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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n ]

원초적 본능

[정은애의 ‘퀴어 이야기’(2)] 성소수자 부모모임

편집부 기자 (2018년 07월 12일 14시)


(사진=정은애)

근무하는 사무실에 커다란 관엽식물 화분이 있는데 어느날 보니 이파리가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매주 한 번 있는 회의 때마다 화분 방향을 바꾸어가며 식물이 기울지 않도록 애쓰고 있노라니 누군가 말하기를, 그 아이들은 원래 햇빛을 좋아해서 구석에 놓아 두어도 빛을 향해 온 몸을 움직인다고 한다.
햇빛 없이 물만 주면 시들시들하며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 식물의 향일성 본능이라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단순한 신념이 통하는 것을 많이 보았고, 식물에 관해서도 분재나 접붙이기를 통해 사람 의도대로 하는 걸 봐왔기 때문에 기울어진 것 정도야 반듯하게 고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한 것이 화근이다.
그 식물의 성질을 알아서 그에 맞게 관리해주어야 하는데 그저 한쪽으로 치우쳐 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번번히 바꿔 놓는 동안에 애써 햇빛을 향해 온 몸을 틀어 겨우 숨 쉬고 있는 식물은 몹시도 고생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가 말 못하는 식물일지라도 미안한 맘이 가득이다.

예전의 나라면 그냥 지나쳤을 풀잎의 몸짓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다.
나는 지정성별이 여성인 내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자아이처럼 자동차와 무기를 갖고 노는 것을 보고, 마찬가지로 남자아이 같았던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엄마를 닮았거니 생각했다.
때로 아이가 “나는 남자가 되고싶어, 난 남자라고 생각해“라고 말 할 때면 여자로 사는 게 힘든 세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비겁하게 여자인 걸 수치스러워하고 남자를 선망하느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여자아이를 좋아하는 걸 보고 레즈비언인 걸로 생각했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서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여러 번 말해왔던 ”나는 남자“라는 성 정체성을 우여곡절 끝에 인정하게 되었다.
그 후 가슴절제와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내 아들은 현재 성별 정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의 성정체성이 그간 알고 있던 지정성별과 다르다거나 성지향성이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후 처음엔 충격을 받았으나 그 사실이 내가 어떻게 해서 바뀔수 없는 본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후 아이와의 관계는 더 친밀해졌다.

그 후로 사람이나 사물을 대할 때 내가 알고 있는 보편성과 다르다 해서 편견을 갖기보다는 개별 생명체의 특별한 존재방식을 살피고 인정하는 것이 건강한 생존방식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식물을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본성에 따라 키우는 것이 더 아름답고 싱싱하듯이 말이다.

누군가는 아이를 교정 혹은 전환 치료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전환치료가 아니라 강제 전환이라고 해야겠지만.
선택의 영역이 아닌 성적 지향을 강제적으로 외부의 힘을 빌려 바꾸고자 하는 시도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있어왔다.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를 전환치료라고 부르는데 결론적으로 동성애 전환치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성애는 이미 1973년 정신질환 목록에서 제외되었고 질병이 아니기에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학적 권고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형태의 동성애 전환치료가 근본주의 보수 기독교 집단을 중심으로 계속 행해졌고, 그 과정에서 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나마 최근 들어 동성애 전환치료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미국 근본주의 보수 기독교 집단에서조차 극단적인 주장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의 폐쇄조치이다.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은 1976년 설립된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 250여개 지부를, 기타 17개국에 150여 개 지부를 가지고 있던, 동성애 전환치료를 주도하는 가장 큰 규모의 탈동성애운동 단체였다. 하지만 2013년 6월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그동안의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문을 닫는다.
그 사과문에서 단체의 회장인 앨런 챔버스는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의 활동이 동성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여긴 무지로 인해 성소수자들에게 도움보다는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미국심리학회는 이러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의료진과 동성애자들에게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하여 2009년 ‘성적 지향에 대한 올바른 치료적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출간하는데, 이 보고서는 그동안 학술지에 영어로 출판된 동성애 전환치료 논문 83편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정리하여 학회 차원에서 동성애 전환치료에 대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현재 효과가 입증된 동성애 전환치료는 존재하지 않으며, 성적 지향을 억지로 바꾸려는 치료는 치료대상자의 우울, 불안, 자살시도 등을 증가시킬 수 있어 그 치료가 오히려 동성애자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심리학회만의 의견이 아니며 다양한 보건, 의료, 심리, 상담 전문가 단체에 의해서 반복적으로 천명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사협회는 “동성애가 그 자체로 정신장애라고 가정하거나 환자가 자신의 동성애적 성적 지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선험적 가정에 근거한 소위 교정치료 또는 전환치료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학회의 공식 정책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트렌스젠더 성정체성 역시 2018년 6월 18일 올해 발간될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ICD-11)에서 이들 항목을 모두 삭제한다고 밝혔다. 트렌스젠더 정체성은 치료받아야할 질병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에 따라 트렌스젠더가 더는 정신장애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며, 그렇게 정의하는 일은 트렌스젠더에 대한 엄청난 사회적 낙인을 유발할 수 있다며 “트렌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더불어 더 나은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자료들을 보고도 전환치료 운운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일부 극단적인 보수 기독교계의 신념일 뿐이며 나아가 그 무지로 인해 이 사회에서 같이 살고 있는 많은 성소수자들에게 부당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부당한 행동은 그들 일부가 하는데 왜 부끄러움은 상식과 합리에 기반한 대다수 시민들의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2018년도 4월에 영국 BBC방송의 의뢰로 ‘다양성 포용도’를 조사했는데 한국은 전세계 조사국 27개국 중 부끄럽게도 26위를 했다고 한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들이 행진하고 있다. 제1회 전주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4월 4일.

다행히도 최근에 삼성전자가 미국 성소수자 문화제인 프라이드 위크 기간(20118.6.18~6.22)을 맞아 문화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뉴욕 프라이드위크는 세계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축제로 꼽히는데 삼성전자가 미국 뉴욕에서 프라이드 기간 중에 LGBTQ+(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 성소수자들을 환대하였다고 한다.
또한 글로벌 기업 구글코리아는 기업의 홍보총괄전무가 서울퀴어문화축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달라며 구글 직원 20여명과 함께 서울시내에서 행진하였다.
구글코리아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인권증진을 위해 사내공모를 통해 후원금을 꾸준히 지원하고, 성소수자인권에 편견을 가진 고객들의 불만과 항의에 대해서도 회사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옳은 가치를 실현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참고로‘다양성 포용도’조사 1위 국가인 캐나다에서는 트뤼도 총리부부가 수천 명의 퀴어퍼레이드에서 “모든 건 우리가 캐나다를 비범하고 강하게 만드는 다양한 정체성의 결을 어떻게 축하할 것인가의 문제" 라며 행렬을 이끌었고, 프랑스도 프라이드 축제 때 마카롱총리가 ”프랑스는 무지개입니다. 우리는 다양성이 풍부합니다, 자랑스럽게 생각합시다“라고 축하메시지를 남겼다.

나라 안팎에서 이렇게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마땅한 관심과 지원을 표할 때 우리 사회도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다양성을 수용할 때 살아남고 강해지며 단일성과 편협함으로는 결국엔 도태되고 마는 것이 자연계의 섭리임을 생각한다면 이제 갖가지 비논리적인 이유를 들어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일부의 보수 기독교신자들도 그 혐오를 멈출 때가 되었다.
또한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알게 되리라 믿는다.
부끄러움 또한 생존을 위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좀 더 고급한 사회적 본능이니까 말이다.


* 지정성별 : 출생시 성기의 모양이나 형태를 기준으로 출생증명서등 문서에 기록된 성별. 간성이나 트렌스젠더 같은 경우 본인이 정체화하는 성별과 지정성별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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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들어는 보았으나 본 적이 없는 존재라고?
[정은애의 ‘퀴어 이야기’(1)] 성소수자 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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