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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ucation ]

전북교육청 악기입찰 교육적인가?

철물점·재봉기점도 낙찰, AS 난망...교사들 “입찰제한 둬야” 한목소리

문수현 기자 (2018년 01월 24일 06시)


초중고 학생 음악교육을 위해 쓰이는 악기는 어떤 경로를 통해 학교에 들어갈까? 어떤 악기들이 누구의 선택을 받아 학교에 들어가며, 그렇게 들어간 악기들은 학생과 교사의 환영을 받으며 제 구실을 다하고 있을까? 고장이라도 나면 AS는 잘 받고 있는 걸까?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음악교육을 위해 90개 초중고에 악기 구입 등 비용으로 3억여 원을 지원했지만 학생들에게 양질의 음악교육이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일고 있다. 비합리적인 입찰 관행 탓에, 교사들의 열정과 학생들의 기회가 희생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악기 구매 입찰 공고를 냈다. 도교육청이 악기를 일괄 구매해 일선 학교에 대여해주기 위해서였다. 교육부가 2016년과 2017년 이른바 ‘1인 1악기’ 프로젝트를 전국 시도교육청에 권유하면서다.

도교육청은 먼저 5월초 총 50개 학교를 선정해 악기를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2억4670여만 원을 배정해 악기구매 전자입찰을 공고했다. 그 결과 지역제한 입찰 방식에 따라 전북 도내 32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고 A사가 최종 낙찰자로 결정됐다.

그런데 입찰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악기를 실제로 취급하는 업체는 7곳뿐이었고, 낙찰된 A사도 악기점이 아니었다. 건설사인 A사는 서울 소재 대형 악기도매업체인 S사에 악기 납품을 의뢰했고, 당시 교육부를 통해 전국 대부분 시도교육청에 대한 악기 납품 권한을 따 둔 S사는 전북교육청에 바이올린과 우쿨렐레, 어쿠스틱기타 등 800여 대의 악기를 납품했다.

악기점이 아닌 업체가 낙찰 받은 사실 자체보다는, 이렇게 공급된 악기에 대해 일선 학교로부터 품질에 대한 불만과 사후관리(AS) 요구가 빗발쳤다는 사실이 문제다.

익산의 한 고등학교 음악교사는 “고가의 콘트라베이스 두 대를 지원받았는데 거의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은 악기가 들어왔다”고 토로했다.

전주의 한 고등학교는 지원받은 우쿨렐레 25개 가운데 20개에 문제가 생겼다. 이 학교 음악교사는 “애초에 저급한 악기들이 들어오다 보니 두어 달 사용한 뒤엔 떨어져나가거나 부서진 부분들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프렛이라고 부르는 음쇠 부위가 깨져 손을 벤 학생도 많았다.

군산의 한 중학교는 우쿨렐레 28개 중 27개를 통째 바꿨다. 악기 위쪽의 줄감개를 지탱하는 머리 부분의 판이 떨어져나가서다. 음악교사는 악기 몸체가 너무 거칠게 만들어졌더라고 했다.

그는 “악기 샘플을 검수할 당시 도교육청에 들어가 확인했다. 그때만 해도 악기를 보고 ‘이런 악기만 오면 정말 좋겠다’고 음악교사들이 말했는데, 그 뒤 막상 학교에서 물건을 여러 개 받고 보니 겉모양은 비슷한데 질이 떨어지는 물건이 많았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납품된 악기들에 대한 AS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제대로 된 AS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낙찰 업체가 악기점이 아닐 경우, AS를 받을 길이 난망하다는 것이다.

지원받은 콘트라베이스 2대가 모두 ‘거의 사용을 못할 정도’였다고 토로한 음악교사는 “전주나 익산이면 간단히 내 차에라도 싣고 가서 고쳐달라고 했을 텐데, 서울까지 올려 보내 수리하는 데 기간도 오래 걸리고 굉장히 힘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학교 관악부를 지도하고 있는 그는 “그것 말고도 이번에 30년 넘은 노후된 악기로 전국대회 대상을 받아 특별히 교육청 지원으로 악기를 교체하게 됐는데, 낙찰 업체가 악기를 모르는 곳이어서 악기가 들어온다 해도 고장이 생길 경우 AS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잖아도 수업도 많고 업무도 많은 교사들이 잘 풀리지도 않는 악기 수리 업무에 매달린다는 건 그야말로 짜증나는 일일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악기를 지원받아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음악교육의 질이 조금 떨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주에서 고등학교 관악부를 지도하고 있는 또 다른 교사 역시 AS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낙찰 업체에 연락해 악기 수리를 요구했고 업체는 실제 공급업체인 S사로부터 연락이 가도록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그 뒤로 두 업체 어느 쪽에서도 연락이 없었다. 마냥 기다릴 수 없던 교사는 스스로 일부 수리하거나 학교 공업 교사에게 부탁해 임시방편으로 땜질해 사용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교육당국의 악기구매 입찰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학교 물품 입찰 시장은 지역제한이 있다는 점 말고는 정글이나 다름없다.

악기와 무관한 업체나 페이퍼회사들이 교육기관과 도매업체 사이에서 중개료를 노리고 입찰에 참가하고 있고, 최저가 입찰로 낙찰 받은 금액에 악기를 공급하려다 보니 약속된 수준의 악기를 납품하는 데 아예 실패하거나 저급한 품질의 악기를 납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후관리는 낙찰 업체와 도매업체 간 핑퐁게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악기 입찰에 문구점이나 철물점 또는 건설사 등 악기와 무관한 업체가 참여할 수 있고, 이를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게 도교육청 입장이다.

도교육청도 2013년까지는 입찰참가자격에 제한을 뒀다. 예를 들어, 문구류를 입찰을 통해 구매하면서 ‘문구 업종을 주된 업종으로 하고, 판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제한했다.

도교육청이 그렇게 하면서 든 이유는 “전기공사, 유류, 건설업, 철물점 등 문구와 다른 업종에 종사하면서 종목에 문구(도서)등을 추가해 공개견적에 참여하고 낙찰을 받은 업체가 학교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AS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에 따른 민원이 학교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됐고 문구류(도서)등 해당 물품 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소규모 영세업체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역전됐다. 국무조정실이 운영하는 규제개선 건의 창구인 규제개혁신문고에 지난 2014년 진정이 접수됐다. 전북교육청 소재 각급 학교에서 수의계약 견적서 제출 공고 시 입찰참가 자격에 ‘주된 업종’과 ‘지역 내 판매장 보유’를 명시해 특정업체만 참여할 수 있고 골목 자영업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에 대해 교육부와 전북교육청은 “입찰참가자격에 ‘주된 업종’(문구류 또는 악기류)과 ‘지역 내 판매장 보유’를 요구한 것은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검토가 요구되는 사항으로 판단된다”며 “두 가지 제한을 두려면 계약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납품업체의 납품 이행능력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입찰참가자격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진정 내용을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북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위 내용을 참고해 계약업무를 추진하라”고 안내했다.

‘계약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근거’라는 기준 자체가 추상적이고 막연해서인지 교육부는 공문에 예시를 붙였다. 학교급식 중 축산물의 경우 HACCP(축산물안전관리인증기준) 시설인증 업체에 한해서 급식 납품업체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증 업체만 축산물 입찰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도교육청 관계자도 이런 기준이 해석의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객관적 근거’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크게 보아 공공계약의 목적에는 공정성을 실현하는 것이 포함된다”면서 “최소한의 자격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했다.

어찌 됐든 이런 사정으로 2014년 이후 전북교육청은 악기 등 학교 물품 입찰에서 ‘주된 업종’과 ‘지역 내 판매장 보유’ 요구를 철회했다.

이에 대해 도내 악기점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주 U악기점 대표는 “근본적으로 학교나 교육청에서 입찰 공고를 낼 때 확실히 악기를 납품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자격’의 요점은 ‘AS를 감당할 여건이 되는가’다.

그럴 자격이 안 되는 업체들이 사업자등록증에 악기를 품목에 올리기만 해도 악기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현재의 제도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익산 J악기점 대표는 “학교나 교육청 입장에선 누가 악기를 납품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사후관리다. 악기는 들어오는 순간부터 폐기하기까지 계속 손길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주 R악기점 대표는 “지난해 5월 전북교육청의 악기 구매 입찰에 참여한 32개 업체 가운데 대부분은 악기점이 아니었고, 낙찰 받은 업체는 건설사였다. 개별 학교 입찰에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러다보니 중개료만 챙기고 악기도매업체에 납품과 AS마저 맡긴 채 발을 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전주의 한 고등학교 악기 입찰에서는 재봉기 업체 B사가 낙찰을 받았다. 입찰에 참가한 12개 지역 업체 가운데 악기점은 두 곳뿐이었다. 입찰에 참가해봐야 소득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는 탓이었다.

낙찰 받은 B사는 입찰 참가 업체 중 악기점에 연락해 일정금액의 중개료를 내고 납품을 대신해달라는 제안을 했다. 중개료 금액은 100만원에서 20만원까지 점차 내려갔다. B사는 결국 낙찰 가격에 맞는 악기를 구하지 못해 최근까지 납품을 못하고 있었다.

익산의 또 다른 고등학교에서도 지난해 말 악기 입찰이 있었다. 10개 업체가 참가했고 산업용품을 취급하는 업체가 최종 낙찰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까지 악기 납품은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익산 J악기점 대표는 “악기는 특수하다”면서 “사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타줄 하나만 끊어져도 기타 소리가 안 나고, 클라리넷이 한 군데만 이상이 생겨도 소리가 안 난다. 그럼 그 악기는 못 쓰는 악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 악기점들은 이윤의 논리로만 학교와 거래하지 못한다. 값싼 악기를 들여보내면 악기점을 운영할 수 없다. AS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도 없고, 업체 신용에도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사들도 하나같이 악기의 특수성에 대해 강조했다.

한 음악교사는 하모니카를 예로 들었다. “가격이 천원부터 20만원까지 다양하다. 학교 현장에서는 최소 1~2만원 수준의 악기를 생각했는데 3천~5천 원짜리가 들어온다면 교육하기 힘들지 않겠는가?”

그는 다른 예로 “만약 (악기점이 아닌) 일반 업체에서 트럼펫을 납품할 경우 값싼 대만제나 중국산을 끼워 납품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속된 악기를 구하기 어렵다, 변경해 달라, 하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음악교사는 “악기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일률적인 물건이 아니다. 악기를 가르치거나 연주하는 사람들은 같은 모델의 악기라도 고른다(선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적어도 악기만큼은 입찰자격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도교육청이 입찰자격제한의 필요성을 전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도교육청은 5월 입찰에 이어 10월에 ‘2차 악기지원사업 운영을 위한 악기 구매’ 입찰을 공고했다. 1차 입찰 당시 구매예정금액에서 발생한 잔액 7190여만 원어치 악기를 구매해 일선 학교에 보급하기 위해서였다.

입찰 공고문에는 “시연 악기를 지참해 제안 설명회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또 “참가업체는 제안 설명회에서 시연(견본)한 악기와 동일한 품질의 악기로 납품해야 하며, 검수 시 시연(견본)악기와 비교해 품질 등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 납품할 수 없다”는 내용도 담았다.

2차 입찰에는 악기점 2곳과 자동차부품업체 1곳 등 3개 업체만 참여했다. ‘악기 시연’이라는 제한 규정이 낳은 효과였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고, 입찰참가자격을 실제로 악기점을 운영하는 업체로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2014년 당시 규제개혁신문고에 접수됐던 민원은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골목 자영업자’를 배제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 또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도내 대부분의 악기점은 점주가 AS전문기사를 겸하고 있고 규모가 큰 곳이래야 직원 1~2명을 거느린 영세사업장이고, 이 업체들이 자기 영역에서 배제되는 것이 도리어 진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사는 “교육기관이 입찰을 시행할 때 악기만큼은 전문성이 있는 업체에서 납품을 받으면 좋겠다”면서 “형평성을 구실로 아무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논리로 가면 학생과 지도교사들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도내 음악교사들의 최대 모임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그는, 학생들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한 마디 해달라는 부탁에 이렇게 말했다.

“교육청에서 보내준 악기로 연주를 배우면서 아이들은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하모니를 이루는 등 교육적 효과가 매우 좋았다. 학생들에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뭔가를 접하게 해주면 그에 반응해 굉장히 많은 능력이 나타난다. 돈으로 셈할 수 없는 교육적 효과다. 사업적 논리보다 그런 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주면 좋겠다.”

현장의 음악교사들은 도교육청이 지난 정부 교육부의 규제개혁신문고 답변서 내용에 소극적으로 매달리기보다,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기준을 적극적으로 세워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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