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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이익 최우선, 입양절차 개선해야”

입양특례법 전면 개정되나...16일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후 과제’ 토론회

문수현 기자 (2018년 01월 17일 11시)


2016년 7월 말 3살 은비(가명)는 대구 지역의 예비 입양 가정에 보내진 지 7개월 만에 병원 응급실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후 사망했다. 2016년 10월 초 포천에서는 6살 입양한 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암매장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17년 7월에 또 다시 생후 6개월 된 입양아가 응급실로 실려 갔다. 입양한 지 갓 한 달 된 아이가 새벽에 잠을 깨 칭얼거린다는 이유로 양모가 아이를 학대한 결과였다.

16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후 정책변화와 과제: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남인순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여성·아동·인권정책포럼,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 등이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남 의원 등이 제안한 입양특례법 전면 개정안의 취지에 정부가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후 제도 개선의 기대감이 높다.

남인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재작년 여름 대구와 포천에서 입양아동이 학대로 인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으며, 최근에는 전주에서도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도출된 제도개선 사항과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국회 비준을 위한 개정 내용이 담긴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 발제는 남인순 의원이 맡았다. 남 의원은 ‘입양아동 학대·사망 사건 이후 정책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입양아동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사항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5월 25일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 서명했다. 지난해 10월 18일 ‘국제입양에서의 아동의 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미혼모(부) 지원과 원가정 보호, 국내 입양 등의 사전 노력을 다 한 뒤 해외 입양을 최후의 수단으로만 해야 하며, 입양업무를 정부가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국회 비준을 위해서는 입양특례법 등 관련법을 제·개정해야 한다.

입양제도와 관련해 남 의원은 헤이그협약 규정에 부합하도록 민간 입양기관 중심의 입양전달체계를 공적 당국 중심의 입양전달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입양부모교육 개선 필요성도 지적했다. 8시간 강의 방식의 입양기관에 일임된 입양부모교육을 복지부 등이 관장하는 소규모 단위의 참여형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입양절차 중, 아동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경우 친생부모에게 알려야 한다고도 했다.

남 의원은 또한 아동학대 예방제도와 관련한 과제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신고 상호통보 법적 의무화 △중대 사건의 경우 동행출동이 활성화되도록 법 개정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이 현장출동 상황에서 역할이 명확하게 정립될 수 있도록 충분한 가이드라인 제공 △신고의무자 대상 학대예방교육 실시여부 모니터링 제도화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진상조사위원회 설립 등을 들었다.

 
▲사진제공=John Compton

이어 소라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대구·포천 입양아동 사망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 제안’이라는 발제에서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 하에 모든 아동에 대한 입양 절차가 정비돼야 한다”며 “우선 민간 입양기관이 입양 개시를 결정하고 아동을 인수하는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 변호사는 “양육의 어려움을 겪는 친생부모는 입양기관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아동복지 체계 내에서 상담을 받고 직접 양육 지원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연계 받은 후, 최후의 방안으로서 입양이 검토돼야 한다. 해당아동에게 입양이 아동이익최우선에 부합한다는 결정은 입양기관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적인 입양적격 결정에 따라 아동의 입양 절차가 개시돼야 한다. 입양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아동에 대한 보호는 입양기관이 맡아서는 안 되며, 친생부모가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양과정에서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모든 아동에게 출신가정과 출신국가에서 양육될 수 있는 기회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게 유엔아동권리협약과 헤이그협약의 선언이다.

소 변호사는 “진상조사 결과 가장 가슴이 아팠던 건 당시 17살이었던 은비 엄마가 홀로 아이 양육과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입양기관을 찾아가 은비를 맡기기까지 21개월 동안 지역사회와 우리의 복지시스템은 은비 엄마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지 못했다”면서 “입양절차 진행 전에 친생부모의 양육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입양숙려기간(30일)을 보장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원가정 양육을 지원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 변호사의 입양특례법 개정 제안에는 입양인이 자신의 친가족을 찾을 권리도 반영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구·포천 입양 아동 학대 사망사건 진상 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 최영희 공동대표는 “은비가 입양부터 사망에 이른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의 입양 실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사람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문제임에도 공적 개입은 부족했고 친부모가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지원이 많지 않다는 점, 아동 학대 예방 및 지원 과정 등 여러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왔던 노르웨이 청년이 고독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고, 미국으로 입양되었지만 시민권이 없어 한국으로 추방되었던 입양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소식도 들렸다. 그리고 과감하게 해외 입양을 중단하겠다는 인도 정부와 에디오피아의 기사도 접했다”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결단이 필요하다. 입양 과정에서 아동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게 법과 제도를 하루라도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에서 입양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53년부터 2015년까지 24만5600명(보건복지부)의 아이가 친생부모의 손에서 길러지지 못한 채 국내외로 입양 보내졌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된 현재까지도 국내외 입양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국가가 아동 보호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제공=남인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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