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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 ]
[인터뷰] 태권도의 그랜드마스터 이규형 사범

"아이들에 최대 영향은 법이 아니라 스승의 마음가짐과 행동"


편집부 기자 (2014년 05월 27일 15시12분34초)


[인터뷰·기사=김소정 객원기자]

“모든 제자들이 존경하는 스승, 모든 태권도 지도자들이 닮고 싶어 하는 사범.”

사범(師範)은 ‘모든 행동과 학덕이 남의 스승이 될 만한 모범’을 뜻하는 단어다. 그 직함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교사는 많은데 스승은 없다”고들 하는 요즘, 이규형사범은 태권도를 통한 인성교육으로 건강하고 반듯한 대한민국 인재를 양성해내고 있다.

제자를 통해 스승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법. 그의 제자들은 연예계, 운동계, 법조계, 의료계 할 것 없이 자신의 영역에서 예의와 성실함으로 인정받고 있다.

 

교육자 스스로 교과서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만큼 훌륭한 교육은 없다. 이규형사범은 늘 스스로 교과서가 되어 제자들에게 읽혀지고 그 책을 읽는 제자들은 스승의 모습을 닮아나간다.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이들은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인물로 이규형사범을 든다. 그리고 그 이름 앞에 ‘겸손과 모범의 교과서’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대한민국 톱스타 김혜수가 한 토크쇼에 나와서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 존경하는 분이라 칭한 사람. 태권도인이라면 이규형사범의 제자로 김혜수와 믹키유천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한국태권도연구소 사무총장인 변관철씨는 6년간 국가대표 시범단 활동을 하면서 5년간 이규형사범을 보좌했다. “인자하면서도 늘 솔선수범하고 빈틈없는 분을 모시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며 보좌관 시절의 일화를 들려줬다.

“국기원에서 오전 10시부터 시범단 연습이 있었기에 저는 30분 전에 나와 문을 열고 운동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9시 반에 도착하면 저보다 먼저 이규형단장님이 와계셨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엔 9시에 도착했는데도 단장님이 먼저 와서 수련하고 계셨습니다. 나중엔 오기가 생겨 수련시간 1시간 반 전인 8시 반에 도착했죠. 그런데도 단장님은 홀로 수련하고 계셨어요. 언제 오시는지 너무 궁금해서 연습 전날 국기원 탈의실 의자에서 쪽잠을 잤습니다. 한참을 자고 눈을 떠보니 아침 7시 50분, 단장님이 오셨나 두리번거렸더니 익숙한 양복 한 벌이 걸려 있었습니다. 혹여 곤히 자는 제자의 잠을 깨울까 봐 조용히 도복을 갈아입고 수련에 열중하고 계셨어요.”

약속을 지키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는 제자들과의 약속에서도 항상 30분 먼저 와서 기다린다.

계명대학교 태권도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학생들보다 일찍 나와서 강의실을 청소하고 책상을 정리하는 것이 그의 일과 중 하나였다. 내 제자들이 깨끗하고 반듯한 환경에서 바르게 배워나가길 바라는 스승의 마음을 그는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강의실로 향하는 복도를 지날 때면 눈에 보이는 쓰레기란 쓰레기는 모두 줍는 모습에 한 제자가 “교수님, 청소하는 분들이 있는데 왜 힘들게 보이는 쓰레기마다 다 주우십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답은 이랬다. “길은 그냥 길 일 뿐이지만 내가 지나간 순간 내가 지나온 길이 됩니다. 그리고 내 제자들이 지나올 길이기도 하지요.”

15도로 인사하는 제자에게 45도로 받아주는 스승, 45도로 인사하는 제자에게 90도로 받아주는 스승. 그것이 제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스승 이규형’의 모습이다.

얼마 전 TV에 방영된 ‘우리동네 예체능’의 격파사범으로도 유명한 대한민국 태권도의 그랜드마스터 이규형사범과의 대담을 통해 이 시대 참스승의 면모와 교육의 길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다음은 전화통화와 서면을 통해 이규형사범과 나눈 문답의 내용이다.

 

김) 얼마 전 KBS <우리동네 예체능> 출연으로 화제가 되셨습니다. 인기는 실감하고 계신가요?

이) (웃음) 동네 헬스장에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합니다. 트레이너들이 제 운동량과 몸을 보면서 대단하다며 “도대체 뭐하시는 분이냐?”고 궁금해 하면 “그냥 평범한 일 하면서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뿐입니다”라고 했는데, TV에 나온 뒤론 들통이 나버렸네요(웃음). 본방 외에도 재방송과 케이블까지 나오다보니 많은 사람이 알아봐 주십니다.

김) 출연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 KBS측에서 프로그램 취지를 전하면서 태권도의 상징적인 인물로 섭외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태권도가 침체되어있고 주변의 태권도인들이 “태권도를 알리고 태권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며 출연을 권유했습니다. 조금이라도 태권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 고심 끝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김) 수련과정이 쉽지만은 않던데 태권도수련 경험이 없거나 많지 않은 연예인들이 그 과정을 잘 따라 주던가요?

이) 일반인들 4,300여 명이 신청하여 그 중 12명을 뽑고, 다시 6명은 격파, 다른 6명은 겨루기로 나눠 연예인 팀과 대결하는 구도였습니다. 매일 수련을 하는 일반인 팀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국 저와 함께 수련에 임한 연예인 팀이 승리를 했지요. 바쁜 스케줄을 뒤로하고 카메라가 꺼진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힘든 훈련에 성실히 임해준 연예인 팀의 땀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호야, 서지석씨 같은 경우 개인지도를 부탁해서 밤늦게까지 함께 수련하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연예인 팀이 승리한 것에 대해 굉장히 놀랐지만 그 이면엔 ‘성실’과 열심‘이라는 무기가 있었습니다.

김)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에서 태권도 시범을 안무하고 총지휘하신 것으로 압니다. 성인과 초등학생 1001명이란 대규모 인원이 참여했고 전 세계가 극찬한 시범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어린 초등학생들이 상당수 함께 하고 있었기에 그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당시 훈련과정에서 일화가 있다면?

이) 시범을 한 학생은 250명 정도였지만 당시 훈련에 임했던 초등학생들은 450여 명 정도였을 겁니다. 그 중에 40여 명의 미동초등학교 시범단원을 제외하고는 흰띠 정도의 수준이었고요.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400명이 넘는 아이들을 모아놓으니 강당이 떠나갈 소음이 계속됐습니다.

처음 모인 날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여러분 지금 신나고 재밌는 것 같은데 그럼 계속 떠들까요?”라고 물으니 아이들이 “예!”하고 목청 높여 대답했습니다. 다음날에도 같은 질문을 하니 목소리가 줄어서 “예”하고 대답이 나옵니다. 거기에서 운동하고 싶은 사람과 떠들고 싶은 사람을 나누니 반 정도 됐습니다. 10일쯤 지나자 수련에 임한 아이들도 소음에 지쳐있었고 떠들던 아이들도 지쳐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하지 않고 떠드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불편을 주는지’ 가르쳤죠.

훈련 당시 아이들에게 ‘운동하는 사람에겐 당분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가르치며 아이들 수대로 사탕 450개를 놓고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발 빠른 녀석들이 뛰어와 단숨에 사탕 450개를 다 가져 갔죠. 다음날 사탕을 가져간 사람은 손들어보라고 했더니 15명 정도가 손을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매우 빨라서 사탕을 가져갔으니 오늘은 맨 뒤에 서 계십시오”라고 말하고 같은 방법을 반복했습니다.

한 달여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내가 많이 가짐으로써 마음 아파하는 아이들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아 나갔던 것이죠. 스스로 질서의 중요성과 과욕의 위험성을 깨우친 것입니다. 그 뒤론 사탕을 갖고 가라고 하면 자발적으로 한 줄을 서서 차례를 지키며 하나씩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김) 아이들에게 좋은 스승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요?

이) 어린이들에겐 법의 잣대를 적용하지 못합니다. 법이 필요 없다는 것은, 부모나 선생의 관심 아래 둘 의무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80% 이상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스승의 마음가짐과 행동이라 봅니다.

김) 인성이란 것이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품도 있다고 봅니다.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시며 인간됨됨이 교육에 있어 한계를 느끼신 적은 없으신가요?

이) 서울 미동초등학교에 있을 땐 시범단원들 말고도 학교에서 손쓸 길 없는 이른바 문제아들이 학교와 부모의 부탁으로 예외적으로 시범단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중 손버릇이 나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물건을 훔치면 그곳에 함께 찾아가 “내 제자의 허물은 제자의 잘못이 10%라면 잘못 가르친 제 잘못이 90%입니다”라고 거듭 사죄하고 물건 값을 변상하곤 했습니다. 그 아이에게 “네가 죄인이 되면 너를 가르친 나도 죄인이 되는 것이다.” “네가 한 일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이것을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는다면 넌 분명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바꿔놓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심리적으로 불안해있는 아이들이 대다수이기에 혼내고 벌주기보다 오히려 더 많이 감싸주다 보면 바뀌어 나갑니다. 물론 힘든 아이들이 있기 마련입니다만 그런 아이들에겐 더 정성을 들입니다. 그 아이들이 반듯하게 성장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볼 땐 보람을 느낍니다.

김) 이규형 사범님 제자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배우 김혜수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건강미인의 아이콘이기도 하지만 사범님의 애제자이기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미동초등학교 시절 김혜수씨와의 웃지 못 할 사연에 대해 한 인터뷰를 통해 본 것이 기억납니다.

이) 우리 혜수는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제자입니다. 명절이면 찾아와 세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화로 안부도 전하며 여전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의바르고 당당한 혜수와 미동초등학교 태권도 시범단 단장으로 있을 당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죠.

약속에 대한 중요성을 가장 강조했기에 아이들이 1분이라도 늦으면 운동장을 뛰어야했습니다. 그렇지만 저 또한 예외일 순 없었고 예외로 두어서도 안 되었죠. 모범을 보여야 하는 스승의 자리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내가 1초라도 늦는다면 운동장 100바퀴를 뛰겠다”고 약속을 했죠.

늘 수련시간 1시간 전엔 나왔던 터라 늦은 적이 없었는데 아침 운동 나가기 전에 빈속을 채우려고 마신 우유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1달이나 지난 우유였던 거죠. 훈련을 나가다가 다시 급히 집으로 돌아와 20차례 화장실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탈진지경이었지만 약속을 깰 순 없었기에 겨우 몸을 가누고 학교에 도착했죠.

정신력으로 버티며 훈련지시를 하려는 찰나 한 학생이 “사범님 2분 늦었습니다”라고 했죠. 시계를 보니 정말 2분이 늦었습니다. 눈앞이 캄캄했지만 약속은 지켜야하기에 아픈 배를 잡고 운동장을 100바퀴 뛰었습니다. 저를 100바퀴 뛰게 했던 당돌한 학생이 혜수였습니다(웃음).

김) 아이들에게 사실을 말하고 양해를 구할 수는 없으셨나요?

이) 학생들에게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내가 어떤 이유에서든 변명을 해서 상황을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뛸 수 없는 상태였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죠. 아이들에게 패널티를 줄 때는 그 아이들의 잘못만 바라봐선 안 됩니다. 아이들에게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운동장 7바퀴를 뛰라고 했다면 지도자가 약속 불이행 시엔 70바퀴를 뛰겠다는 각오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 공감대와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죠.

김) 많은 제자를 가르쳤습니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거나 기억에 남지 않는 제자가 없는 줄로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제자와의 인연이 있으신가요?

이) 미동초등학교에 있을 때 거기서 근무하다가 다른 학교로 전근 간 선생님이 계셨어요. 그런데 전근 간 학교의 동료교사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초등학생 자녀가 정신질환을 앓았는데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각한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때 미동초에서 근무했던 교사가 어린이시범단 얘기를 하며 태권도를 배워볼 것을 권했다고 합니다. 그 교사는 곧장 교육위원회에 찾아가 사정 설명을 하고 자녀를 미동초등학교로 전학을 시켰고 태권도 시범단에 입단시켰죠.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그 아이는 건강을 되찾아 성실한 학교생활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김) 미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태권도를 통한 인성교육이 각광받고 있나요?

이) 미동초 제자였던 아이가 성인이 되어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아르바이트로 학교에서 태권도를 가르쳤습니다. 미동초에서 배운 그대로 미국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그게 200% 이상의 가치를 내며 인정을 받으며 성공을 했습니다.

처음엔 미국아이들을 한국스타일로 가르치다보니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자유로운 미국아이들은 식사습관 또한 자유분방해서 식사예절에 문제가 많이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태권도 수련학생들과 규칙을 정해서 30분 안에 식사를 끝내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 먹는 것으로 하자는 약속을 정했다고 합니다. 또한 먹을 것이 없어 밥을 굶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식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이런 행복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밥을 먹게끔 식사예절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30분이 넘어도 다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몇 명 생겼죠. 이 아이들이 집에 가서 “사범님이 나한테 밥을 못 먹게 했다”고 전해버린 거죠. 부모들은 교장에게 항의전화를 하고 교장은 사범에게 자초지종을 묻게 되었어요. 사범은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고 식사예절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임을 설명했고 교장은 그의 교육법에 공감하며 오히려 부모들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그런 작은 습관 하나하나를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긍정적으로 변했고 태권도 사범을 신처럼 떠받들게 되었다고 합니다(웃음). 선생님들이 손을 놓은 아이들도 사범님의 얘기에는 절대적이 되었다고 하네요.

김) 요즘의 태권도 교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요즘 태권도 지도자들은 잘못된 판단으로 태권도를 재미와 흥미위주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곳의 아이들을 보면 지적, 정서적 발달은 정체되어있고 많이 산만해져 있는 경향이 나타나죠. 집중력이나 인내는 인성과 친밀히 연관되어있는데 태권도를 놀이위주로 하다 보니 그것을 채워주지 못한 것이죠.

 

김) 학교와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의 문제는 어디서 기인한다고 보시나요?

이) 예전에 비해 요즘의 부모들은 학력수준이 올라갔습니다.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분들이죠. 그러다보니 교사가 아이들을 바르게 교육하기 위해 잘못을 탓할 경우 부모가 와서 항의하는 경우가 다반사죠. 그러다보니 담임들도 ‘나는 이 아이를 사람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데 부모가 거기에 항의를 하니, 어차피 1년 지나면 담임 바뀌는데 잘되든 못되든 신경 쓰지 말자’는 마음을 갖기가 쉽지요. 그러다보니 교사들이 스승으로서 아이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게 가르치고자하는 사명감보다는 생계수단으로 교직이 전락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죠.

김) 앞으로 일정은 어떠십니까?

이) 얼마 전에 세미나 요청이 있어 일본과 호주에 다녀왔고 6월에도 미국에 초청되어 세미나를 하러 갑니다. 국기원 시범단 단장 시절에는 시범으로 세계를 다녔지만 지금은 세미나 요청이 계속 들어와서 세계를 무대로 태권도를 알리고 있습니다.

다음은 이규형사범이 직접 보내온 그의 태권도 교육방침이다.

※ 태권도 교육에 있어서 제자를 위한 이규형교수의 교육방침

1. 사범은 제자를 생각할 때 사범을 위한 부속물로 생각하기보다는 제자들을 위해서 희생과 봉사하는 사범이 되어야 한다.
2. 사범은 제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되 절제 있는 사랑을 해야 한다.
3. 사범은 제자들에게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여 지켜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심성을 바르고 착하게 하는 것이다).
4. 사범은 제자들에게 최고가 되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기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르친다(태권도경기에서 금메달보다 인간됨됨이의 금메달이 중요하다).
5. 사범은 제자에게 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독립심과 책임의식을 길러준다.
6. 사범은 가정․학교․체육관 등 문제가 발생 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함으로써 제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도록 한다.
7. 사범은 제자들에게 심신 수련하는 방법을 알려주어 스스로 연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목표․계획․단계적인 훈련․기술개발).
8. 사범은 제자들의 각자 잠재 능력과 훈련에 의한 가능성을 파악하여 능력에 적합한 특기를 지도한다.
9. 사범은 말로 하기보다 마음가짐․언행․행동․약속한 내용의 실천 등 제자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모범적인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언행은 부드럽게, 의지는 굳게).
10. 사범은 제자들에게 인격의 기초가 되는 예의․정직․우정․믿음․애국심 등 명확한 규칙․질서의식․상대의 인격존중을 인내로서 도덕적 덕목을 지키도록 교육시킨다.
11. 사범은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연구할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12. 사범은 제자들에게 '만나는 사람마다 교육의 기회로 삼으라'고 지도한다(한문에 만물교아(萬物敎我)란 말이 있듯이 만나는 사람이 모두 그의 스승이며 모든 사물이 다 나를 가르친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면 사회는 훌륭한 학교요, 역사는 위대한 교과서요, 자연은 뛰어난 진리의 교실이요, 만나는 사람이 모두 나의 선생님 이다. 누구한테서나 배우고자하는 겸허한 마음처럼 훌륭한 마음이 없다.)
13. 사범은 제자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 도움이 될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지도한다.

이규형사범이 전하는 교육에 대한 메시지는 간략하지만 강렬했다.

“제자들은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이들의 미래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으로 가르쳐야 된다. 나보다 뛰어난 제자를 만들기 위해 교육자가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전하는 이규형사범의 교육의 핵심은 ‘기다림과 사랑’이다.

그의 제자들은 태권도를 배우며 스승으로부터 “태권도 사범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배웠다. 그러기 위해 학교생활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 이규형 사범은 “학생이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이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동초등학교 제자들에게 “첫째는 건강, 둘째는 정신력, 셋째는 자신감이고 마지막으로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호신능력이 갖추어졌을 때 충실한 학교생활이 이루어진다”고 가르쳤다.

부모들의 학력수준이 향상되면서 교사들을 지배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나’ 외의 다른 것은 돌아보지 못하는 아이들에 의해 교사들은 설 곳을 잃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스승으로서 아이들을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만들겠다는 사명이 아닌 생계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교육을 생각하는 교육자들이 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전하는 이규형사범.

그는 단장님, 교수님, 사범님 등 여러 호칭으로 불리지만 스승 그 이상의 가치로 많은 이의 가슴에 새겨져 있다.

이규형사범의 교육방법은 ‘교권이 실추되었다,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하는 교육현실에서 교육의 본질은 결국 어떤 교육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교육자가 가르치느냐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어릴 적 배웠던 자전거 타는 법은 커서도 잊지 않는다. 오랫동안 페달을 밟아보지 않았더라도 이내 타는 법을 익히게 된다. 그것이 몸으로 배운 교육의 강점이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수많은 교육자들은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교과서나 성적 향상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이 아닌 스승 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 교육자로서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도 중요하겠지만 훌륭한 인성을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한 투자의 중요성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 초등학교 교장의 말처럼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 그렇게 좋은 스승이 만들어지면 좋은 제자도 만들어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이규형사범 프로필>

전북 장수 출신. 태권도 공인 9단. 세계태권도연맹 국제사범 및 국제심판. 세계순회대사. 계명대학교 대학원 체육학전공(이학박사).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국가대표 태권도 시범단장. 옛 소련에 태권도 최초 보급. 스포츠 인을 위한 미국대통령 표창(빌 클린턴,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세계평화상(세계평화재단) 수상. 86아시안게임 개회식 태권도 시범 지휘. 88서울올림픽 및 국제장애인올림픽 개회식 시범 지휘.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 폴란드 영부인 방한 및 IOC 사마란치 위원장 방한 등 세계 각국 귀빈 방한 시 어김없이 하얀 도복과 빛바랜 검은 띠를 매고 함께하는 인물. 저서에 『What is Taekwondo Poomsae?(태권도 품새란 무엇인가?)』(2010) 등이 있고, 논문으로 「초등학교 아동의 태권도 수련과 인성발달의 관계」(박사학위 논문, 2002) 외 20여 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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