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역사학자로서, 이 책에서 20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활약한 여성들의 역사를 사회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충실하게 요약했다.

본문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했고, 각각의 장 제목은 ‘1-침묵의 일상을 깨우다, 2-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3-섹스, 4-출산, 5-어머니, 6-집안일, 7-소비자의 힘, 8-일하는 여성, 9-노동과 정치, 10-일상과 민주주의’다(영어 원서의 제목과 약간 다르다).

10개 장으로 구성된 내용이 상당히 잘 조직돼 있어 독자는 20세기 전환기 선구자들의 문제의식과 그것의 역사적 의미를 정리할 수 있다(역자 최재인). 인물과 사건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흥미롭게 구성한 것도 저자가 독자를 배려한 점이다.

예를 들어 이 책 4장 ‘출산’에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민감한 쟁점이 되고 있는 낙태 문제에 대한 여성들의 운동사가 담겨있는데, 맬서스주의와 우생학 같은 이념들이 당대에 스며든 상황과 함께 마거릿 생어를 포함한 저명한 여성들이 그에 맞서 펼친 활동의 성과와 한계들 또한 놓치지 않는다.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좀 더 실천적인 독자라면 이 책에 담긴 내용을 그저 옛이야기로 여기지 않고 오늘의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교훈으로 삼고자 할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주석과 참고문헌, 찾아보기 등이 매우 충실하게 실려 있다는 점이다. 저자인 로보섬은 이 책을 쓰면서 역사적 지식을 통해 독자를 교육함으로써 일상을 재구성하는 실천가로 만들려는 전략을 가졌던 건 아니었을까 싶다.

역자 최재인(당시 아주대 여성센터 전임연구원)씨의 번역도 훌륭하다. 다만, 번역서를 내는 김에 저자 쉴라 로보썸의 당시까지의 저작 목록을 수고를 들여 만들어 넣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실라 로보섬은 이 책 말고도 Edward Carpenter: A Life of Liberty and Love(Verso, 2009); Resist Globalisation: Mobilising for Livelihood and Rights(공저, Zed Books, 2002); Promise of a Dream: Remembering the Sixties(Penguin Books, 2000); A Century of Women: The History of Women in Britain and the United States in the Twentieth Century(Penguin Books, 1997); Women, resistance, and revolution: A history of women and revolution in the modern world(Pantheon Books, 1972) 등 많은 책을 썼다.

이 가운데 ‘A Century of Women’에는 부록으로 20세기 영·미에서 활동한 여성 443명의 간략한 전기가 66쪽에 걸쳐 수록돼 있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은 적다. 이 책 『아름다운 외출』 외에 1982년 이효재 교수가 번역한 『영국 여성 운동사』가 있다. 이보다 앞서 역시 이효재 교수가 엮은 『여성해방의 이론과 현실』(창작과비평사, 1979)에 ‘Women, resistance, and revolution’(1972)의 제2장 ‘Utopian Proposals’가 완역되어 있다.

또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현재성』(권현정 지음, 공감, 2002)에 흥미로운 논문 두 편이 소개돼 있다.

하나는 「마르크스 박사에게 보내는 편지」로, 가상 편지의 형식을 취한 글이며 『공산주의자 선언』 출판 150주년을 맞아 여성해방에 대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맹목을 비판했고, 다른 하나는 마르크스의 딸들이 주고받은 편지들을 통해 마르크스 가족(그리고 엥겔스 가계)의 가려진 사생활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하지만 이 글들의 목적은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서는 여성의 해방이 필수적이라는
플로라 트리스탕 같은 동시대 여성 사회주의자들의 관점을 소개하고, 마르크스 가족의 비극이 여성해방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의 맹목과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님을 증언하려는 것이다(권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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