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8년07월17일11시50분( Tuesday )



[ opinion ]

추억을 담은 교무수첩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상훈(마령고등학교 교사)

편집부 기자 (2018년 04월 22일 20시)


(사진=이상훈)

진안으로 이사 오면서 초임지에서 사용하던 교무수첩을 찾았다. 어딘가에 잘 보관해 놓았다고 생각하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찾게 되었던 것이다. 첫 발령지는 1989년 9월 부안고등학교였다. 1년 동안 졸업한 학과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학교현장으로 첫발을 디딘 곳이다. 당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태동하고 많은 해직교사가 길거리에서 참교육을 외치는 상황이었다. 어찌 보면 당시 발령은 해직교사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었고 첫 발령이 그런 원죄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2학기 발령을 받았는데, 당시에 많은 인사이동이 있어 2학기 때부터 담임을 맡게 되었다. 전 담임으로부터 인수받은 것은 학생들 신상이 기록된 교무수첩이었다. 교무수첩 학생란에는 학생마다 생년월일부터 주소, 전화번호, 출신학교, 적성, 취미, 생활정도, 종교, 혈액형, 통학방법, 진로희망, 가족상황, 교우관계까지 조그만 면에 기록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야말로 학생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학생마다 빼곡하게 기록된 교무수첩은 학생 지도에 도움이 되었다. 비록 얼굴은 뵙지 못 했지만 전 담임의 마음 씀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도 2학기부터 학생들에 관한 사항을 기록하게 되었다.

당시 교무수첩을 보면서 교육계도 참 많이 변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반세기(四半世紀)가 지났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학급 정원이다. 현재 읍·면 단위 고등학교 학급 정원은 25명인데, 당시 교무수첩에 있는 학생 수는 50명이 넘어섰다. 학급에 60명이 넘었던 70-80년대에 학교에 다닌 분들은 놀라지 않겠지만 그야말로 콩나물 교실이었다. 현재 학급 정원이 줄어들기는 했어도 시내 중·고등학교는 여전히 40명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교육의 내실을 위해서도 적정한 학급정원이 요구된다. 20~25명 안팎이면 이상적이다. 학급 정원은 정부나 교육청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을 수기로 작성하던 때였다. 시험 출제부터 채점, 성적, 생활기록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수기로 했다. 지금 교직을 시작하는 세대에게는 매우 생소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이루어졌다. 교무수첩에 성적을 기록하는 난이 있는데, 수기로 과목별로 매우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고 오늘날 네이스(교무업무지원시스템)체계가 결코 편한 것은 아니다. 네이스 체계는 교무수첩 작성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교직에서 업무경감을 수없이 말하지만 네이스 체계가 되면서 수많은 업무들이 폭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당시 교무수첩은 왜 이렇게 작았는지 모르겠다. 을유문화사에서 출판된 미니 포켓용으로 가지고 다니기 편한 책자 크기 정도이다. 휴대하기 편하게 할 목적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교무수첩이 작다 보니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작게 기록해야 했다. 사진도 아주 작은 명함판 사진으로 붙였고 그야말로 깨알같이 적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은 전달 사항이었다. 지각하지 말 것, 수업 중에 조용히, 문단속 철저 등이 그것이다. 100년이 지나면 변할지 모르겠지만…….

이후 몇 년간의 교무수첩은 잘 보관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기도 하고 보관을 소홀히 하여 25권 정도 있어야 할 교무수첩이 채 몇 권도 못 된다. 교직 생활에서 제자를 키운 것이 보람일 텐데 그 많은 제자를 기억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교무수첩을 잘 보관만 하여도 그 속에서 많은 기억을 유추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마령고등학교 생활에서 추억을 기억할 수 있는 교무수첩을 작성해보련다.

부안고등학교 초임지, 전 담임은 몇 년 전에 정년퇴직을 했다. 교직사회가 좁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오래전부터 만나게 되었다. 역시 생각했던 것과 같이 인품이 있고 학생들에게 따뜻한 선생님이었다. 조만간에 만나 본래 주인에게 교무수첩을 전해드리려 한다. 그분도 학생 한명씩 사진을 보면서 추억을 되새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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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마을과 같은 학급과 담임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상훈(마령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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