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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Corner

[워킹홀리데이 멜버른④] 김수빈(‘완생’을 꿈꾸는 20대 청년)


편집부 기자 (2015년 02월 17일 20시33분43초)


※ 2014년 11월, 26년 동안 살았던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호주에서 1년간의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귀국. 전북교육신문의 제안으로 내 마음 속 나만의 이야기를 10여 차례에 걸쳐 글로 적어보기로 한다(사진=김수빈).

멜버른에 머문 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마음에 여유를 되찾아 가고 있었다. 여유를 가지니 슬슬 공부하려고 가지고 온 영어문법책도 떠들러보고 노트북에 담아온 미드도 한 편씩 보기 시작했다. 이따금 머릿속으로 하루를 다시 정리해보고 들었던 표현 한 가지씩,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한 마디씩 입 밖으로.

나처럼 언어능력이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보통 영어학원부터 등록해 시작한다지만 17명의 외국인들로만 이루어진 가족 구성원, 매일 함께하는 저녁식사와 항상 열려있는 대화의 창, 덤으로 동고동락하며 쌓이는 우정까지! 틀에 박힌 방식과 정형화된 교육시스템에 대해 부정하는 약간은 고집스러운 주관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어학원을 등록할 수 있는 비용으로 홈스테이까지 겸하고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워킹홀리데이를 계획하며 기대했던 하나의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내 방법이 다르긴 달랐어도 단순히 주어진 조건만으로 효과를 보려고 기대한 것은 내 욕심이었을까? 대학교가 개강을 하면서 같이 많은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이 다시금 학업에 전념하느라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얼굴을 마주치는 일도 힘들어졌을 뿐더러 나는 주말에 한국인 레스토랑에서 설거지를 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영어를 할 기회조차 줄어들고 있었다. 계속해서 혼자 영어공부를 하고는 있었지만 나에게 영어란 실제로 써먹고 말하는 데 목적이 있고 또 그런 내 모습을 동경해왔었기 때문일까 한편으로는 영어를 많이 쓰지 않고도 생활에 지장이 없음에 놀라면서도 그렇게 지속되는 생활에 위기감과 줄어드는 체류기간에 급박함을 느꼈다.

나는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학원으로 영어수업에 관한 정보를 찾아 방문했고 그곳 게시판에서 무료로 운영되는 여러 영어클래스들의 목록을 발견했다. 대부분 현지 교회에서 대상에 구분없이 생활 커뮤니케이션 위주로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씩 무료로 진행하는 형식의 클래스였는데 장소와 요일 그리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다닐 수 있는 곳은 세 군데 정도 되어 보였다. 세 군데 모두 한 차례씩 탐색을 마치고 다시 찾아간 곳은 매주 목요일 저녁 시티 한복판 빅토리아 주립도서관 맞은편에 위치한 교회에서 열리는 English Corner CrossCulture였다.

적잖은 용기와 떨리는 마음으로 방문했던 English Corner의 첫날 비교적 작아 보이는 교회 외벽 뒤편으로 클래스가 열리는 Chapel hall에는 벌써 8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열 개 남짓의 원형테이블을 나누어 앉아 있었다. 어떡할지를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중에 호주에 28년째 살고 있는 레바논에서 온 Nigel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처음이냐며 말을 건네 왔다. 한국사람임을 확인하고는 Nigel은 멜버른에 사는 한국친구가 알려준 농담이라며 한국말로 ‘호주에 한국사람 개많아’ 라며 농담을 건넸고 이어 우리가 초등학생 때나 유치한 말장난 삼아 내던 시시한 난센스 퀴즈를 서너 개 더 내고서야 긴 인사를 마쳤다.

 
(Chapel hall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 왼쪽부터 나, Ruth, Joyce 그리고 대만과 중국에서 온 친구들.)

다시 테이블들을 바라보며 적당한 자리를 찾는데 한국사람들도 눈에 꽤 보였다. 나중에는 본능적으로 한국사람들을 피하게 됐는데 함께 앉았다가는 한국말 놔두고 서로 안 되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뻘쭘하게만 느껴지기 십상에다가 타지에서 서로 고생하는 처지에 한국말로 인사 한마디 없이 끝내기도 뭐하기 때문이다. 멜버른 시티를 거닐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홀에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언젠가 수업 중에 각 나라별로 그룹을 지어보았더니 6대륙 사람들이 한 자리에 다 모여 있었다. 나와 같이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친구들도 많이 있었지만 유럽이나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호주 정착을 목표로 이주해 온 친구들도 상당히 많았다. 이유를 물어보면 많은 일자리, 더 나은 환경, 그리고 복지조건과 높은 임금 등을 꼽았다. 그럴 때면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하면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던 나의 모습이 조금은 어린 애처럼 느껴졌다.

클래스는 무료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이루어졌다. 테이블마다 Facilitator(그들이 부르는 명칭)들이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명씩 자리해있고 본격 수업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가 가능하게끔 제작된 보드게임으로 시작해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수업의 주제는 날씨, 감정표현 그리고 길 묻고 답하기 등 기초적인 부분부터 사회, 과학, 문화 등에 대한 이슈를 다루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하여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무엇보다도 이러한 진행방식으로 인해 갖는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이 English Corner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되었다.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Ruth가 진행자로 함께하는 테이블에 고정멤버가 되었고 그 당시 함께 일했던 대만 친구 Joyce와 단짝마냥 붙어 다니게 되었다. 필리핀에서 온 Ruth는 영국에서의 오랜 유학생활로 뛰어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는 Facilitator 중 한 명으로 내게 많은 도움이 된 친구인데, 수업시간 외에도 함께 많은 시간을 나눈 덕이기도 하겠지만 내 큰이모와 닮은 모습에 더욱 친근함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Joyce는 내 소개로 함께 합류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English Corner에 있던 다른 대만 친구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출석이라도 채워야지 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English Corner에서 나는 영어 공부도 재밌게 했지만 가장 큰 수확은 무엇보다 서로의 처지를 안주삼아 술 한 잔 편히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사귄 것, 그리고 우리 테이블에서 Facilitator 역할을 멋지게 해주었던 내게는 선생님이자 동시에 친구 같은 Ruth와 한 주가 멀다하고 문자를 주고받는 막역한 사이가 된 것이 아닐까?

※ [워킹홀리데이 멜버른]은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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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A Dream Job
[워킹홀리데이 멜버른⑤] 김수빈(‘완생’을 꿈꾸는 20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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