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8년12월14일19시11분( Friday )



[ opinion ]

고교학점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권혁선(이리고등학교 교사)

편집부 기자 (2017년 12월 11일 22시)


(사진=권혁선)

‘역사만 천재 학생’의 딜레마

2017년, 문재인 대통령 교육 공약 가운데 가장 관심이 높았던 고교학점제와 관련하여 지나치게 ‘대언장어(大言壯語)’ 하지 않았나 싶다.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실시하기로 결론은 내려졌다. 고교학점제는 ‘선택’과 ‘질 관리’ 2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2가지는 나란히 동시에 실현되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굳이 무엇이 우선이냐 묻는다면 현장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질 관리’가 더 우선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최근 날이 갈수록 심해져가고 있는 교실붕괴 현상으로 인해 학교를 가방만 들고 와서 잠만 자는 1급 휴식처로 인식하는 학생들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 그런데 최근 고교학점제에 대한 언론 보도가 ‘선택’만을 우선시하는 ‘수월성’ 교육에 더 초점을 두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고교학점제를 개인적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지난 10월 오마이뉴스에 ‘한국사 1등급’ 맞는 역사만 천재 학생에 관한 교육 기획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다른 시간에는 무조건 잠만 자는 학생이 본인의 적성과 흥미 그리고 진로와 적합한 한국사 시간에만 모범생으로 환생하는, 학교에서 1년이면 1명씩 마주치는 학생 이야기였다. 비단 한국사뿐만 아니라 곤충 박사, 우주선 박사, 무기 박사 등을 만날 수 있다. 박사 학생들에게 희망을 제공했던 것이 입학사정관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이었다.

그런데 전공적합성을 강조하던 입학사정관 전형이 성실성과 전공을 함께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변경되면서 교과와 비교과 가운데 교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아무리 한국사에 관심이 많고 관련 비교과 활동을 활발하게 했더라도 전체 내신 성적이 5등급 이하로 낮으면 ‘사학과’가 설치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역사학과는 전문대학과 진로직업 위주 4년제 대학에 설치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국영수를 비롯한 일정 수준 내신 성적이 확보되어야만 학생이 희망하는 학과에 겨우 진학할 수 있다. 또 다른 아인슈타인이 철가방을 들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유형의 학생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고교학점제’일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기대했다. 때마침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교육청은 2019학년도부터 서울지역 일반고 및 자립형 공립고, 자사고를 대상으로 ‘개방-연합형 종합캠퍼스’ 제도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겠다고 하면서 그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언론에서도 ‘[고교학점제 어떻게 운영되나] 10과목 중 7과목 꼴 선택…학교 옮겨 다니며 수업도 가능’, ‘2022년부터 전국 고교에 기준 학점만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고교학점제 도입’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고교학점제를 묘사하고 있다. 기사 제목만 보면 금년도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의 경우 국영수와 같은 기초 과목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몰입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교학점제의 바탕이 되는 2015 교육과정은 이처럼 가벼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다음은 필수 단위 배당 기준이다.



2009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생의 요구 및 흥미, 적성 등을 고려하여 진로를 적절히 안내할 수 있는 진로 집중 과정(문과, 이과 등)을 편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2015 교육과정은 진로 집중 과정 관련 지침 자체를 삭제하고 학생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한다는 지침을 신설하여 문과, 이과 등으로 분리된 교육 과정의 벽을 무너뜨렸다. 한마디로 문·이과의 구분 없이 학생들에게 교과목 선택권을 자유롭게 보장한다는 것이 2015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이다.



예를 들면 간호학과를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 기초 과목으로 의학 용어들을 익히기 위한 영어독해와 작문Ⅰ, 영어Ⅱ는 반드시 선택하고 진로 선택으로 영어 과목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이다. 이과 과목으로는 생명과학Ⅰ, 생명과학Ⅱ, 화학을 선택하고 생명 윤리와 관련하여 문과 과목으로는 생명 의료 윤리 또는 심리학과 관련된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보건, 심리학 등 교양 과목을 계열에 관계없이 탐구 과목을 선택하여 교육 과정을 편성하게 된다. 자유롭게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영어나 생명과학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간호학과에 지원은 할 수 있겠지만 합격하기는 그만큼 힘들 것이다. 고교학점제 이후 대학 진학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학생들이 선택한 교육과정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2015 보통교과 가운데 선택과목 내용이다.



고교학점제의 본질이 ‘선택’일까?

신문들은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면 70% 이상 교육과정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선택’에 초점을 두고 보도하고 있다. 학생 선택 70%는 대부분 단위 학교에 개설될 공통과목, 일반·진로 선택 과목 내에서 학생들이 희망하는 진로 적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본인의 진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해야만 한다. 지금까지처럼 3학년 1학기 내신 성적이 산출된 후에 내신 성적에 따라 학생들의 진로가 임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2학년 1학기 이후 본인이 선택하여 이수한 교육과정에 따라 대학 입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리 본인이 희망하는 학과의 교육과정을 살펴보고 진로 선택에 필수적인 과목들을 중심으로 선택적 수강 신청을 하는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면 현재와 같이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이 없는 어색한 학생부종합전형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다. 일부 농어촌 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진로 선택까지의 선택 과목을 단위 학교에서 편성하여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일부 교과는 교사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으나 지역 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인력풀을 구성하고 학교 간 교사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였으나 필수 공통과목 이수에 어려움을 겪거나 겨우 필수 단위를 이수한 학생들을 위한 특성화 고교 전문교과Ⅱ 과목을 개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고에 적응하지 못하고 직업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일반고와 특성화 고등학교의 학점 교류를 활성화하고 현재처럼 2학년 2학기부터 인근 대학, 직업전문학교 등을 이용한 위탁 교육을 실시하여 일반고에서 전문교과Ⅱ를 상시 개설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공간 확보 문제, 강사 채용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하여 가장 관심이 많은 예체능 계열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음악과를 희망하는 학생을 작성해 본 사례이다. 2학년 2학기까지는 수학을 수강 신청했지만 3학년의 경우에는 더 이상 수학을 수강 신청하지 않았다. 그리고 과학 탐구의 경우는 화학Ⅰ 하나만을 신청하였고 나머지는 사회탐구 과목을 주로 신청하고 음악 전공 관련 교과목을 수강 신청할 것으로 예상해 보았다. 전공인 음악의 경우 음악연주과목은 진로 선택이고 나머지 시창청음, 전공실기, 합주는 전문교과에 해당한다. 예체능 학생들은 전문 교과를 이수하기 위해 인근 학교와 연합 캠퍼스를 구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2009교육과정이면 다른 친구들과 국·영·수 그리고 탐구 과목 중심 수업을 받으며 ‘현실을 잠으로 바꾸는’ 능력으로 생활했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럴 경우 별도의 학급 편성 문제를 놓고 학교들마다 치열한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부 상위권 학생들의 ‘수월성’을 위한 전문교과Ⅰ개설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고교 수준을 뛰어넘는 전문 교과를 무리하게 남발할 경우 학생들의 선택권을 뛰어넘어 대학 입시를 위한 스펙 경쟁으로 이어져 공교육 정상화를 목적으로 한 고교학점제가 오히려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파행 운영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교과 개설은 자제할 뿐만 아니라 부득이하게 운영할 경우에도 이수 조건을 엄격하게 하여 무리한 선택의 남발을 막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EBS에서 보도된 ‘가짜 인재’ 내용이다. 카이스트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재학생 고교유형별 4년간 학점 추이’를 살펴보면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온 영재고 출신의 학생들은 2013년 3.38점에서 2016년 3.34점으로 하향 추세인 반면, 일반고 학생들은 2013년 3.06점에서 2016년 3.50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였다. “선행학습이 전공수업까지 커버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각 전공에 들어가면 이제 정말 학문적인 깊이 있는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이다"라는 대학 관계자의 분석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학생들에게 교과목 선택권을 무한 부여하고 단위 학교에 교과목이 개설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개방·연합형 종합캠퍼스 교육과정’을 개설하여 전문교과까지도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청에서 개설하는 연합 교과목은 내신 상대평가마저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우리 전북의 경우 고교학점제 실시에서 지나치게 소외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전교조 등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개념적 사고와 과학적 사유에 기초한 보편적 지성 발달에 결정적 시기인 10대 후반에 진로 선택을 바탕으로 한 고교학점제로 인한 필수 과목 축소를 우려하며 반대의견을 주장하는 경우도 이러한 무차별적인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발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지나치게 ‘선택’만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고교학점제 실시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다. 오히려 정치적인 느낌마저도 든다. 학생이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시험 때 백지를 내도 출석 일수만 채우면 이수가 되는 교실의 현실을 바꿔보자는 몸부림에서 고교학점제를 주장하게 되었고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과목을 배우라고 강제하고 난 뒤 성적이 나쁘다고 과락을 시킬 수는 없으니 선택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고교학점제 실시를 위해서는 ‘선택’도 중요하지만 ‘질 관리’를 위한 방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점제 실시를 위한 전제 조건인 내신 절대평가에 대한 언급조차도 없이 학생들의 선택권 강화만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되는 것은 유감이다. 아울러 언론에 묘사된 것(서울경제 2017.12.07.)처럼 고3학생이 3학년 1학기 시간표 30시간 중 27시간을 학생이 직접 골라 수강신청을 하려면 현재와 같은 수능 시험 체제에서는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능 절대평가 혹은 수능 자격고사에 대한 교육부의 분명한 방침이 하루 빨리 발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내신 절대평가와 수능 자격고사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유토피아적 청사진만을 제시하는 것은 일선 학교에 무질서한 혼란과 불신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학점제를 실시한다고 하면서 가장 중요한 이수 평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지금처럼 수강 신청만 하고 잠만 자더라도 출석일수만 채우면 이수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질 관리’를 위해 성취 평가에 따른 과락을 도입할 것인가? 과락을 도입한다면 성취 기준을 전적으로 학교 자율에 맡길 것인가? 과락의 기준이 되는 성취 평가의 객관성에 대한 학생 및 학부모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역으로 ‘점수 퍼주기’에 의한 내신 무력화 그리고 대학 본고사 부활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등등 학생들에게 무한 ‘선택권’을 부여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이 지금 고교 학점제와 관련하여 궁금해 하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선택 교과목이 너무 많아 단위학교에서 현재와 같은 학년단위 교과목별 객관식 위주의 일제고사 형식의 평가는 더 이상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교사별 과정 중심 평가가 기본이 될 것이다. 이때 제기될 교사 평가의 신뢰성, 객관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또 학교 간 학력차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동반되어야만 고교학점제에 대한 대강의 윤곽을 보다 완벽하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한국사 모범학생(이하 모범학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교학점제 아래에서도 모범학생의 사례는 무척 많을 것이다. 일단 수강 신청을 해보겠다. 1학년 과정은 지금 현재와 거의 차이가 없다. 우선 공통과목 30단위를 필수로 이수해야만 한다. 오히려 2009교육과정보다 과학탐구실험 과목2단위가 필수적으로 추가된다. 이러한 상황은 2학년 1학기가 되어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기초 영역의 필수 이수 단위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사 학생은 국어, 영어, 수학 과목뿐만 아니라 과학 과목도 1과목 이상을 의무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탐구 영역에서는 2학년 1학기부터 보통교과 가운데 일반선택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모범학생은 이제 마음껏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 이제 한국사 과목은 없다. 역사 관련 교과목은 세계사와 동아시아사 2과목뿐이다. 아마 1학기에 동아시아사, 2학기에는 세계사를 선택할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한국사 관련 과목은 선택할 수 없는 것인가? 결론은 없다. 1인당 3과목 이상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는 진로 선택 과목에도 역사 관련 교과목은 없다. 혹시나 대학처럼 한국고대사, 중세사, 근대사를 수강 신청하려면 전문교과Ⅰ에 과목이 개설되어 있어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곳에는 과학, 체육, 예술, 외국어, 국제 계열 밖에 없다. 한국사 학생은 아마 몇 개의 주변 사회 탐구 과목을 신청할 것이다. 최대한 국영수와 같은 기초 과목을 피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더 이상 신청 과목이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국·영·수 과목을 일부 신청하게 될 것이다. 역사만을 좋아하는 모범학생에게 기초 학력 부진 학생 문제는 고교학점제 상태에서도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다. 이들 학생들의 소외감과 공허함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개별 학생들의 수월성에 기반을 둔 교과 선택권을 강조한다고 해서 교육의 공공성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어, 수학의 기초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그럼 모범학생은 주저앉아야만 할까? 사회과 선택과목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럴 경우 학생의 학업 흥미를 높이기 위해서는 통합수업을 전제로 수강 신청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2학년 1학기에는 동아시아사와 한국지리를 트랙으로 편성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교양과목으로 한문Ⅰ을 선택하는 것은 역사를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필수 코스가 될 것이다. 2학기에는 세계사와 세계지리를 한 묶음으로 하고 과학 탐구는 역사와 지리와 연관이 높은 지구과학Ⅰ를 그리고 3학년 1학기에는 과학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역사학에는 또한 영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영어 과목은 매학기 마다 선택해야만 한다.

모범학생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과 통합으로 학생 중심의 주제 학습과 프로젝트 수업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실제 중등의 경우 초등과는 달리 교과 중심 교육과정 편성으로 과목별로 분리되어 있어 주요한 사회 및 자연현상에 대한 경험과 탐구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며 한국사 모범학생의 경우 그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칫 고교학점제가 교사들도 대학 교수들처럼 교과교실에 앉아서 학생들을 기다리면서 전공 수업만 하면 되는 것으로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의 교과전문성은 전공 교과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교수-학습 활동을 통해 잠자는 학생들을 일깨울 수 있는 교육과정의 재구성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의 분리가 아니라 교과목 통합을 통해 사회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여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함양에 노력해야 한다. 결국 고교학점제의 성공 여부는 ‘선택’도 중요하지만 통합 수업을 위한 교육과정의 재구성과 학교 구성원들 상호간의 나눔과 배려에 기반을 둔 전문적인 학습 공동체의 활성화에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2015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교과목 선택을 적극적인 안내를 지침으로 하고 있다. 단순한 교과목 선택이 아니라 학생들의 희망과 진로에 따른 진학지도가 함께 이루어져야만 한다. 해마다 1학년말이면 진로 집중 과정 선택 하나만 가지고도 단위 학교에서는 홍역을 앓고 있다. 진로 과정 선택에 따라 학급 수와 교사 소요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주어진 틀에 맞추어 학생 선택을 조정도 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의 선택권은 부정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보다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학생 자존감 회복과 기획 능력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면 이런 정도 혼란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늦어도 1학년 2학기 초까지는 학생들의 진로를 어느 정도 명확하게 하고 관련 직종에 필요한 교과목이 무엇인지를 검색하여 본인의 진로 트랙을 2개 이상 설정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지도해야만 한다. 지금은 이러한 역할을 진로 상담 교사와 학급 담임이 주로 하였다. 아마 행정적인 업무는 거의 대부분 담임들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면 학급과 담임의 위상은 크게 하락한다. 비록 1학년 과정에서는 지금과 커다란 차이는 없겠지만 2, 3학년에서는 담임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진로 및 교과목 선택 상담에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진로 상담 교사의 업무가 폭증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울러 개별적인 선택권 강화를 통해 나타나게 될 학급 해체 현상, 교사와 학생의 관계 변화에 따른 학교 생활기록부 기록의 주체 문제의 애매함 등 새롭게 연구하고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단순하게 ‘선택’만을 가지고 고교학점제를 바라볼 일이 아니다. 고교학점제 실시를 통해 고등학교 교육 전체가 바뀌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전북 지역의 경우 혁신학교 수준 이상으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시범학교 실시에 대한 아쉬움을 갖게 되는 이유이다. 앞으로 5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적인 시작을 위한 학교 현장의 혁신적인 변화가 더욱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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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상대평가의 폐단과 절대평가의 필요성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권혁선(이리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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