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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년07월09일20시57분

홈리스, 빈곤, 여성·성소수자 차별 등 한국사회 민낯 그려

[전주국제영화제] 2. 한국경쟁 부문 11편 ...125편 출품, 11편 선정


  (  문수현   2020년 05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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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리스> 스틸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총 38개국 180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이들은 크게 다음의 12개 섹션[부문]으로 나뉜다.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마스터즈, 월드시네마-극영화, 월드시네마-다큐멘터리, 코리안시네마, 시네마천국, 영화보다 낯선, 퀘이 형제: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 KBS 콜렉숀: 익숙한 미디어의 낯선 도전.

이들 섹션들에는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영화들이 준비돼 있는지 살펴본다. 주최 측의 영화 소개를 참조하되, 전북교육신문이 주목하는 작품들을 좀더 강조했다.

2. 한국경쟁(장편) 부문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는 125편이 출품돼 그 가운데 11편의 영화가 선정됐다. 극심한 빈곤과 고통, 갑의 횡포와 을과 을의 대립,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등 오늘날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우선 몇 편의 여성영화 및 퀴어영화가 눈길을 끈다.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2020년, 114분, 극영화)는 여성 노동을 다룬다. 여성에 대한 차별에, 하청 업체에 대한 차별까지 겪게 되는, 하지만 당당하게 맞서는 여성의 모습을 담았다. 이주 노동자를 다룬 단편 <복수의 길>(2005)과 <소년 감독>(2008)을 연출한 이태겸 감독 작품이다. <소년 감독>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시선상 수상작이다.

전주 출신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갈매기>(2020년, 75분, 극영화)는 가까운 이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거대 담론에 짓눌려 지내던 변방의 존재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세상의 편견을 물리치고 뒤늦게 자신만이라도 자신의 편이 되기로 한 오복(주인공)이 거듭 ‘각성’해 가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그동안 조·단역으로만 낯이 익었던 배우 정애화의 연기 또한 감동에 힘을 더한다.

<담쟁이>는 성소수자와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사고로 엄마를 잃은 소녀가 이모, 그리고 이모의 파트너와 함께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본질을 되묻는다. 단편 <말할 수 없어>(2017)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와 인도 뭄바이 퀴어영화제 등에 참가한 바 있는 한제이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 <갈매기> 스틸

<괴물, 유령, 자유인>(2020년, 78분, 극영화)도 성소수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영화다. 17세기의 스피노자와 현대의 성소수자를 연결하며 진정한 ‘자유’의 길을 모색한다. 도전적인 영화 언어가 돋보이며, 신파적 요소나 사회에 대한 고발이 없는 새로운 감수성의 퀴어영화다. 감독 홍지영은 <스피노자의 편지>(2018)를 포함해 5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아모르, 아모르 빠티>(2016)로 2016년 충무로단편영화제에서 촬영상을 수상했다.

빈곤 문제 또한 여러 편이 다루고 있는 주제다. <사당동 더하기 33>(2020년, 124분, 다큐멘터리)은 동국대 조은 명예교수가 지난 33년 동안 한 가족의 삶을 추적한 기념비적인 다큐멘터리다. 사당동에서 살다 재개발 사업으로 쫓겨나 상계동에 새 둥지를 튼 한 가족을 꾸준히 추적해 온 다큐로, <사당동 더하기 22>(2009)의 후속작이다.

영화 <홈리스>(2020년, 83분, 극영화)는 주거 문제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절망감을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담아낸 영화다. 한결과 고운은 갓난아이 우림을 키우며 살아가는 어린 부부. 얼마 안 되는 전 재산을 부동산 업자에게 사기 당해 집도 절도 없는 신세다. 결국 이들은 짐을 끌고 다니면서 찜질방에서 매일 밤 잠을 청한다. 한결은 스쿠터로 배달 대행 서비스를 하고, 고운은 우림을 안은 채 전단지를 붙이지만 두 젊은이의 힘만으로 살아갈 방을 구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홈리스>는 주거 문제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절망감을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담아낸 영화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머물 자리 한 칸을 찾을 수 없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묘사한다. <엘리제를 위하여>(2018)를 연출한 임승현 감독의 첫 장편이다.


▲ <담쟁이> 스틸

<빛과 철>(2020년, 107분, 극영화)은 어느 밤 벌어진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삶의 한계점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살고 있는 두 여성이 고통의 근원이 상대방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감독 배종대는 <고함>(2007), <계절>(2009), <모험>(2011) 등의 단편을 연출했다. <빛과 철>은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정연경 감독의 <나를 구하지 마세요>(2020년, 96분, 극영화)는 경제적 빈궁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모녀의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비추는 영화다. 신동민 감독의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2020년, 73분, 극영화)는 자질구레한 삶의 흔적들을 통해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김나경 감독의 <더스트맨>(2020년, 91분, 극영화)은 노숙자 집단 속에서 살아가는 한 젊은이가 예술을 통해 새 삶의 가능성을 얻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는 영화다. 김종재 감독의 <생각의 여름>(2020년, 82분, 극영화)은 시인이 되기를 꿈꾸는 한 여성의 나날을 그린다. 시작(詩作)을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좌충우돌하면서 한 뼘 자라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속 - 3. 한국단편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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