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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 ]

감정노동, ‘욕받이’를 멈추기 위하여

[기고] 이장원(노동당 전북도당 사무처장, 노동당 전주당협위원장)

편집부 기자 (2017년 04월 03일 23시)


(사진=이장원)

지난 3월 31일, LG유플러스 고객센터가 있는 전주 대우빌딩 앞에서는 고객센터 해지방어부서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홍수연 님의 두 번째 추모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교육의 본 목적을 상실하고 ‘인력사무소’로 전락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과 감정노동자의 노동권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고인이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해지방어부서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끊은 후 많은 언론들과 시민들이 감정노동자의 실태를 조명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산업현장에서 인간이 기계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고객에게 직간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는 기계로 대체되기 힘들다. 생산직 노동자 비중이 줄고 서비스 노동자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감정노동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노동 현안이 되었다.

감정노동은 노동자가 사람을 대하는 일을 수행할 때에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행하는 노동을 의미한다. 감정노동은 고객으로부터 회사가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동자와 고객의 감정을 모두 관리한다. 이 과정은 회사가 작성한 매뉴얼에 따라 진행된다. 故홍수연 님의 죽음 이후 밝혀진 LG유플러스 고객센터의 업무지침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팀별 해지등록률을 집계해서 순위를 매기고 사무실 입구에 게시했으며, 직원들의 책상에도 판매 목표치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욕받이’ 부서라고 불릴 정도로 극악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해지방어부서 직원들도 상품판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정교하게 조직된 ‘인간공장’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이렇게 감정노동을 하다보면 노동자들은 자기 감정을 상실하게 되고,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인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콜센터 노동자의 건강실태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혼합콜(인바운드+아웃바운드) 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16.3%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전체 노동자의 40%는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고위험군으로 평가되었다.

서비스업 자체의 특성과 더불어, 감정이나 돌봄이 여성의 본성적 능력이라는 선입견이 큰 성차별적 문화 속에서 감정노동은 여성에게 더욱 절박한 문제로 다가온다. 서비스업 자체가 이미 여성들로 구성되었다. 여성들에게 전가된 감정노동은 ‘비전문적인’ ‘단순노동’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임금 직종으로 간주되고, 쉽게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치부되며, 기업의 노동유연화를 위한 외주화 1순위로 분류된다.

故홍수연 님의 죽음에는 교육당국의 부실한 현장실습 감독과 더불어, 감정노동 그 자체의 문제와 ‘감정노동의 외주화’가 드러내고 있는 불안정 노동의 문제, 젠더화된 노동 등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이 중층적으로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안타까운 죽음을 제대로 추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일은 더더욱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감정노동에 매몰되는 일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감정노동의 위상을 격상시켜 노동자들에게 그에 걸맞은 임금을 보장할 필요가 있으며, 노동시간단축과 충분한 인력채용을 연동하여 감정노동자의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노동자들에게 심리상담을 포함한 건강검진을 강화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로써 모든 게 해결될 수는 없다. 인권친화적인 제도는 인권친화적 사회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동경시문화를 타파해야 한다. ‘고객은 왕, 노동자는 종’이라는 인식이 무너지지 않는 한, 무례함에 상처받는 노동자는 계속 생겨나기 마련이다.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노동에 대한 경멸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두 가지가 절박하게 필요하다. 초중등교육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비중있게 다루는 것. 그리고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동3권을 광범위하고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 두 번째 것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직접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권리를 요구함으로써 얻어질 것이다.

LG유플러스 공대위는 매일 아침 출근시간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으며, 고객센터 상담사들에게 노동실태를 제보할 수 있는 창구와 노동조합 설립을 상담받을 수 있는 창구를 알리는 명함배포를 병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상담사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비록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만, 함께 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이렇게나 많다.” 우리의 실천이 故홍수연 님의 유족들과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상담사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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