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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n ]

욕망, 그 불꽃

[홍순천의 ‘땅 다지기’(48)] 진안 봉곡마을

편집부 기자 (2018년 02월 25일 14시)


(그림=홍순천)

2월 말, 햇살이 보드랍지만 아직 봄은 멀었다. 욕망이 꽃피는 봄을 맞으려 서둘러 벌집을 정리하다가 벌침을 맞았다. 손등이 무겁지만 새벽부터 알 낳을 자리를 찾는 박새 부부의 인사가 반갑다. 자기 정보를 보전하려 유전인자는 몸을 가진 개체를 흔들어 잠들지 못하게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위장한 유전자의 굴레는 치명적인 유혹으로 세상을 유지한다. 덫이다. 박새 날개 소리에 퍼뜩 정신 차리는 아침이다. 새벽마다 욕망을 일으켜 세우지만 부질없다는 자각에 스스로 작아지는 세상엔 봄을 누르는 눈이 소복하다.

욕망은 자존을 확인하는 일이라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배고프면 밥 먹고 넘치면 똥 싸야 한다. 식욕이 줄고 배변이 원활치 않으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다. 먹고 싸는 일이 원활하지 않으면 문제다. 먹고 싸지 않으면 혼이 비정상에 이른다. 영원히 먹고 누리겠다는 기만은 숨통을 죄어 스스로 족쇄를 채운 죄수처럼 처량한 현실을 만든다. 오래 전부터 이 땅에 살아가던 분들이 하던 얘기다. 새로울 것도 없지만 늘 새롭다. 욕망이 눈을 가려서 생긴 일이다.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원한 주인공이다. 절대 권력을 가진 제우스나 그의 아내 헤라보다 훨씬 매력 있다.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공감대가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12가지 숙제를 안고 해결하는 과정은 신화라기보다 욕망을 드러내거나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자기 고백이기 때문에 더욱 인간적이다. 히드라(Hydra)의 목을 벤 헤라클레스는 영웅이 되었지만, 목을 벨수록 커지는 욕망의 뿌리를 제거하지 못했다. 히드라의 목에는 베어낼 수록 크고 깊어지는 생명력, 혹은 삶을 파멸시키는 독이 있다. '곤충기'를 쓴 파브르의 '식물기'에 소개된 히드라의 놀라운 생명력은 욕망의 끝을 보여준다. 어쩔 수 없지만 두렵고 조심스러운 본능이다. 신화에서 히드라는 괴물로 나타났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생명체다. 삶의 욕망을 포기하지 못해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현실의 유기체다. 팔다리가 잘려도 죽지 않고 되살아나는 욕망의 현실이다. 어찌할까요? 버릴 수 없는 욕망, 우수한 유전자를 남기고 싶은 동물적인 본성이라 치부하지만 뒤끝이 찜찜하다. 팔다리가 잘려도 재생산되는 히드라처럼,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욕망을 버릴 수 있을까? 언감생심.

'미투'(me too), '유투(yoo too)'를 넘어서 '아이투(I too)', 자기 자신에게 남아있는 허물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겠다. 머리를 자르면 새로운 머리 두 개를 내놓는 히드라처럼 자제 할 수 없는 욕망이 날마다 새로운 눈을 부릅뜬다. 욕망이 사라지면 밥도 먹을 수 없지만 적당히 자제할 일이다. 최소한 상대가 싫어할 일은 하지 말아야지. 밥은 맛있어야 한다. 서로 맛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강요에 억지춘향 하는 군사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좋은 머리와 탄탄한 배경만 믿고 나대지 말아야지. 머리만 믿어 사람들을 휘두르고, '민족'을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치부하던 도깨비들이 사라져야 한다. 부끄러운 속내를 드러내 돌이켜볼 일이다. 아직도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심각한 자기기만으로 세상을 제대로 보지 않는 못난이들이 어깨에 힘주는 세상이 부끄럽다. 욕망에 사로잡혀 물 불 못 가리는 아랫도리의 저주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고드름처럼 맨땅을 치고 있다. 의식의 허울이 때를 못 견뎌 스스로 쏟아지는 고드름처럼 저절로, 떼어내지 않아도 땅바닥에 곤두박질치면 좋겠다.

억겁에 쌓인 욕망의 그늘이 봄 햇살에 드러났다. 자연스레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자리를 이용해 자기 욕망을 강요하지는 말아야지. 우수한 유전자를 남기고 싶은 암 수 모두가 돌이켜볼 일이다. 욕망이 춤추는 무렵, 봄을 기다리는 충동에 고양되어 뒤숭숭한 지난밤 꿈자리에 아직도 몽롱하다. 욕망을 버리지 못한 아침이다.

 
▲오랜 시간동안 세상을 견뎌온 나무

[글쓴이 홍순천은]
1961년 경기도 양주 산. 건축을 전공했지만 글쓰고 책 만드는 일과 환경운동에 몰입하다가 서울을 탈출했다. 늦장가 들어 딸 둘을 낳고 잠시 사는 재미에 빠졌지만 도시를 벗어났다. 아이들을 푸른꿈고등학교(무주 소재 대안 고등학교)에 보내고 진안 산골에 남아 텃밭을 가꾸고 있다. 이제는 산골에 살며 바라보는 세상과, 아이들 얘기를 해보고 싶은 꽃중년이다.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하우스’ 출간.
- (전)푸른꿈고등학교 학부모회장.
-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녹색평론’을 끊지 못하는 소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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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봄을 기다리며
[홍순천의 ‘땅 다지기’(47)] 진안 봉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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