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8년12월14일19시11분( Friday )



[ opinion ]

[기고] 학종파괴운동을 경계한다

권혁선(이리고등학교 교사)

편집부 기자 (2018년 04월 01일 22시)


(사진=권혁선)

금년 우리 집에 고3 수험생이 있다. 다행스럽게 마지막이다. 그런데 희망 대학의 입시 전형이 조금씩 다르다. 같은 학생부 종합 전형이지만 한 곳은 최저등급이 없고 다른 한 곳은 최저등급이 있다. 내신반영비율도 조금 다르다. 한 곳은 모든 과목을 내신으로 반영하지만 다른 한 곳은 국·영·수·탐구 영역 가운데 3개 영역만을 내신으로 반영한다. 비록 2군데만 가지고 비교했지만 이처럼 입시전형이 서로 다르다. 입시전형이 이와 같이 다르게 나타날 때 어떻게 할까? 당연히 안전한 방향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내신은 모든 과목을 대비해야 할 것이고 수능최저등급에도 대비해야 한다. 입시는 이런 것이다. 하나가 없어졌으니까 그만큼 편해지는 것이 아니다. 모두 다 없애 버리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서로 다른 성격의 입시 제도가 공존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최근 내신과 최저등급 중심의 교과, 최저등급이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그리고 수능중심의 정시 비율을 3:3:3으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얼핏 가장 합리적인 황금비율로 보일지도 모른다. 특히 선거용으로는 가장 좋다. 그러나 결국 내신과 수능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자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하나씩 학교 현장의 모습을 통해 모순된 내용들의 비밀을 살펴보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지난 1개월 이상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록에 주말과 휴일을 잊고 살았다. 가장 먼저 지난 1년 동안 모아 둔 수행평가기록(데이터화한 점수와 관찰 기록)과 학생들의 수행평가 결과보고서와 동료평가 기록을 바탕으로 교과 세부 특기 사항(이하 교과 세특)을 기록한다.
요즘 고민은 수업과 평가 그리고 기록의 일체화 덕분에 기록할 내용은 많은데 기록가능글자수가 1년 500자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는 1, 2학기 과목명이 같아서 기록가능글자수가 1년 동안 1과목에 해당한다. 역시 1학년 과학은 4단위이지만 1, 2학기 과목명이 같아서 글자 수가 500자이다. 그러다 보니 지식을 기준으로 할까? 아니면 수업시간활동 중심으로 기록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요즘 여러 활동 분야에 대한 학생부 글자 수를 줄이고 있고 또 예정이란다. 따라서 학생부에서 교과 세특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을 생각하면 교과 세특의 글자 수는 오히려 늘려야 할 것이다. 특히 과목의 이수 단위에 따라 글자 수를 조절해야 한다. 어떻게 수업 시수가 다른데 기록할 수 있는 글자 수가 같을 수 있는가? 즉, 주당 수업 시수가 1시간인 과목과 5시간인 과목의 글자 수가 똑같이 500자이다. 놀라운 것은 글자 수 줄이기에는 앞장서는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다. 일단 개인적으로 500자 교과 세특을 지식보다는 학생들의 학습 활동을 기준으로 기록하였다.
생활기록부기록 길라잡이나 각종 안내책자를 보면 대부분 학생의 수업시간 활동내용보다는 수행평가 혹은 프로젝트 수업 등 1, 2회성 평가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교과 세특 기록 방식으로는 학교 현장의 수업을 제대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평상시에는 열심히 교사를 중심으로 문제집 풀이 수업을 하면서도 보고서 수행평가 1회, 주제발표학습 1회 이렇게 실시하면 교과 세특을 기록하고 준비하는 데에 아무런 차질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의 교과 세특이 이런 과정을 통해 작성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같은 교과 세특 기록만 가지고는 수업에 근본적 변화를 주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런 정도 1회성 활동에 대한 기록이라면 학생들의 모습을 충분히 반영하기 힘들고 또 외부 영향에서 자유롭지 도 못할 것이다. 객관성과 공정함은 평가와 기록 횟수가 증가하면 그만큼 신뢰도도 함께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최근(2018.02.07.) 학생부에 자율동아리와 교내대회 시상을 기재하지 못하게 한다는 언론 발표로 인해 개인적으로 엄청난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떤 변화를 올 것인지 생각해 보자. 그렇게 어려운 과정은 아니다. 학종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간단하게 해결이 된다. 예년에는 2학기 2차 고사가 끝나면 학교는 더 바빠졌다. 그동안 시험 준비 때문에 하지 못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최종 마무리하고 학생들의 꿈과 진로탐색을 위해 다양한 강연이나 체험활동 등으로 학교가 부산했다. 이러한 모습은 비교과 활동이 활발한 학교의 경우 겨울방학 때까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신학년도 계획으로도 연결되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떨까? 학교는 여전히 바쁠 것이다. 하지만 바쁜 모습은 달라져 있다. 수능 준비를 위한 문제풀이로 더 바쁠 것이다.“이제 너희들에게는 비교과 활동보다도 EBS 문제 풀이가 더 중요해!”이말 한마디가 학교 전체 분위기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수업시간에는 문제집을 풀고 방과후에는 강제적인 자율학습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모습이 지속될 것이다. 문제집 풀이보다 흥미와 진로 희망에 따른 독서 1권과 동아리 활동 1시간이 소중하다고 했던 이야기들이 한 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가장 아쉬움이 큰 것은 독서활동기록이다. 학생들이 실제 독서활동을 했는지 검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독서활동이 학생부 기록에서 가장 먼저 제한받는 불운을 겪었다. 학생들의 창의력과 학습정도 수준을 파악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 독서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물론 책 제목은 살아있지만 해당 독서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을 기록하지 못하면서 독서활동 중요성은 학생부 기록에서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제 자율동아리와 각종 교내대회 그리고 소논문을 학생부에 기록하지 못하게 할 예정이란다. 없애라는 것은 아니다. 독서활동과 비슷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학생부 기록을 못하게 했을 뿐이다. 그러나 내용은 없고 책이름만 기록하라고 하면서 독서활동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학생부 기록이 사라지면 이들 활동도 크게 위축될 것이다. 특히 자율동아리는 아쉬움이 더욱 크다. 학생들의 특기와 희망, 진로에 맞는 정규동아리에 가입하기는 무척 어렵다. 또 정규교과시간 운영 원칙으로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나이스 여건에 맞추기 위해 1교사가 1동아리만을 담당하고 있다. 당연히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이러한 불편 요소들을 나름 해결해 주었던 것이 자율 동아리 활동이었다. 특히 자기주도적인 계획과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생들의 학업 이외에 잠재적인 능력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장점으로 자율동아리는 외부세력의 간섭을 받게 되었고 당연한 결과로 학생부 기록에 제한을 받게 될 예정이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는 과정은 없고 학생부 기록이라는 결과만이 존재하고 있다. 만약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요인이 있다면 모두 사라진다. 정규동아리활동은 교육과정 안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방학이 되면 학생중심 동아리 활동은 원칙적으로는 중지된다. 학생중심의 자율적‘방과후’라는 단어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 유감스럽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하나 둘 비교과 활동을 정리해 버리면 학종의 평가 수단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교과 세특 하나만 남게 된다. 만약 교과 세특에 대한 외부의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교과 세특 마저도 공정성의 시비에 휘말리면서 학종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다른 기록이 모두 사라지고 교과 세특만 남게 된다면 교과에 대한 외부의 도전과 간섭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그러면 학종은 사라지고 수능과 내신을 결합한 교과전형과 정시만이 남게 된다.

많은 학부모들은 대학입시의 단순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도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왜? 단순화를 요구할까?”일단 단순하면 대처하기가 쉽다. 입시제도가 단순해지면 학교가 유리할까? 아니면 사교육 기관이 유리할까? 정답은 사교육 기관이다. 학교내신평가도 마찬가지다. 단순해야만 한다. 사교육기관에 가면 여러 학교들의 시험지를 몇 년 동안 보관하고 있다. 내일 A학교의 시험일인데 B학교 문제를 사전에 풀어 보도록 지도한다. 어차피 학습 진도도 비슷하고 교과서 학습내용도 국가교육과정에 의해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사교육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다. 학부모들과 사교육 기관은 교사들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수행평가를 싫어한다. 돈을 주고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많아지면 사교육 기관들은 더 이상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이럴 경우 사교육의 비용이 상승한다. 그래서 학종을‘금수저 전형’이라고 부른다. 입시의 단순화를 요구하는 이유이다. 공정, 단순, 투명함을 교육에 자꾸 요구한다. 전근대 농경 사회에서 교육은 현상 유지가 목표였다. 특히 유교적 전통이 강한 동아시아에서는 절대적 가치를 지키는 수단으로 교육이 존재하였다. 대단히 불행하게도 현대 사회는 불확실성의 사회이다. 우리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미래 인재를 양성하자고 이야기 하지만 솔직히 미래 사회에서 창의적인 주제가 무엇인지 우리는 잘 모른다. 이러한‘깜깜이 미래’를 눈앞에 두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단순한 사회적 이념만을 요구한다. 투명함과 공정성을 무기로 수능비중강화를 주장하는 교육감후보들도 말로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그리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 함양을 이야기한다. ‘암기식 객관식 시험=창의력’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을 교육감으로 선출해야하나??? 제발 이런 모순된 논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중요시해야 한다. 그것이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학종과 정시는 공존이 불가능한 조합이다. 현재도 일부 학종은 수능최저등급을 요구하고 있다. 수능점수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과락으로 탈락하고 만다. 일종의 최저학력기준으로 요구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것의 점수가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선 학교에서는 비교과 활동이나 다양한 수업 활동보다는 문제집을 열심히 풀어서 수능최저등급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 되었다. 수시 비중이 높다고 이야기하지만 아직도 이런 교과전형이 수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일부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들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 수능최저등급 없는 학종 비중을 늘려가면서 학교 수업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 왔다. 그런데 갑자기 불공정, 금수저 논쟁을 통한 ‘학종 때리기’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대세가 아니면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수능문제풀이 정시와 교과전형은 열심히 나머지는 부수적인 것이 된다. 처음 학종이 시작될 때 비교과 활동이나 학생부 기록용 행사는 정기고사 끝나고 시간 남으면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아직도 많은 학교들은 학종을 부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능최저등급이 강하면 당락의 여부가 수능시험 하나 만으로도 판단이 된다. 진짜인 수능문제풀이는 열심히 하지만 학종은 대충해도 된다. 이러한 생각이 현장 수업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그런데 수능최저등급이 없는 학종이 증가하면서 학교들이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면 안되는 구나. 그래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 불과 길어야 5년이다. 그런데 최근 온갖 부작용을 언급하면서 일부에서는 학종을 비난하고 비중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3:3:3을 요구한다. 외형상으로는 균형과 중립을 취한 것처럼 포장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7:3이다. 정시나 교과전형은 둘 다 수능최저등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수능비중이 절대적인 대세가 되고 만다. 그러면 수업은 다시 죽는다. 아마 이번에 죽으면 영원히 죽을 것이다.

둘 중의 하나는 없어져야 하는 치킨 게임이 시작되었다. 공정을 요구하며 학종을 압박하고 있다. 당연히 학종도 공정을 갖추어야 한다. 창의적이고 정답이 없는 문제들을 평가하고 기록해야만 한다. 수업하고 평가도 하고 내용을 기록해야 한다. 교과내용으로 부족하면 체험활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기록해야 한다. 학생들 스스로 진로와 관련된 창의적이고 협력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자율동아리 활동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수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끼와 재능”을 가진 친구들도 입상할 수 있도록 사지선다형이 아닌 다양한 재능을 측정할 수 있는 교내대회가 활성화되어야만 한다. 이런 것을 다하려면 무척이나 힘들다. 당연히 변화에 대항하는‘러다이트 운동’이 발생한다. 일부 교사들과 사교육 기관들은 과거의 문제풀이수업을 유지하고자 학종 파괴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생산방식을 지키고자 하는 보수적 움직임이 실패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여기에서 무너지면 교육혁명은 없어진다. 수능자격고사화와 내신절대평가 그리고 고교학점제의 실행 방안을 고민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조선 후기 개항을 당시 상황이 떠오른다. 가까운 훗날 우리의 후배들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눈앞에 닥친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 수구적이며 근시안적인 무능한 선배들이라고 평가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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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고교학점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권혁선(이리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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