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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 ]

“교육 본질은 배움 통한 성장”

[인터뷰] 차상철 전북교육정책연구소장

문수현 기자 (2015년 02월 17일 02시)


지난 13일 전북교육정책연구소 차상철 소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전북교육정책연구소는 전라북도교육청 직속기관인 전라북도교육연구정보원에 딸린 연구소다. 이곳에서 교육의 새로운 전망을 실험하고 있는 차 소장은 전북 교육민주화운동의 1세대다. 전교조 건설 과정에서 투옥당한 뒤 5년간 해직교사 생활을 했고, 합법 전교조 전북지부의 1·2기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 대화는 차 소장이 한 지방신문과 가진 짧은 대담 이후 10년 만의 언론 인터뷰이자 최초의 심층 대담이다. (편집자)

○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소장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부터 시작할까요?

차) 먼저 전북교육정책연구소를 소개할 기회를 갖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1981년에 교사로 임용됐어요. 1989년 전교조 활동을 시작했고 1994년까지 5년간 해직생활을 했습니다. 김영삼 정권 때인 1994년에 복직해서 5년간 삼례공고에서 근무했고, 1999년에서 2002년까지 4년간 전교조 전북지부 합법 1·2기 지부장을 했어요. 그 뒤로 2년간 전교조 본부에서 사무처장을 지냈고, 잠깐 지역으로 내려와 복직해 있다가 본부 장혜옥 위원장 체제에서 수석부위원장을 지냈습니다. 그 뒤 다시 복직해 있다가 2010년도에 김승환 교육감 취임준비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일했어요. 2011년도에는 전북교육정책연구소를 맡아 벌써 3년 6개월째 일하고 있습니다.

○ 전북교육정책연구소는 어떻게 태동하게 됐나요?

차) 2010년도에 김승환 교육감 취임준비위원회가 제안한 데서 비롯됐지요. 교육부문에는 교육개발원, 교육과정평가원, 청소년정책연구원, 직업능력개발원 등 많은 국책연구기관이 있는데 지방교육청에는 정책을 생산하고 연구하는 기관이 전혀 없었어요. 비록 직선교육감은 처음일지언정 간선으로나마 교육자치를 시작한 지는 오래인데, 지방교육청에 자기 정책을 생산하는 기구가 없다는 건 절름발이 지방교육자치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행정적으로만 지방교육자치가 이루어졌던 거죠. 그래서 김승환 교육감 1기 취임 당시 취임준비위 활동 결과 중 하나로 연구소 설립에 관한 제안을 담았던 겁니다.

○ 누가 그 같은 제안을 했는지 궁금하군요.

차) 취임준비위 구성원들이 의견을 개진한 겁니다. 그 뒤 교육감 취임 1년이 돼서 연구소 설립이 결정됐고, 저에게 소장직을 맡아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고민 끝에 맡게 된 것입니다.

○ 초창기에 어려움이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차) 맞아요. 사실 전국 어디에도 그런 기구가 없었으니까요. 처음 시작한 자의 어려움이 컸죠. 당시 A4용지 넉 장에 조직의 밑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시작은 전문직 2~3명, 파견교사 1명, 일반직 2명을 비롯해 모두 7명이었어요. 첫 여섯 달 동안 다른 연구기관들을 찾아가보고 우리 나름대로 규정도 만들고 기초 작업을 해나갔죠. 첫 연구는 교원연수활성화방안이었어요. 교육감이 부여한 과제였지요. 전북의 교원연수가 교원들에게 감동이나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봤던 거죠. 아무튼 우린 심혈을 기울여 연구했고 지금은 연수원 연수가 질적으로 크게 개선이 돼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연구소는 지금까지 3년간 모두 63개 연구과제를 수행했어요. 1년에 21개 과제씩 한 셈이죠.

○ 그 연구과제들이 몇 개 범주로 나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차) 그렇습니다. 크게 정책과제, 주요과제, 현안과제, 공동과제로 분류하고 있어요. 정책과제는 도교육청 실무부서 등에서 요청한 과제이고, 주요과제는 반대로 정책연구소가 전북교육의 장기 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선정하는 과제입니다. 현안과제는 말 그대로 특정한 시점에 현안으로 떠오른 과제이고, 공동과제는 다른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과제이죠. 이밖에 현장 교사들을 공모해 진행하는 연구프로젝트과제, 동아리과제도 있습니다.

○ A4용지 넉 장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거기에 뭘 적어 넣으셨죠?

차) 주로 전북교육청이 중장기 방향을 어떻게 잡아갈 것인지, 장기적으로 연구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를 적었습니다. 다시 말해 연구소가 지향해야 할 비전이나 원칙, 그리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을 어떤 식으로 편제하고 운영할 것인가를 그린 것입니다. 그를 바탕으로 초창기 구성원들과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인간존중 전북교육 실현’을 연구소의 전망으로 설정하게 된 것이고요.

○ 어떤 고민이 담긴 전망입니까?

차) 일각에서는 한국교육이 압축된 산업화시대를 선도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일제식민지시대부터 군사독재시대에 걸쳐 형성된 권위주의 문화와 통제 문화가 학교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또 하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추진되면서 경쟁교육이 강화됐다는 것이고요. 한국교육의 가장 큰 모순은 지나친 경쟁교육과 통제중심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낡은 틀로는 우리 교육이 아이들한테 행복도 줄 수 없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미래사회의 비전을 담아낼 수도 없습니다. 그걸 극복할 대안으로 인간존중 전북교육 실현이라는 전망을 설정한 것입니다.

○ 정책연구소 3년 반이 흐른 지금, 그 같은 전망에 대한 잠정적인 평가가 가능할까요?

차) 성과가 하루아침에 나타날 수 없고, 사회체제나 정책과 맞물려 있어 쉽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혁신학교나 학생인권, 수업과 학교문화 바꾸기, 학교자치 등 전반적인 분야에 스며들고 있는 과정이라고 봐요. 또 연수가 활성화되면서 교사들의 변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소장님 보시기에 교사들이 바뀌고 있나요?

차) 옛날엔 교사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움직이는 문화가 별로 없었던 베 비해, 지금 전라북도에는 교사 동아리가 400~500개나 운영되고 있어요. 우리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교사들 사이의 민주적 협의문화에요. 그 다음은 협의에 그치지 말고 학습공동체를 꾸려 공부하라는 것이고요. 그래서 동아리활동을 적극 권장하면서 지원하고 있는 겁니다. 교사들이 옛날처럼 혼자씩 분산돼있지 않고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건 바람직한 변화라고 봅니다.

 
(전북교육정책연구소 차상철 소장)

○ 정책연구소의 연구 활동에 원칙이 있다면?

차) 그 역시 초창기에 얘기됐어요. 많은 국책기관들이 연구결과를 내놓지만 학교현장에선 그게 탁상공론이라는 얘기가 많아요. 우리는 연구소의 연구활동의 제1원칙을 현장밀착형 연구로 설정했고, 현장과 소통하는 것을 가장 중심에 놓자고 얘기했어요.

○ 지금 전북교육정책연구소를 다른 시도교육청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차) 우리가 출범하고 나서 전남이 생기고 광주가 생기고 경기도가 재단법인으로 연구원을 만들었어요. 전국 대부분의 시도에서 현재 연구소를 설립 중이에요. 서울, 충남, 충북, 경남, 부산, 제주, 세종 다 하고 있어요. 보수와 진보를 떠나 12~13개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우리 연구소를 이미 방문했고, 우린 아예 자료를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어요.

○ 물론 전북이 단초가 된 것이지만, 그렇게 퍼지게 된 시대적 요구도 있다고 보세요?

차) 직선에 의한 민선교육감 시대로 이행하면서 교육의 가치에 대한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중앙정부가 관행적으로 해왔던 기존의 교육패러다임과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이 충돌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교육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정책을 뒷받침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정책 연구·생산 기구가 당연히 필요했던 겁니다. 지방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요구들을 담아낼 수 있는 정책생산기구가 필요하다는 걸 느낀 거죠.

○ 연구소의 정책생산 기능은 과제연구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있나요?

차) 그렇지 않습니다. 연구활동은 연구소 업무의 일부분이에요. 연구소 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교육정책 분석 및 대안 제시, 연구 활동, 정책네트워크 구성, 사회적 쟁점 선도 등이 그것이에요.

○ 화제를 돌려볼까요. 교원의 학습연구년제와 관련해서 최근 한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있었죠. 올해 학습연구년제가 정책연구소에 인력과 예산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는데요.

차) 기존처럼 대학교수들한테 비용 지불하고 지도받으면서 연구년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정책개발 활동에 참여도 하고 우리 연구진들로부터 연구 활동 지도도 받으면서 연구년 활동을 하게끔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겁니다. 다른 시도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전남이나 강원, 경기 같은 곳에서도 대다수 교원이 대학보다 연구정보원을 훨씬 선호해요. 그리고 연수비용도 전혀 정책연구소가 쓰는 돈이 아니에요. 도교육청이 관리하는 목적성경비기 때문에, 연수프로그램 개발비로밖에 쓸 수 없거든요. 그 비용도 1인당 300만원에 불과하고요. 게다가 인력 부분에서도 일반학습연구년제 17명 외에 정책연구원제 15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는 11명뿐이어서 15명 중 5명을 정책연구소에 배정한다는 본래 계획도 수정해야 할 실정이에요. 우리가 인력과 돈을 지원받는다는 주장은 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얘깁니다.

○ 서두에 교육운동에 참여해 온 이력을 간략히 말씀해주셨습니다만, 교육운동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차) 제가 백운중학교에 있을 때 기억입니다. 아이들이 중학교 졸업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취업을 하는데 부산 냉동공장의 10~20미터 지하 냉동창고에 들어가서 일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 척박한 곳에 취업해서 아이들이 고통 받는 걸 보면서 사회적 모순을 고민한 거죠. 이 모순은 공부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그러다 고산고등학교에 가서 86년 교육민주화운동, 87년 6월 항쟁, 89년 전교조 창립에 소수지만 젊은 교사들과 함께 참여했어요. 전교조 창립 당시엔 주도적 역할을 하고 구속되고 해직됐던 거죠.

○ 끝으로 정책연구소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가실 것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차) 우리 교육체제에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해요. 작년 416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의 전반적인 혁명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게 드러났어요. 아이들이 그 삶 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이 현재 요구되는 교육의 패러다임이라고 봐요. 교육의 본질이 배움을 통한 성장이라고 할 때, 그에 충실할 수 있는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걸 구체화시킬 계획을 만들어야겠죠. 어떤 사람은 심지어,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교육은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공감합니다. 그 같은 성찰적 입장에서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전망을 만들어가는 연구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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