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8년07월17일11시50분( Tuesday )



[ education ]

윤소영 교수 오보 사태가 남긴 것

‘팩트’ 드러나면서 소동 진정...수면 아랜 ‘학문의 자유’ 쟁점

문수현 기자 (2018년 04월 10일 23시)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윤소영 교수의 ‘위안부’ 발언 관련 오보 사태가 일단락돼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사태가 학문과 양심의 자유에 남긴 생채기에 대해서는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인터넷 경제신문 아시아경제는 “국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파의 주요 학자인 윤소영 교수가 강의 시간에 일본군 위안부 폄훼 발언을 해 논란”이라고 했다.

신문은 “윤 교수가 지난 9일 국제경제학과 1학년 전공 필수 과목인 경제학개론1 수업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자발적인 매매춘이었으며 강제 연행 주장은 날조된 역사로 근거가 없다’며 ‘위안부들은 일본군들에게 자발적으로 성을 제공했고, 이것이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사진=한신대 캠퍼스. 한신대 인터넷 사이트

이 기사는 수많은 베껴 쓴 기사를 낳았고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윤 교수는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27일 인터넷매체 레디앙이 공개한 해당 강의 녹음파일을 보면 “자발적 성 제공” “자발적 매매춘” 등의 표현은 강의 내용 어디에도 없었다.

하루 뒤인 28일 총학생회는 “(총학생회가 작성해 발표한) 성명문 내용 중 일부가 자극적으로 기사화되는 과정에서 상처받고 혼란을 느꼈을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리며, 특히 윤소영 교수님께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윤 교수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총학 성명서가 아시아경제 오보의 빌미를 제공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한신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되었던 윤소영 교수의 ‘위안부 비하’ 발언과 관련해 반대 내용의 한신대 수강생 증언과 한신대 총학생회의 사과문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윤소영 교수의 ‘위안부 비하’ 발언은 ‘한신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제보된 것으로, 명확한 사실 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채 아시아경제에 첫 보도가 되었다”고 해명하면서 “현재 한신대 총학생회는 성명서를 통해 아시아경제에 기사 정정 요청을 한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대학 측은 윤소영 교수의 입장도 전했다.

윤 교수는 “학자이자 교수로서 강의 중 내용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사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히면서 “그러나 말의 진위 여부를 떠나 학생들이 오해하고 혼란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하고 유감스럽다. 또한 위안부 할머니 및 이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총학생회 등의 해명과 정정보도 요청, 해당 강의 녹음파일 공개, 대학 측의 공식입장 발표 등으로 윤 교수 발언의 진위 논란이 ‘언론보도 내용의 허위’로 정리되면서 오보 소동은 진화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윤 교수 발언은 여전히 잘못 인용되고 있다.

윤 교수의 ‘위안부’ 관련 발언의 내용은 “역사는 자기 마음대로 날조하기 시작하잖아? 그럼 그 사회는 망한다.” “근데 요즘 우리나라만 보면 위안부 할머니들 전혀 근거가 없어, 아무런 근거가 없어. 그거 어떻게 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역사를 날조하고 있는 거야. 우리 사회 분위기가 이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름난 시민단체의 공식 성명에선 이 중 일부를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무런 근거도 없으면서 끊임없이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로 인용하며 비판했다. 윤 교수 발언에선 ‘역사 날조’의 주체로 ‘우리(나라)’가 지목되거나 모호하지만, 단체 성명은 해당 발언을 ‘위안부 할머니들이 역사를 날조’라고 단정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관계를 떠나 또 다른 쟁점도 잠복돼 있다. 교수가 강의실에서 수업한 내용이 여론재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이 그 중 하나다.

총학생회의 경우 윤 교수에게 사과하면서도 “윤소영 교수의 위안부 관련 발언이 문제적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수업 중 문제발언으로 상처 받으셨을 위안부 피해자, 불편함을 느꼈을 학우들에게 사과하십시오”라고 요구했다.

대표적인 ‘위안부’ 지원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윤 교수가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지고 강단에 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한 윤 교수의 생각은 어떨까.

한신학보(3월 26일자)에 따르면, 윤 교수는 21일 학생들과 가진 면담에서 “난 자네들이 속고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그 역사 날조 이야기를 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라는 의미에서 한 거야.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긴 했는데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그렇게 생각하고 (말)한 거야.”라고 말했다. 학문적 양심에 거스를 것이 없다는 얘기다.

학보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윤 교수는 그 자리에서 “날조했다는 표현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적용하려고 쓴 표현이 아니야.”라고도 해명했다.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운동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취지다.

한편 사회운동단체로서는 사회진보연대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윤소영 교수는 마르크스주의의 쇄신이라는 문제의식 하에 사회운동의 이념과 이론에 기여한 연구자”라며 “‘국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파의 주요 학자가 위안부 관련 망언을 했다’는 아시아경제의 왜곡된 프레임은 단순한 오보로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마르크스주의 운동에 대한 왜곡과 오해로 이어질 수 있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시아경제의 오보는) ‘위안부’ 관련 망언이라는 낙인을 찍어 합리적인 논의를 봉쇄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하면서 “그 발언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었고, 당사자도 그와 같이 해명했다. 우리는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가운데 그 책임을 일본과 한국의 지배계급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윤 소영 교수 자신도 공식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윤 교수가 총학생회의 성명서나 아시아경제의 기사가 나오기 전인 3월 16일에, 자신의 강의에 대한 소문이 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페이스북 페이지 ‘한대전’에 학생들이 보도록 올리기 위해 작성해둔 글로, 28일 한신대 보도자료에 첨부됐다.

윤 교수는 이 글에서 “위안부 문제가 잘못 제기됐다는 것이 평소 나의 생각”이라며 그런 생각을 뒷받침하는 논지를 밝히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 대해 ‘학문의 자유’와 연관지어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있다. 아래에 그 내용을 소개한다.

위안부 문제가 잘못 제기되었다는 것이 평소 나의 생각이고 몇몇 전공강의에서는 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 강의를 듣지 않은 학생들은 크게 오해할 수도 있는 대목이라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먼저 1965년에 한일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진 역사적 맥락을 알아야 합니다. 당시 국교정상화의 조건으로 우리나라는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요구한 반면 일본은 미군이 우리에게 양도한 ‘적산’(미군의 적국의 재산, 즉 우리나라에 있던 일본인 정부와 기업, 나아가 일반 시민의 재산)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이 두 요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의 타결이 불투명해지자 미국이 중재하여 일본이 우리나라에게 ‘독립축하금’이자 ‘경제협력자금’으로 5억달러를 제공하는 것으로 합의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것이 1960-70년대 박정희 정부로 하여금 ‘경제기적’을 실현할 수 있게 했던 종자돈이 되었습니다.

박정희 정부는 군사독재였으므로 위안부를 비롯해서 징용자, 징병자 등 민간인의 피해 문제를 무시했다고 판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북한도 남한과 동일한 입장인 것을 보면 너무 성급한 판단입니다. 2000년대 초에 김정일 위원장과 고이즈미 총리 사이에 북일국교정상화협상이 타결 직전까지 진행된 적이 있는데, 당시 김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가 제시한 조건인 100억 달러(1965년의 5억달러를 환산한 가치)를 이의 없이 수락했습니다. 또 현재 김정은 위원장도 거의 동일한 조건이면 만족한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달리 말해서 북한도 민간인 피해 문제를 별도로 제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민간인 피해 문제를 무시하자는 입장은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5억달러로 그동안 이만큼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니 정부, 나아가 가장 큰 혜택을 입은 기업이 그 문제를 주동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일국교정상화를 가능케 한 양국간 조약을 훼손해서는 안되기 때문이지요. 외교란 상대방이 있는 것이고, 특히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국가간 관계를 규제하는 조약이 바로 국제법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한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국교가 단절될 수도 있지요. 그러나 민간인 피해 문제 때문에 그런 극단적 결과가 초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겠지요.

마지막으로 사족을 하나 붙이겠습니다. 내가 한신대에 온 지도 벌써 35년이나 되어 내년이면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군요.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우리 한신은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아래에서 사회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옹호가 우리 한신의 전통이었기 때문입니다. 학문의 자유란 교수가 자신의 생각을 책이나 논문으로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는 ‘연구의 자유’, 또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자유롭게 강의할 수 있는 ‘교육의 자유’로 구성되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35년 동안 적어도 우리 한신 안에서 내 강의가 문제가 된 적은 없습니다. 물론 경제학개론 수업에서 이런 발언을 한 나의 불찰도 있겠는데, 그래도 문제를 제기한 학생에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오늘(3월 16일) 오전 경제학개론 수업에서도 역시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고요. 그 학생을 포함하여 지금 내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이메일로 질문해주면, 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


이런 견해에 대한 반론은 정대협의 3월 30일자 논평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이미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를 참조할 수 있다.

참고로, 윤 교수의 발언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 나아가 민족주의 비판이 논리적 비판과 학술적 토론으로 발전하는 대신 감정적 대립과 왜곡으로 비화한 사례들이 있다. 세종대 박유하 교수 관련 쟁송, 그리고 그와 닮은꼴인 이영훈 교수 사태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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