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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 ]

2017년 세계는? 트럼프와 중국의 부상, 그리고 한국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준혁(사회진보연대 반전팀)

편집부 기자 (2017년 01월 02일 23시)


2017년 세계는 ‘스트롱맨(strongman)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의 중국, 푸틴의 러시아가 스스로 민족주의 내지는 과감한 리더십에 기반하여 힘과 힘의 대결을 지속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들의 리더십을 두고 세계경제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형적인 ‘외부의 적을 동원하여 내부의 힘을 단결·고취시킨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들의 힘의 원동력은 냉전 해체 이후 지금까지 우리 시대를 규정해왔던 ‘세계화’의 종언 내지는 경로 변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중국의 부상의 배경
19세기 후반부터 1970-80년대까지 이어진 경제혁신은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미국은 곧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카드로 꺼내들었다. 금융, 무역시장의 개방으로 특징지어지는 세계화를 통해 미국의 세계권력은 또 그럭저럭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인류의 경제적 번영에 관한 심원한 비관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다”(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말처럼 더 이상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는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2016년 미국 대선은 당초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트럼프는 ‘이주민이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세계화가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등 인종주의, 반(反)이주민, 반세계화 정서를 동원하며 새로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의 호소는 백인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라 여성, 라틴계나 아시아계 미국인 등에게도 효과적이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인 이들 사이에서 클린턴은 2012년 당시 오바마가 획득한 투표 수보다 낮은 표수만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클린턴조차도 국무장관 시절 입안했던 TPP(환태평양동반자협정)에 공개적으로 유보적인 입장을 펼쳤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 대선에서 자유무역 이슈가 주요 쟁점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2016년 미국 대선의 과정과 결과는 앞으로 미국은 그 전의 우리가 알던 미국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중앙일보, <트럼프 만난 아베처럼 '스트롱맨'과 1대1 외교를>, 2016-12-26.

비단 미국만이 아니다. 브렉시트와 연이은 테러사건, 프랑스 국민전선과 같은 극우세력의 선전 등은 유럽에서 벌어진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에 대한 정치적 반응으로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불안한 대중들의 분노 표출로서 ‘극우 포퓰리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유럽통합이라는 기획을 통해 유럽 내의 주도권을 확보해왔던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유럽 내 강대국들의 위기라고도 볼 수 있다. 이미 이들이 주도해온 EU(유럽연합)는 90년대 코소보 내전, 최근에는 시리아 내전과 난민 사태에 대응하는 데에 무력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른바 ‘전통적인 서구 국가’들이 위기를 겪는 사이, 한편에서는 이를 틈타 중국과 러시아가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많은 외교안보연구소들은 이들 국가를 ‘수정주의자(rivisionist)’로 즐겨 표현한다. 미국이 보기에 이들 국가의 부상은 궁극적으로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수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표현이다. 2017년 펼쳐질 스트롱맨의 시대는 세계화, 즉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시대의 종언 이후, 세계질서를 누가 주도해나갈 것이냐는 강대국 간의 타협과 갈등의 출발점 내지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미국-중국 간의 군사적 갈등
그러한 세계적 갈등이 동아시아에서는 외교·군사적 갈등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북한에 대해서는 대화를 언급하면서도 선제타격을 공언하는 등 상반된 태도를 보여왔지만 중국에게는 일관되게 매우 강경한 언사를 펼쳐왔다. 북한이라는 ‘부분적 문제’는 타협하거나 대화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거나 그것도 안 되면 역내 동맹국(남한, 일본)에 맡겨두는 등 여러 해법을 고민할 수 있지만, ‘전체적 문제’인 중국에 대해서만큼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미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대만을 인정하는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지속해온 국방예산삭감(시퀘스터)을 중단시킬 것임을 밝혔다. 또한 ‘우리 군을 재건하자’는 슬로건 하에 현역 육군병사를 49만에서 54만으로, 해병대 대대 숫자를 23에서 26으로, 270여 대 해군의 군함을 350대로 늘리고 공군의 전투기를 대략 1100에서 1200으로 늘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획, 특히 아시아에 배치된 해군을 늘리려는 계획은 이미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구상되고 있던 것이다.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태평양 5, 대서양 5로 배치되어 있던 미 해군의 배치를 태평양 6, 대서양 4의 규모로 바꾸었다. 중국에 대한 견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록 트럼프의 공약이 ‘nothing but Obama(오바마만 아니면 괜찮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지만 큰 틀에서 군사안보 분야에서만큼은 오바마의 전략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의 경우는 군사력 배치의 조정이 아닌 군사력 자체의 증강으로 아시아에서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조선일보, <中항모, 미사일 쏘며 태평양 첫 진출>, 2016-12-26.

중국 역시 그다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 함이 이끄는 항모전단이 서해에서 최초의 실전훈련을 개최했다. 항공모함 급의 군함이 근해가 아닌 원양에서 훈련을 진행한 것은 중국 해군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이번 훈련은 중국이 해상방어선으로 설정했던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서태평양 전력에 맞서기 위한 훈련이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강해질수록, 한국의 외교·안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당장 미국은 올해 중으로 사드 배치는 완료시키려는 입장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플린은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한 현 한국 정부는 기존의 방향-한미동맹 중심성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1월 중으로 롯데가 소유한 성주 골프장과 국방부 간의 토지 교환 절차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크게 반발하며 ‘한한령(限韓令)’ 즉, 한류에 대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한국이 나아갈 길은?
현재 한국에서는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이 매주 광장을 수놓고 있다. 지금까지 1000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지만 정작 자신의 직장, 일상에서의 민주주의 요구는 아직까지 분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제정세에 대해 한국에 사는 민중으로서 발언한다는 것 역시 평화라는, 자신의 또 다른 삶의 조건에 대한 민주주의적 발언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미-중 갈등이니 세계화의 종언이니 하는 것은 나의 삶과는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린다.

 
▲뉴스웍스, <사드 배치 여론조사, 반대52% vs 조기배치34%>, 2016-12-30.

그렇지만 성주에서 사드 배치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우리 시민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접점은 의외로 대단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며 (박근혜를 지지하든 하지 않든 간에) 정부의 실상이 이 정도였나 싶어 배신감에 촛불을 들었던 것처럼 성주 주민들 역시 평생 1번만 찍다가 갑자기 사드가 들어오니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배신감에 촛불을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리얼미터의 12월 30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드 배치 반대가 26.7%, 차기정부에서 배치 결정이 24.8%로 둘을 합해 51.5%를 기록했다. 지난 7월 같은 의견이 38.6%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국민들의 사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광화문의 시민들과 성주, 김천의 주민들이 ‘박근혜에 대한 분노’로 접점을 만들어가면서 연대를 확장해나갈 때 사드, 나아가 한미동맹에 대한 민주주의적 요구와 고찰이 가능해질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한국이 ‘스트롱맨의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무조건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한미동맹 일변도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중국에 붙을 것이냐 하는 양자택일보다는 좀 더 다른 선택지를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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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준혁(사회진보연대 반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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