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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

[책소개] 송우혜 ‘윤동주 평전’

충실한 자료조사, 면밀한 분석......‘평전문학 전범’ 꼽혀

문수현 기자 (2017년 04월 26일 16시)


윤동주 시인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을 잘 알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할 때 널리 읽히는 책이 바로 송우혜 작가의 『윤동주 평전』이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이 나라 평전문학의 전범으로 길이 남아 있게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저자 송우혜는 이 평전에서 전기 작가로서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윤동주의 생애를 생생하게 밝혀냈다. 또한 윤동주의 사촌이자 민족주의자인 송몽규, 그리고 윤동주의 친우이자 공산주의자인 강처중을 세상에 알렸다.

이 책은 1988년에 처음 출간됐고 2014년에 제3차 개정판이 나왔다. 3차 개정판 부록에는 초간본과 1·2차 개정판의 서문 및 ‘『윤동주 평전』에 담긴 뒷이야기’가 실려 있다. 평전의 저자 송우혜 작가는 이곳에서 자신이 어떻게 윤동주 시인의 평전을 쓰게 됐는지를 소개한다.

송 작가는 평전 출간 이전에 이미 여러 편의 작품을 발표한 소설가였고, 윤동주 시인과 인척관계로 연결돼 있으며, 북간도의 역사를 공부한 사학자이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홍범도 장군 휘하의 독립군으로 전사했고, 당시 세 살이던 아버지는 고아가 되었다. 아버지는 이후 매우 고생스럽게 살았고, 평소 안타깝게 그 짧은 생애를 기리던 친척 어른들 중 한 분이 송몽규였다(이준익 감독의 2015년 영화 <동주>는 송우혜의 『윤동주 평전』을 참고로 했다).

1970년대 후반 출판사 주간이던 시인 최하림 선생이 송 작가의 그런 입지에 주목해 윤동주 평전의 집필을 강력히 권유했다고 한다.

그보다 앞서 송우혜 작가는 1970년대 어느 날 문학평론가 김병익 씨의 글을 통해 자신의 친척 어른인 송몽규와 윤동주가 고종사촌 관계인 사실을 알고, 윤동주 시인의 시 만이 아니라 생애에 대해서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송 작가는 “찾아보니 이미 윤동주 전기가 여러 권 출간돼 있었지만 저자들이 북간도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쓴 것이 많아서 오류가 많았고, 크게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덧붙여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 다가온 문제는 1970년대 후반에 한국 문단에 강력하게 등장한 윤동주의 생애와 그의 시의 저항성에 대한 폄하현상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즉 “평생 공부만 했던 윤동주가 무슨 독립운동을 했겠는가. 일본 유학생으로서 일제의 과잉단속에 걸려 불우하게 옥사한 것”이라는 평가가 새로운 대세를 이룬 시기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송 작가는 “역사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들이 자의적 해석으로 윤동주 시인에 대한 평가를 오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 작가는 그런 오류를 바로잡으려고 어느 시사잡지에 그 문제를 다룬 글을 발표했고, 그 글이 최하림 시인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출판사 제공 책표지. 송우혜, 『윤동주 평전』, 서정시학 2014.

한편 송우혜 작가는 ‘『윤동주 평전』 뒷이야기’에서 윤동주 시인의 동생 윤일주(1927년생) 교수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고 있다. 윤일주 교수는 “평전에서 강처중의 존재와 이름을 절대 밝히지 말라”는 강요에 가까운 부탁을 송 작가에게 한 인물이다. 그 이유는 오로지 “그가 ‘좌익 인사’였다”는 것 때문이었다. 결국 송 작가는 평전 초판에서 강처중의 존재를 일절 언급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송 작가는 “평전 집필자로서 ‘강처중’의 존재를 밝히지 않은 ‘윤동주 평전’을 쓴다는 것은 몹시 괴로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 까닭은 강처중이 윤동주의 절친이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강처중은 윤동주가 일본에서 쓴 시 중에서 현재 알려져 있는 시 5편 전부와, 윤동주의 자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들어 있지 않은 낱장으로 된 시들(이 점에 대해서는 권오만 교수의 이견이 있다)과, 윤동주가 일본에 가면서 서울에 두고 간 책들과 연전 졸업 앨범 등 유품들을 모두 보관해냈다가 해방 뒤에 윤일주 교수에게 전해 주었고, 해방 뒤에는 윤동주의 시와 생애를 세상에 알리고 그의 초간본 시집을 출간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송 작가는 평전 초판에서 강처중의 존재를 밝히지 못하는 대신 그에 관한 자료들을 꼼꼼히 챙겨두었다가 1998년에 1차 개정판을 내면서 ‘비극의 인물’ 강처중에게 일단 제 자리를 찾아주게 된다.

다른 한편, 이 책에서 송우혜 작가는 윤동주의 생애뿐만 아니라 시인의 시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해석을 시도한다. 작가 스스로 “나는 평전을 쓰면서 많은 수의 윤동주 시에 대한 해석을 새롭게 시도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그 동기에 대해서는 “그때까지 많은 문학평론가들이 보여준 윤동주 시에 대한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윤동주의 생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시도 제대로 해석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되었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월북시인 정지용과 윤동주의 관계에 대해 다루는 점도 인상적이다. 송우혜 작가는 평전에서 “정지용은 윤동주가 평생을 두고 가장 좋아한 시인이다. 현재 윤동주의 유품 중에 『정지용 시집』이 들어있는데, 윤동주가 도처에 붉은 줄을 그어놓았고, 곳에 따라 적절한 촌평도 적어 놓았다. 그가 얼마나 정독하던 책인지를 알 수 있다”고 적절하게 밝히고 있다. 송 작가는 특히 ‘정지용 시집’에 수록된 동시들이 윤동주의 시 창작에 한동안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경향신문 주간으로 있던 정지용은, 해방을 여섯 달 앞두고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음을 당한, 등단하지 못한 무명의 청년 윤동주를 시인으로 데뷔시키기도 했다. 강처중은 윤동주의 사후에 정지용을 통해 윤동주의 시를 경향신문에 싣도록 주선하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문을 정지용에게 부탁하는 등 시집 출간도 주도한다. 강처중은 이 시집의 발문을 쓰기도 했다.

윤소영 한신대 교수는 『‘한국의 불행’: 한국현대지식인의 역사』(2016)에서 “강처중은 경성콤그룹의 핵심이었던 김삼룡의 측근이기도 했고, 정지용은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는 월북 시인이었다”며 “윤동주를 데뷔시킨 사람은 두 명의 월북 공산주의자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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