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8년12월14일19시11분( Friday )



[ opinion ]

한반도 평화를 향한 비전을 제시해야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준혁(사회진보연대 반전팀)

편집부 기자 (2018년 04월 02일 14시)


(사진=이준혁)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에는 ‘좋은 쪽’이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또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통해 비핵화 문제를 협의하며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화를 하는 동안에는 핵·미사일 실험도 중단한단다. 이에 화답하듯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잊을라치면 ‘○○월 위기설’이 대두되던 한반도에 웬일로 순풍이 불고 있다.
현재 국면을 도약대로 삼아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향한 길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남한과 북한, 미국, 일본을 비롯한 각국이 한반도에서 모든 군사 행위를 중단한다는 명시적 약속을 해야 한다. 대화 과정에서 모호함이 남아 있다면 불신의 벽이 다시 쌓일 수 있다. 심지어 대화가 무산된다면 더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여기에는 북한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글에서는 몇 가지 우려지점을 제기한다.

우려 하나. 미국은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대체로 대화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을 ‘시간 끌기’ 정도로 보고 있다. 핵·미사일 능력을 완성하고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전까지 시간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1999년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를 추진했던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부차관은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이 밝힌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비핵화할 용의가 있다’는 말도 으레 들었던 외교적 수사라 평가했다. 2000년대 6자회담 당시 미국 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도 “북한이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생각은 어떠할까. 본인이 나서서 “5월 북미 정상회담은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덧붙인 말도 있었다. “미국은 양방향으로 더 강하게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양방향은 대화 또는 제재와 압박을 의미한다. 대화가 무산될 시 더 강력한 제재, 또는 실제 군사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새롭게 국무부 장관에 마이크 폼페이오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존 볼턴을 앉혔다. 이들은 대북 강경파의 대표주자인만큼 미국 행정부 내의 회의적 시각을 반영한 인사가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우려 둘. 북한의 비핵화는 가능한가

막상 대화가 재개되어도 정부 간 협상에는 수많은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2008년 6자회담이 최종적으로 중단되었던 시점을 돌아보자. 2008년 6월 북한은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외신까지 초청해 냉각탑 폭파 행사를 열었다. 이는 북한에 더 이상 ‘미래 핵’은 없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이후 북한이 과거 핵 활동에 관한 핵 신고서를 제출한 후, 구체적인 검증조치의 실행 여부를 두고 북한과 나머지 참여국 간 이견이 발생했다. 그해 12월 수석대표회담이 종결된 후 6자회담이 다시는 열리지 않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과거 핵’을 규명하는 단계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북한은 그 직후인 2009년 “우라늄 농축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폐연료봉 재처리로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며 새로운 단계의 핵 프로그램으로 나아갔다.
과거에 비해 북한의 핵능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3단계 구상, 즉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핵 개발 시설 폐기(미래 핵 폐기), △기존 핵 폐기(과거 핵 폐기)라는 구상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거 6자회담의 원칙, 즉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대로, 단계별로 세분화된 비핵화 협상 로드맵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각 단계를 검증하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 시점에서는 아직 가정하기 어려운 ‘일괄 대타결’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면, 세분화된 단계별 협상은 매우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 그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우려 셋. 주변국의 반응

주변 국가들의 반응이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잇따른 정상회담 발표에 가장 불편한 반응을 보이는 나라는 일본이다. 교도 통신은 남북정상회담이 확정된 후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당혹감과 놀라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확약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고노 다로 외상이 미국에 북미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중거리 미사일 포기와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일본의 불안은 한반도 구상에서 스스로가 배제되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베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인도를 발판으로 삼아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을 구상해왔다. 만약 6자회담과 같은 다자회담이 재개되면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정치적 지도력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북한 억지를 위한 한미일 동맹이라는 명분으로, 일본 자위대의 군사적 지도력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얼마간 힘이 빠질 것이다.
중국의 반응도 미묘하다. 북미 대화가 그간 자신들이 주장해온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실현으로 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직접 대화하면서 중국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이러한 우려 때문인지 중국에서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을 베이징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비전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이 현재의 대체적인 여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우려지점을 볼 때, 앞으로 정부 간 협상은 여러 어려움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좋은 분위기가 언제 냉각될지 모른다. 또 지지부진한 협상에 여론이 지칠 수도 있다.
지금 국면에서 사회운동은 협상의 전개 과정에 일희일비하는 수동적 태도를 넘어서야 한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대중과 그 비전을 공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1980년대 이후 사회운동이 제기했던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장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한반도 평화의 의미에 포함된 핵심 내용이 있다. △한반도 비핵화(미국의 전술핵 철수, 미국의 핵 사용 정책 폐기) △주둔 외국군의 철수 △남북 간의 대규모 군축이다. 한반도에서 어느 측도 상대방을 군사력으로 완전히 제압하거나 영토를 점령하는 전면전을 개시할 수 없도록 군사력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구상이었다. 단순히 정부 간 대화에만 맡기지 말고 평화의 물질적 조건을 창출하자는 발상이기도 했다.
이를 참고할 때, 2018년 이후 사회운동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일관된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그러면서 동아시아의 비핵화와 군비축소를 선도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비전을 한국이 지지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남북대화, 북미대화가 의미 있는 방향으로 진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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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김진영(사회진보연대 반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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