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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n ]

들어는 보았으나 본 적이 없는 존재라고?

[정은애의 ‘퀴어 이야기’(1)] 성소수자 부모모임

편집부 기자 (2018년 06월 12일 14시)


(사진=정은애)

“분리하지만 평등하다”
우리가 가장 발달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알고 있는 미국에서 1954년까지 인종차별의 논리로 하던 말이다.
그럴듯하고 아리송한 말로 사람들을 호도하는 것이다.
그럼 이건 어떠한가?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축제를 허가하지 않을 것이며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도 재검토를 요구할 것이며 조례안에 있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의 독소조항을 삭제하겠다.”
한때는 민주화 투사라고 자칭하며 광역자치단체의 장이기도 했던 이의 선거공약이다.
어느 쪽이 더 나쁠까?
도긴개긴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한쪽은 사람들을 오래 속여 넘길 만큼 세련되었고 한쪽은 누구나 천박하다는 걸 알만큼 솔직하다고 할까.

나는 성소수자 부모이다.
정확히 말하면 ‘젠더퀴어로서 팬로맨틱 에이섹슈얼, 현재는 성전환수술을 한 FTM(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 아들’을 둔 엄마이다.
성소수자를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 트랜스젠더) 정도로 알고 있지만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50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좀 길고 복잡하지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면 그 자체가 부당한 형벌이듯이 성정체성 또한 당사자의 정체화에 따른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에, 항상 부모로서 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아들의 긴 정체성을 먼저 이야기한다.
물론 이렇게 어려운 내 아이의 성정체성을 외우게 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과 우여곡절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시하거나 부정했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성적 지향은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인정하고 지지한다.
또 당사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지도 이제는 안다 .
그건 부모나 다른 누구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왼손잡이나 얼굴색이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성소수자로 사는 것이 선택 가능한 일이라면 이렇게 사회적으로 비난 받는 환경에서 누가 그 길을 선택할까?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유년시절 혹은 성장기부터 자신의 특별한 성 정체성을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일부사람들의 차별과 혐오가 여과없이 표출되는 사회분위기에서 누구와 의논하기 힘들어하며 나아가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얼마 전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독실한 크리스찬인 한 성소수자의 말을 듣고 부모들이 전부 울고 말았다.
“하나님! 죄는 제가 지었으니 벌하시려면 저를 벌하시고 제 부모는 힘들게 하지 말아주세요.”
심지어는 부모에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많은 성소수자 자식들이 속울음을 삼키며 부모에게 묻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괴물이어도 엄마는 나를 사랑해줄 수 있어?”

미국의 통계를 보면 인구의 3.5%가 본인을 성소수자라고 가시화하였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성소수자임을 드러내는 정확한 숫자가 나와 있지 않지만, 참고 자료를 보면 어느 문화권이나 최소 3% 이상, 많게는 10% 가까이 성소수자가 있다고 한다.
그 숫자를 우리나라 오천만 인구에 대입해보면 최소한 150만명 이상이 있다는 말이고 이는 인구 30명중 1명 정도의 성소수자가 주변에 있다는 말인데 사람들은 거의 알지 못한다.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
단지 드러내지 못할 뿐이다.
오죽하면 성소수자를 ‘용’과 같다고 할까
들어는 보았으나 본 적이 없는 존재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성소수자에 대해 말하기를, 매스컴이나 나쁜 친구들 때문에 전염 혹은 세뇌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반대로 현재 대한민국의 드라마 중 99%는 남녀가 나오고 이성애 스토리인데 왜 그렇게 견고한 성별 이분법 이성애 환경 속에서도 성소수자들이 본인의 정체성을 바꿀 수 없는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성정체성이 주변의 영향을 받아서 바뀌거나 강압에 의해 전환될 수 있는지 말이다.
얼마나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자신에 대한 혼란과 사회의 혐오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갈등하는지도 말이다.

성적지향은 이제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있는 존재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세상 어느 곳보다도 학교와 가정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일이다.
참고로 소수자성에서 비교할 만한 장애인 관련 통계를 보면 보건복지부 2017년말 기준 대한민국의 장애인은 250만명이 좀 넘는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장애인을 많이 볼 수 있고, 장애인이 편안한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비장애인도 더 행복한 사회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안다.
성소수자 또한 편견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존중할 때 비성소수자도 더 행복한 사회가 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최근 발간된 성소수자 부모들이 쓴‘커밍아웃스토리’라는 책에 나오는 어느 엄마의 말을 빌어 부모들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다.
“지구가 뒤집어져도 엄마는 네 편이야!!”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들이 행진하고 있다. 제1회 전주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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