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7년11월21일10시31분( Tuesday )



[ opinion ]
알바가 존중받는 세상을 상상하다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장원(노동당 전북도당 사무처장)


편집부 기자 (2017년 10월 29일 23시31분18초)


(사진=이장원)

알바노조 전주지부(준)은 지금 투쟁 중이다. 노조는 10월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북대 앞 한 편의점이 시급 5000원에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알바노동자가 체불임금을 달라고 사장에게 요구하자, 사장이 알바에게 협박과 폭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2017년에 시급 5000원은 놀랍다. 2013년 최저임금이 시급 4860원이고, 2014년 최저임금은 시급 5210원이다. 시급 5000원은 4년 전에도 최저임금에 근접한 매우 낮은 임금이었는데, 2017년에 시급 5000원을 주다니 황당한 일이다.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한 알바노동자에게 사장이 벌인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사장은 알바노동자에게 “네 말에 책임을 져라”, “CCTV 다 돌려보고 있다”, “할 수 있는 거 다 해봐라”라며 알바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일축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했다. 알바노조는 해당 사업장을 근로기준법 위반과 최저임금법 위반, 임금체불 혐의로 노동청에 고발했고 현재 근로감독관 대질 조사를 앞둔 상태다.

이 사태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있다.

첫째, 이 나라에선 노동법을 몰라도 사업을 할 수 있다.
이 사태가 알려지고 언론이 편의점 사장을 인터뷰했을 때, 사장의 주요 논거는 ‘근로계약서’였다. ‘시급 5000원이라고 쓰여 있는 계약서에 싸인해놓고 왜 이제 와서 뭐라고 하느냐?’가 사장의 주장이다. 물론 민법상 계약은 당사자들의 서명이 들어간 계약서를 근거로 이루어지고, 시시비비가 가려진다. 그러나 근로계약은 특별히 근로기준법을 통해 상호 계약의 최소 조건을 법으로 규정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임금을 받고 생활하는 노동자들은 자기 자본의 증식을 위해 활동하는 자본가에 의해 고용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앞에서 강자와 약자가 분명하게 나눠진다. 사적 영역에서 ‘동등한 계약주체’가 성립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법적 성격을 가진 노동법을 별도로 둔 것이다. 강자인 고용주는 반드시 노동법을 준수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근로계약은 설령 노동자가 동의했더라도 무효이며, 고용주는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편의점 사장은 노동법의 특수함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더 정확히는 ‘몰라도 되는 것’이다. 제대로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근로기준법 위반, 최저임금 미지급은 사장에게 별 문제가 아니다.
사장의 언론 인터뷰를 봤을 때, 사장이 법을 제대로 모르는 부분도 있지만 뻔뻔하게 법을 무시하고 있는 지점은 더욱 크다. 대한민국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올해 최저임금이 6470원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15%에 달하고, 작년 알바노조 전주지부(준)이 조사한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주의 알바노동자 25%는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다수가 법을 안 지키는 이유는 제대로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례 1278건을 적발했지만 이중 사법 처리된 사례는 고작 17건이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은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최초 적발 시 즉시 시정하면 입건하지 않으며, 3년 내 재적발되면 사법처리한다. 사법처리까지 되더라도 체불액이 소액인 경우가 많아 벌금 몇 백만 원 내면 끝이다. 소규모로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주들에게는 ‘지키면 바보’인 법이 최저임금법이고 근로기준법이다.

셋째, 알바노동자는 존중의 대상이 아니다.
알바노조가 사업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내내 편의점 사장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무단으로 촬영하고, 현수막에서 자기 가게 이름을 빼라고 소리를 지르고, 책임지라고 막무가내로 나왔다. 자기 가게 앞에서 언론 기자들과 방송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위법 행태가 폭로되는데도 사장은 알바노동자 앞에서 고압적인 자세를 풀지 않았다. 사과 의사는커녕 적극적 사건 해결 의지 또한 보이지 않았다. 알바노동자를 자신과 동등한 인격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이유야 간단하다. 알바노동자에게 힘이 없어 보이는데다가 법도 작동하지 않으니, 자기보다 하등한 사람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약자가 강자에 대항해서 맞설 수 있는 무기가 없을 때, 강자의 약자 ‘존중’은 필수가 아니라 강자 개인의 선의에 따라 발동된다.

‘존중’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들기 위해

신분제가 무너지는 과정은 왕과 귀족이 평민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과정이 아니었다. 평민들이 시민권, 평등권 사상으로 이데올로기를 갖추고, 자기 대오를 형성하고, 자금력을 갖추고, 총과 칼로 무장하는 것이 그 과정이었다. 억압받는 사람이 특권계급에게 공포를 심어주었을 때 평등은 진전되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꼴을 갖춘 21세기에도 근본은 다르지 않다. 촛불을 든 평민들이 광장에서 나와 국정을 농단하던 정치, 경제 영역의 권력자들을 감옥으로 보냈다. 알바노동자들이 존중받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변화도 그렇다. 노동법을 대놓고 위반하는 사업주들에게 무거운 징벌적 과태료가 부과되고 징역이 선고되어야 한다. 정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를 강제하는 과정은, 알바노동자들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자기 권리를 알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투쟁을 시작한 편의점 알바노동자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것으로 한발자국 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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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장원(노동당 전북도당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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