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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 ]

[기고] 정읍 소싸움 잔혹극

소를 도축해 고기로도 먹고, 억지로 싸움도 시키고

편집부 기자 (2017년 07월 11일 19시)


<정읍 소싸움 잔혹극>
: 허은주(수의사, 정읍녹색당)

(사진=필자)

‘짝뿔’, ‘꺽비’, ‘칠성’, ‘비수’
모두 전국에서 유명한 싸움소들의 이름입니다. 싸움소는 소싸움경기를 위해 키워지고 훈련받는 소를 말합니다. 전국적으로 정읍을 비롯한 10여개 지역에서 소싸움경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싸움소들의 경기 모습은 어떨까요?

싸움소들은 보통 하루 전에 소싸움경기장에 도착합니다. 몸무게를 측정하여 다음날부터 열릴 소싸움의 대진표를 작성하기 위해서입니다. 트럭을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싸움소들은 이동 중에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어마어마한 소음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소들이 차량으로 이동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수송열(shipping fever)’이라는 질환이 수의대에서 배우는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입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지속적인 충격을 받으며 수송되는 소는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력이 낮아져서 주로 폐렴과 패혈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트럭에서의 힘든 시간을 가까스로 버텨낸 소들은 경기장에 도착해 몸무게를 측정한 이후, 계류장에서 기나긴 하룻밤을 보냅니다. 낯선 소들의 냄새, 낯선 환경에서 소들은 불안하게 울고 벽에 머리를 들이받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룻밤이 지나고 경기 날이 밝으면, 소 주인들은 경기장에 입장하는 소들의 몸통에 스프레이로 이름을 표시합니다. 멀리서도 관중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소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죠. 붉은, 푸른 스프레이로 몸통에 이름이 쓰인 채 경기장에 입장하는 소들. 경기장 입장과 동시에 시작되는 관중들의 환호소리와 더불어, 해설자는 싸움소들의 승률과 주력 기술(뿔치기, 들치기, 옆치기 등)을 마이크 소리 높여 소개합니다. 흥을 돋우는 북소리와 징소리, 음악소리가 섞여 경기장의 흥분은 점점 높아집니다. 낯선 곳에서, 어마어마한 소음 속에서 입장하는 소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요? 사실 상상할 수 없는 공포를 느낄 것이 분명합니다.

700kg에서 1톤가량이 되는 거대한 몸무게를 실어 상대의 이마를 밀어붙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두 소의 이마는 대부분 피로 물듭니다. 전력을 다해 버티는 소들은 침을 흘리고 똥오줌을 싸며 눈은 돌출되고 충혈됩니다. 날카롭게 다듬어놓은 뿔이 상대소의 목덜미와 옆구리를 찌르면 피부는 찢기고 누런 털은 피로 물듭니다.

소들의 옆에는 조련사(혹은 소주인)들이 함께합니다. 주춤하며 전력을 잃는 소들 옆에서 조련사들은 소 주변을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며 공격을 독려하지요. 소싸움경기 규칙 상 조련사들이 경기 중에 소를 직접 만지거나 때리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소 주변을 뛰어다니는 것은 허용됩니다. 사력을 다해 버티던 두 마리의 소 중 하나는 결국 머리를 돌려 도망갑니다. 응원하던 소가 도망갈 때 그 소를 응원하던 관객들의 탄식, 결국 끝까지 버텨내어 승리한 소를 응원했던 관객들의 환호를 뒤로 하며 심판은 각 소들에게 승리와 패배를 선언합니다. 승리한 소는 다시 계류장으로 이동해 다음 경기를 기다리고, 패배한 소는 차에 실려 귀향합니다.

 
▲출처=doopedia

최종 경기가 끝나면 결선에서 우승한 소는 몸값이 올라가고 사람들에게는 돈이 주어집니다. 경상북도 청도의 경우 우권 구매자들에게 승률 적중률에 따라 돈이 지급됩니다.

싸움소들은 어떻게 선발되고 육성될까요?

싸움소 주인들은 생후 7개월이 되어 우시장에 나온 수송아지 중 ‘싸움을 잘 할만한’ 소를 골라냅니다. 목이 길고 굵으며 가슴이 넓은 소, 다리는 짧고 엉덩이가 등보다 낮으며, 앞다리 사이가 넓은 소를 한눈에 골라내는 것이 소주인의 ‘능력’입니다. 몸통과 꼬리는 길수록 좋은데, 몸이 길면 유연성이 좋고 꼬리가 길어야 방향 전환과 균형 유지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7개월에 싸움소로 발탁된 송아지는 대형종의 싸움소로 육성됩니다. 경기가 상대소와 머리를 맞대고 버티는 과정이기 때문이지요. 15년 전에는 600kg이 가장 상위 체급이었던데 반해 최근은 소의 품종 개량이 이루어지면서 적어도 700~800kg이 평균이며 1톤이 넘는 싸움소도 육성됩니다. 15년 전에 비해 2배가량 커진 것이지요. 거대해진 소는 콘크리트로 속을 채운 타이어 끌기, 산악 달리기, 비탈에 매달려 버티기 등 과격한 훈련을 받습니다. 1톤이 넘는 싸움소가 타이어를 끌고 산악달리기를 한다면 만성적인 관절염은 필연적입니다.

이렇게 3~4년 육성된 싸움소들에게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여러 보양식을 먹이는 것은 업계에서는 상식입니다. 강장제, 십전대보탕, 미꾸라지, 뱀탕을 먹이며 보양식 중에는 ‘개소주’가 최고로 꼽히지요. 거친 풀을 섭취한 후 종일 되새김질을 하며 생존하도록 진화한 완전한 초식동물인 소에게 개소주와 뱀탕을 먹이는 것은 ‘사람도 먹기 어려운 비싼 보양식을 싸움소에게 주는 소주인의 극진한 배려’로 둔갑합니다. 싸움소로 이름이 나면 몸값이 껑충 뛰기 때문에 송아지를 사다가 싸움소로 잘 키우는 것은 소주인에게 적지 않은 수익이 됩니다.

생후 7개월에 우시장에서 업자에게 발탁된 수소는 3~4년간 혹독한 훈련을 통해 싸움에 필요한 생체로 단련되고, 평균 5년간 경기에 출전합니다. 전투력이 떨어지면 대부분 도축장으로 넘겨져 도살되게 됩니다. 싸움소들은 운동을 많이 하여 지방이 적어(‘마블링’이 없기 때문) 육질이 좋지 않다고 평가되어, 육우와는 달리 수프용으로 쓰이며 고기값은 육우에 비해 낮게 책정됩니다.

 

소싸움? 전통이 아니라 도태되어야 할 문화

지금 전라북도 정읍시는 축산테마파크라는 이름으로 소싸움경기장을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정읍시의 10%가 넘는 인구가 축산인이라는 것이 정읍시의 축산 자원이고, 그 축산 자원을 살리는 것의 일환으로 소싸움경기장을 짓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소의 본래적 생태를 거슬러 소를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인간의 오락을 위해 억지로 싸움시키는 것이 정읍의 축산 자원을 살리는 것일까요? 과거 농경사회에서 존재했던 소싸움을 마치 ‘전통’인 것처럼 포장하여 대규모 ‘경기장’을 짓는 것은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될까요?

정읍시에서 정말 축산 자원을 활용하고 싶다면 지역에서 순환 가능한 “유기 축산”을 그 내용으로 채우기를 제안합니다. “쇠똥구리가 돌아온 마을”이 정읍 축산의 브랜드가 되면 어떨까요? 농약 뿌린 풀과 GMO 사료가 아니라, 넓은 목장에서 자유롭게 방목된 건강한 소의 똥으로 경단을 굴리는 쇠똥구리. 쇠똥구리가 돌아온 진짜 농장, 유기 축산의 메카 정읍!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정읍시의 축산 자원입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해왔던 소싸움은 전통으로 계승해야할 것이 아니라 도태되어야 할 사행성 짙은 동물학대 행위입니다. 사람과 동물 그리고 생명을 품은 청정 내장산도 더불어 평화롭게 생존하기 위해 소싸움경기장 건설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 「말과활」 14호(2017년 여름호) 기고글의 내용을 참조하였습니다(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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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정읍 축산테마파크는 소싸움 도박장”
시민사회단체 “동물학대·사행심조장”...전북도에 ‘불허’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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