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8년04월23일14시16분( Monday )



[ opinion ]
막연한 피해의식에 따른 무책임한 정시 주장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권혁선(이리고등학교 교사)


편집부 기자 (2017년 02월 05일 21시08분45초)


(사진=권혁선)

성적에 따른 서열화와 수능 만능주의

요즘 진보적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신문사들을 중심으로‘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비판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학종이 금수저들만을 위한 불합리적인 전형이며 교육의 사회적 기능을 저하시키는 제도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안철수, 이재명 등 대선주자들도 이러한 주장에 합세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이 인터넷 기사로 포털 사이트에 탑재되면 무수히 많은 댓글들이 기록되는데 대부분은 수시는 무조건 폐지가 되어야 하고 수능 중심의 정시 체제로 전환이 되어야 한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을 계기로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이다.

수능시험이야말로 가장 객관적이고 공평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수능의 내용이나 체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무조건 한눈에 파악하기 쉽게 간단하고 공평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수험생들 성적 기준으로 한 줄로 세워 수능 배치표를 기준으로 하여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한다.

당연히 성적순으로 인기 학과에서부터 입학을 하게 되며 따라서 대학과 학과들도 철저하게 성적으로 서열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서열화를 통해 사회가 깨끗하고 정의롭게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물론 일부 ‘흙수저’ 학생들이 성공한 아름다운 미담 사례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미담 사례는 학종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해 버린다. 일단 어렵고 복잡하고 투명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를 한다.

일선 학교 교사들 가운데에서도 이러한 주장에 찬성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 볼 때도 수능 중심 정시가 편리한 것만은 사실이다. 교사는 참고서와 문제집만을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역사 교사이기 때문에 미리 예습을 할 필요조차도 없이 교실 수업에 임한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학생들과 수업 시간에 토론을 해야 하고 진로의 적성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과 자율 활동을 끊임없이 지도해야만 한다. 그러고 이러한 내용들을 학생부에 기록까지도 해야만 하는 학종은 학부모님보다는 교사들에게 더욱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기계 속의 부품처럼 단순화, 서열화, 획일화시키고자 하는 발상은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에 획일적인 단순 작업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을 대량 양산하여 똑같은 제품을 대량 생산해야만 하는 시스템에나 어울리는 구시대적인 사고임은 더 이상 논할 필요조차도 없으며 시대 정신인 촛불 정신에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수능 시험은 1994년부터 통합 교과서적 소재를 바탕으로 사고력 측정이라는 목적으로 실시되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사교육의 폐해를 줄인다는 목적으로 추진된 ebs 교재와 연계한 출제 정책으로 인해 교실 수업을 5지선다 문제 풀이를 위한 강의식 암기 수업의 경연장으로 만들고 말았다.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호기심, 창의력, 협동력, 비판력보다는 기계식 문제 풀이와 무한 반복적인 암기 능력만을 테스트하는 수능 만능주의는 분명 배격되어야만 한다.

 

‘학종’에 대한 오해와 201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아무튼 무한 비판을 받고 있는 2018학년도 대학입시제도에 대해 일단 살펴보도록 하자. 2018학년도 대학 입시는 학생부교과전형, 즉 내신으로 가는 전형이 40%, 학생부교과와 학교생활, 면접으로 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이 23.6%, 논술 위주 3.7%, 실기 위주(특기자전형 포함) 5.3%, 기타 1.1%를 포함한 수시 선발 인원이 73.7%에 달한다. 그리고 수능 22.8%를 중심으로 한 정시 선발 인원은 26.3%에 해당한다. 소위 언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7:3 비율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70%의 수시 전체를 학종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시의 절반 이상은 교과 내신과 수능 최저 등급(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을 기반으로 한 학생부 교과 전형이다. 여기서 교과 내신은 상대평가를 기반으로 교과 성적을 9등급으로 나누어 학생들을 성적 조합별로 서열화한 값의 결과물이다. 1등급 4%, 2등급 11%, 3등급 23%, 4등급 40%, 5등급 60%의 비율로 교과 수강 학생을 분류한다. 전국 1800여개 일반고, 특목고, 자율고 학교의 학생들은 모두 이러한 기준의 내신 성적을 받게 된다. 당연히 내신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수도권 10개 대학 경우는 거의 대부분 내신 성적이 2등급 초반 이내가 아니면 입학하기가 힘들며 가장 대표적 교과 전형인 고려대학교 학교장 추천의 경우 1.5등급 이내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당연하게 획일적인 내신 반영에 학교 간 실력 차이에 따른 차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대학들은 최저등급을 요구하고 있다. 즉 교과전형은 내신+수능을 결합한 모집 유형이다. 전북대학교의 경우 44.7%를 수시 교과 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는데 수능 최저 등급을 충족한 학생들 가운데 내신 성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신보다는 수능 성적의 비중이 대단히 높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40%에 해당하는 학생부 교과 전형은 불확실성과 공정성이란 잣대의 비판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수능이라는 1회성 시험이 갖는 문제점을 해소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선발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자 그럼 마치 수시 선발 제도의 전체로 오해받으며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학종에 대해 분석을 해 보자. 학종은 전체 23.6%의 선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정시에서 수능 중심 선발 비율이 22.8%임을 감안할 때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학종은 교과 전형에서 한 단계 진보된 형태이다. 학종도 일단 기본은 내신이다. 과거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비록 내신 성적이 좋지 못해도 진로 희망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기도 하였다. 내신 8등급 학생이 연세대에 합격한 사례가 언론에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학종은 특정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성실성과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일반고 출신 학생의 경우에는 전교과 내신 성적이 골고루 우수하지 못한 경우 쉽게 합격하기가 힘들다. 학종은 내신 성적과 수능 최저등급 충족이라는 2가지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교과 전형과 다르게 비교과 활동과 면접을 중요한 선발 기준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수능 최저 등급 충족을 요구하는 지방 국립대학과 최저 등급을 거의 요구하고 있지 않는 수도권 대학으로 나누어진다. 따라서 지방거점국립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내신+비교과활동+수능최저등급 충족이라는 3중고에 시달려야만 한다. 다행히도 2018학년도에는 전북대를 포함한 일부 지방 국립대학들도 수능 최저 등급을 폐지하고 있어 학생들의 부담이 조금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수능 최저 등급마저도 없다는 측면에서 학종이 금수저 전형, 객관적 기준이 불투명한 사회 불평등 전형이라는 오명을 받게 되었다. 그럼 어떤 학생들이 주로 학종을 지원할까?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일까? 조카인 장시호일까?” 불행하게도 이 2명은 절대 학종에 지원할 수 없다. 일단은 뛰어난 내신 성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최소한 수도권 교과 전형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의 내신을 갖춘 학생들이 학종을 준비한다. 일반고의 사례로 볼 때 내신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학종에 지원하기 힘들다. 학종의 근간도 역시 내신이기 때문에 내신에 유리한 중소도시나 농어촌 출신의 학생들도 비록 수능 성적이 좋지는 못하지만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이다.

입시제도 대개편의 해가 될 2017년

만약 정시 선발 비율이 확대된다면 어떻게 될까. 정시에 강점을 보이는 특목·자사고 학생들이 서울대 합격생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목·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흙수저’ 학생들의 비율이 낮다. 즉, 학생부종합전형이 없었다면 서울대에 합격한 ‘흙수저’ 계층 학생들 가운데 많은 수가 특목·자사고 학생들에게 밀려나 서울대 근처에 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몇 해 전 일반고가 서울대의 수시 학종 선발 확대정책에 반발하며 정시를 확대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서울대가 이를 받아들여 정시 비중을 늘렸고, 결과는 참담했다. 늘어난 정시 인원 대다수가 일반고가 아닌 특목·자사고 학생들로 채워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학종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신이 비슷할 경우에 무엇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이냐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이때 비교과 활동이 합격을 좌우하게 된다. 따라서 일부 학교에서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교과 세부 능력과 독서, 봉사, 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 활동을 조작하기도 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분명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은 필요하다. 일반고 교사들을 입학 사정에 적극 참여시켜 객관성을 확보하고 면접 강화를 통해 학생부 활동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독서나 동아리, 봉사활동 등 자기 주도적 학습과 창의적 체험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ebs 교재와 사교육에만 매몰되어 무의미한 학습을 되풀이하는 획일적인 학교 모습이 ‘각종 교내 경시 대회, 학생 중심 창의적인 주제 선정을 통한 토론 학습과 전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자율적 진로 및 동아리 활동, 개별 학교를 단위로 한 독특한 아이템 창출을 위한 노력, 학교생활기록부를 토대로 한 자기소개서 작성 등을 위해 소통하는 다양성을 가진 학교’로 변모된 현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017년은 2021학년도 대입 수능개편안이 새롭게 마련되는 해이다. 그리고 수능개편안 확정과 함께 덩달아 입시제도 전반에 메스가 가해질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대권 후보들이 포퓰리즘이나 일부 입시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편협한 주장에 이끌려 미래가 아닌 과거 지향적인 주장을 되풀이하는 현상은 진정한 의미의 진보라고 할 수 없다.

※ 필자 권혁선은 이리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환경에 맞는 교육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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