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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떤 어른인가?

[아픈아이로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⑧] 김하나 / 꿈사랑학교 학부모


편집부 기자 (2016년 10월 13일 15시32분29초)


(사진=김하나)

도현이가 화상수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5년차이다. 작년까지는 서울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꿀맛무지개학교 학생이었고 지금은 꿈사랑학교 학생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학교 이름이 바뀐다는 정도 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와 작년 사이에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도현이와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체험학습 및 수련회이다. 보통 아이들은 학교를 통해 수시로 경험하는 체험학습이나 소풍을, 도현이는 지난 4년 동안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그런데 꿈사랑학교 학생이 되니 봄·가을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있다. 그리고 매년 1박2일 일정의 가족수련회가 있다.

이천임실치즈 학교로 봄 체험을 간다는 소식을 담임 선생님께 전해들은 후로 도현이는 한 달 동안 체험학습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곳에서 피자만들기 체험을 한다는데 정작 본인은 피자는 입에도 대지 않으면서 말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모니터를 통해서 만났던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직접 만나 손도 잡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기회인데...
도현이가 도착하자 모니터를 통해 보았던 각 과목 선생님들이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신다. 그리고 가끔 꿈사랑학교 놀이터에서 만나 함께 놀았던 2학년 동생 지유가 “언니!” 하고 부르며 손을 흔든다.

아이들이 직접 토핑한 피자와 스파게티로 점심 식사를 마치고나서, 아이들이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동안 부모들은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하여 안병익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몇몇 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상수업을 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이나 건강장애 학생으로서 겪어야 했던 애로사항들을 털어놓는 시간이었다. 다들 비슷한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대부분 비슷하면서 공통적인 이야기들이었지만 자녀가 초등학생을 벗어나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현실적으로 겪는 문제들이 더 많고 크다는 것을 부모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도현이는 아직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학업적인 문제가 아직은 현실적으로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재 중학생·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대입이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이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활기록부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생기부에 적을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다보니 대학문턱이 더 높아보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 것은 시험성적이다. 수업은 꿈사랑학교에서 듣고 있지만 중간고사·기말고사 등의 시험은 각 지역 소속학교에 출석해서 치러야 한다. 수업도 들어본 적이 없는 학교에서 시험은 또 봐야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시험 보러 학교에 갈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외친단다.
“제발 한 놈만 제쳐라!”
꼴등만 면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애절한 심정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그나마 경제적으로 여유가 좀 있는 부모들은 학교 시험을 위해 개인과외를 시키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학교도 못가는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부모들은 “공부는 못해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의 심정이다. 대학은 이미 제쳤다는 이야기이다. 건강장애학생들의 교육 현실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깟 대학이 뭐가 중요해. 대학 나와도 백수가 수두룩한데... 대학 안 나와도 적성에 맞는 일 찾으면 되지!”
말이 쉽지 우리 사회에서 적성에 맞는 일 찾기가 쉬운가? 그렇게 쉬운 길을 두고 왜 모두가 우리 아이들을 대입이라는 지옥으로 꾸역꾸역 처넣느냔 말이다. 아직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명문대 입학, 그것만이 살 길이요 정답이라는 의미이다.

봄 체험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현이는 꿈사랑학교 선생님, 친구들과 쌓은 소중한 추억을 마음에 품고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을 테지만, 난 도현이와는 반대로 마음이 무거웠다.
중학생·고등학생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도현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세상이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왔고 도현이를 위해, 또 도현이와 같은 처지에 있는 수많은 건강장애 학생들을 위해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독서지도를 하다가 있었던 일이다. 아이들과 독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앞이 깜깜해지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금 일본이 자꾸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잖아. 지금은 독도가 우리 땅이 맞지만 국제적으로 계속 이슈화를 시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야. 그러니까 너희가 독도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서 이론상으로도 꼼짝 못하게 만들어야 해. 너희가 미래의 희망이니까.”
“그런데 선생님, 어른들은 왜 ‘미래에는 대한민국이 강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부정부패가 없어야 한다’ 하면서 우리더러만 그런 나라를 만들라고 해요? 어른들이 만들면 안 돼요? 자기들도 못 만들면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정말 그렇다. 나는 아무런 행동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서 미래가 좋게 바뀌기를 바라는 건 이기적인 마음이다. 난 오늘도 고민한다. 하지만 실천할 용기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여전히 부끄러운 어른이다.

 
▲올해 봄 체험학습 때, 꿈사랑학교 6학년 1반 정승현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지만 매일 화상수업으로 만나다보니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정승현 선생님은 마음 따뜻하고 유머까지 갖춘 최고의 선생님이다.

[글쓴이 김하나는]
가톨릭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후에도 꾸준히 문학을 가까이 하며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 아픈 아이를 키우다보니 힘들 때도 많지만 덕분에 소소한 일상에 감사할 줄 아는 소중한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평범하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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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아픈아이로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⑨] 김하나 / 꿈사랑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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