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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 ]
“왜? 내신 성취도 평가, 수능 자격고사인가”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권혁선(이리고등학교 교사)


편집부 기자 (2017년 04월 16일 22시15분10초)


(사진=권혁선)

‘지나친 대학 입시 제도의 간소화를 경계한다.’는 주장에 대해 많은 분들께서 염려와 의문을 표시하셨다.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대선 주자들도 공정성과 선명성을 이유로 대입 전형 간소화와 수시 전형 축소 그리고 정시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의 주장과 일부 여론에 반대하는 의견을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의문을 표시하였다면 설득력이나 주장이 미약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사례로 교육 문제 특히 대학 입시에 관심을 가지신 많은 분들을 설득해 보고자 한다.

대입 전형의 간소화가 아닌 복잡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물리학과 교수입장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이 입학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경영학과 교수인데 경제를 전혀 학습하지 학생들이 입학한다면?? 사학과 교수인데 한국사는 필수이니까 예외로 하더라도 동양사나 서양사를 중학교 2학년 세계사로만 학습한 학생들이 입학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당연히 해당 교과목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습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 입학처에 물리나 경제를 교육과정에서 수업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하자고 건의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조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할 수 없다. 대체로 교과 전형은 고교 내신 성적을 정량화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교과 전형에서는 수능 최저 등급을 설정하여 대학이 요구하는 최소 학력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방어막을 구축하였지만 전공에 보다 적합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내신 성적과 수능 최저 등급을 조합하여 투명하고 객관적인 전형으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한계를 갖는다.

이러한 이유로 수도권 대학들은 학생부 교과보다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선호하고 다양한 교육 과정을 개설한 고등학교 학생들을 선발하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복잡한 대입 전형은 학생부 종합 전형의 다양한 내신 반영 방법과 선발 유형에서 나타난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전공 적합성을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로 사용한다. 전국 180여개 대학에서 전공에 적합한 학생들 선발하기 위한 다양한 선발 전형을 설계하는 것은 대학의 가장 기본적인 자율권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 제도로 선호하고 있는 정시를 살펴보자. 정시는 가장 간소한 대입 전형이다. 대학 선택도 정말 단순하다. 대부분 대학의 정시는 내신 성적도 반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능 결과에 따라 수능 배치표를 만들어 놓고 그 순서대로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하면 된다. 완전 서열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시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간소화와 공정성을 추구하면서 EBS 연계문제 출제로 종합적 사고 능력 배양을 통한 수학 능력 평가라는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단위 과목별 단순문제 풀이 형태로 전락하고 말았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탐구 영역을 2개로 줄이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정시에서는 전공적합성과 같은 중요한 의제가 전혀 없다. 표준 점수만 잘나오면 된다. 따라서 대부분 수험생들은 전공과 무관하게 무조건 공부하기 쉽고 점수가 잘나오는 과목들만을 선택한다. 과연 이게 무슨 교육인지 모를 지정이다. 다음 표를 보면 현장 교육 상황을 그대로 파악할 수 있다.

 

자연계열의 경우 대학 입학 정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공과대이다. 그리고 공과대에서 가장 필요한 탐구 영역은 물리일 것이다. 그런데 과학Ⅰ에서도물리Ⅰ은 가장 어려운 과목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선택 학생들이 가장 적다. 12%에 불과한 수치이다. 과학Ⅱ 교과는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희망 학생들 자체가 거의 없어 불과 10%에 해당하는 41,263명만이 응시하였다. 가장 많은 생명 과학Ⅱ 경우도 불과 23,405명에 불과하다. 일반고 학생들은 난이도가 높다고 기피하는 과학Ⅱ를 과학고 학생들은 1학년 과정에서 학습한다. 일반고와 특목고의 보이지 않는 격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대학에서 특목고 학생들을 선호하는 것도 관점에 따라서는 무리도 아니다.

대학에서는 필요로 하지만 대학 입시를 해야 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상대적으로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어려운 과학Ⅱ를 학습해야 까닭이 거의 없는 것이다. 전기, 전자, 기계 산업 등 다양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가장 필요한 물리Ⅱ는 응시 인원이 불과 3,479명에 불과하다. 자연계열에서 그나마 물리Ⅱ를 선택하고 수능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실시하는 면접과 일부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 불과하다. 만약 학생부 종합이나 논술마저 없다면 그마저 선택 학생들도 없을 것이다.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와 상관없이 쉬운 영역을 선택하려는 왜곡된 교육 과정은 인문계열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자연계열에 공대가 있다면 인문계열에서는 경상대가 있다. 물론 요즘 취업난으로 인기가 과거에 비해 많이 시들었다고 하지만 아직 모집 인원도 가장 많고 그 지위 또한 크게 변함이 없다. 그러면 당연히 사회 탐구 과목 가운데 ‘경제’ 선택 학생 비율이 당연히 높아야만 한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경제 영역을 선택하는 수험생 또한 1.1%에 불과하다. 물론 생활윤리(27%)나 사회문화(25.5%) 과목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공이나 개인의 선호도와는 무관하게 무조건 쉽고 표준점수가 높게 나타나는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과연 수능 시험이 제대로 된 교육 기능을 갖고 있는가에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10년 이상 지속되어 왔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특별하게 없었다. 과목별 난이도를 맞추어 교과별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노력하였지만 현행 입시제도 체제에서 오히려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물론 문제 해결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과목별 가산점이나 가중치를 부여하여 전공과목을 응시한 학생들을 우대하는 전형을 만들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가장 단순한 정시마저도 복잡한 전형이 되고 만다. 정시가 가장 간단하고 깨끗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정말 비합리적인 모순을 간직하고 있다. 금년 입시부터는 영어 절대평가가 실시된다. 상대적으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되고 탐구 영역의 비중이 강화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쏠림 현상과 ‘로또’식 교과 선택 학습 형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로또’수능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아랍어의 경우를 살펴보자. 다른 제2외국어 과목의 경우 40점대 중반 이상이 나와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아랍어의 경우 2014년 수능에서 1등급 컷이 25점(50점 만점)으로 매우 낮았기 때문에 제2외국어 응시생중 아랍어에 응시한 학생은 71.1%(5만 2626명)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영어와 마찬가지로 제2외국의 경우도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제2외국어만 절대평가가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역사나 경제 혹은 물리에 관심이 있어도 낮은 등급에 대한 불안감으로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현상은 수능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공 희망 여부와 상관없이 소수자 선택 교과목이나 어려운 교과목은 상대평가로 이루어지는 현재 내신 산정 방법으로 인해 학생들에 의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비록 전공과 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강 학생이 적으면 내신 등급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학생 중심 선택 교육과정 편성을 학생들이 오히려 거부하는 기이한 현상을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전라북도교육청에서는 교육부가 주장하고 있는 ‘고교 학점제’를 대학 입시에 불리하기 때문에 거부하기까지 하였다.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부종합 전형에 유리한 ‘스펙’으로 과학Ⅱ, 고급 수학, 과학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수능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 3학년 교육 과정에서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수능 최저 등급이 없는 입학 전형을 요구하는 수도권 대학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대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소수자 선택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에게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를 통해 가치를 인정해 주겠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성’평가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만 해당될 뿐 교과 전형이나 수능 시험에서는 이루어질 수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기 그리고 손쉬운 교과목 치우침 현상을 막을 수가 없다. 여기에서도 학생부 종합 전형만이 이러한 현상을 조금을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가치와 학문을 통해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는커녕 현재 고등학교 교육은 본래 교육의 사회적 기능보다는 대학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만 전락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모순 극복을 위해서는 고교 내신 성취도 평가, 절대평가, 수능 자격고사는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 앞으로 10년 아니 20년의 국가 운명을 책임지게 될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교육 분야 특히 대학 입시에 대한 공론화가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필자 권혁선은 이리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환경에 맞는 교육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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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지나친 입시제도의 간소화 주장을 경계한다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권혁선(이리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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