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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NDS

[워킹홀리데이 멜버른⑧] 김수빈(‘완생’을 꿈꾸는 20대 청년)

문수현 기자 (2015년 03월 18일 10시)


※ 2014년 11월, 26년 동안 살았던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호주에서 1년간의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귀국. 전북교육신문의 제안으로 내 마음 속 나만의 이야기를 10여 차례에 걸쳐 글로 적어보기로 한다(글쓴이 김수빈).

90년대 미국 시트콤 프렌즈는 아마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시리즈물일 것이다. 6명의 친구들이 한 아파트에 지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에 관한 코미디물인데 전체적으로 쉬운 토픽에 일상적인 대화들로 이루어져 있어 다양한 회화 표현들을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덕분인지 한글과 영어 자막 또한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나도 남는 시간이면 노트북으로 ‘프렌즈’를 즐겨 보며 시간을 보냈다. ‘프렌즈’에 보면 가족 같은 6명의 주인공들을 볼 수 있는데 마치 내가 호주에 머물면서 함께 지낸 우리 Annie's 홈스테이의 친구들을 떠오르게 한다.

1년 동안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여행도 다니고, 한국과는 많이 다른 문화의 차이도 느껴보고, 그동안 맛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음식도 맛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지만, 누군가 나에게 “호주 어땠어요?”라고 1년 동안의 경험을 묻는다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 바로 나의 ‘프렌즈’, 홈스테이에서 동고동락한 사랑하는 친구들이다. 물론 멋진 광경이나 맛있는 음식들도 특별하고 기억에 남지만, 사람은 가슴속에, 마음속에 남아 계속 이어가는 것이기에 그래서 이토록 더욱 아련하고 특별한지도 모르겠다.

Tadej(타데이)와 Katja(카티야)가 홈스테이로 들어온 것은 아마 내가 호주에 머문 지 두 달째 되는 2014년 1월 말쯤이었을 것이다. 이제 막 슬로베니아에서 온 커플인데 8년 전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함께 일을 하다 만나 지금까지 함께 지내고 있다고 했다. 둘은 젊은이들에게 많은 기회가 없다는 슬로베니아를 떠나 호주에서 정착을 목표로 Katja는 유치원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고 Tadej는 취직을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홈스테이에서 처음엔 둘 다 너무 얌전하고 조용하기도 하고 나도 아직 영어가 미숙한 상태여서 서로 많은 대화를 갖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내가 Debbie에게 카페의 바리스타 잡을 소개받고 나서 한 달 정도 일을 했을 때였다. 우리 카페 주방에서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나는 문득 Tadej가 아직 구직중이라는 사실이 떠올라 우리 카페 사장 Pino에게 Tadej를 소개시켜주었다. 고맙게도 사장 Pino는 Tadej를 주방에서 일하게 해주었고, 우리는 비록, 한 명은 주방 한 명은 바에서 떨어져 일을 했지만 함께 같은 직장으로 자전거를 타며 출퇴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Tadej는 이 일을 소개시켜줘서 고맙다고 애써 고마움을 표현했지만 나도 오히려 함께 일을 하고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사했다. Tadej는 나보다 세 살 형인데 수줍음도 많고 첫 만남에 낯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가까워질수록 첫인상과는 다르게 완전 장난꾸러기에다 유쾌하고 굉장히 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서로 안 되는 영어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급격하게 친해졌다. 5시에 일을 마치고 같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와 저녁 8시 식사시간까지 쉴 새 없이 수다를 떨다 식사가 끝이 나면 방문 앞에 기대 또 한참을 서서 농담을 주고받다 늦은 밤에서야 잠자리에 들기를 여러 번, 그래도 Tadej보다 한 살 누나인 Katja가 부르면 조용히 들어가는 자상한 남자였다.

 
(사진설명=Tadej와 Katja 그리고 James와 함께 야라 강을 따라 나선 사이클링. 한참을 달리다 공원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난 후 쓰리, 투, 원, 점프!를 연신 외치며 한 시간을 넘게 사진 찍기 놀이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나, Katja, Tadej, James.)

그리고 2월 19일, 호주에서의 생일날, 선물처럼 등장한 Isabel(이사벨)과 Cristina(크리스티나), 에콰도르에서 온 쌍둥이 자매이다. 이 아름다운 두 명의 쌍둥이자매는 정말로 나에게는 선물처럼 나의 생일날 홈스테이에 짐을 풀었는데, 멜버른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대학원과정을 똑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남미 친구들 특징이랄까 넘치는 에너지와 활력으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 둘은 또 한국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에콰도르에 있는 열일곱 살 여동생이 K-pop, 그 중에서도 슈퍼주니어의 엄청난 광팬이라고 혀를 내두르면서 그렇게 타의적으로 한국에 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단다. 심지어 이곳 멜버른에서 자기보다 먼저 한국사람인 나를 만난 것을 알면 자기네들을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둘 Isabel과 Cris는 외모뿐만 아니라 관심사나 성격도 많이 닮았는데 호주에 오기 전 어린 나이에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콰도르에서 팔레스타인으로 그 전쟁터 속에서 3개월 동안 자원봉사활동을 다녀온 아주 의지와 목표가 뚜렷하고 용감한 친구들이다.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이라 그런지 다른 나라와 문화에 대해 아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우리는 자연스레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져갔다. 한국말도 가르쳐주고 스페인어도 배우고, 재미로 배운 욕이 서로의 감정을 미묘하게 건들었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우리는 휴일에는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해먹기도 하고 밤에는 술도 한잔하면서 함께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가까워졌다.

그런데, 사실 이 Isabel과 Cris가 나에게 더욱 특별한 데는 큰 이유가 있다. 특히 Isabel, 나는 Isabel에 대해서는 참 할 얘기가 많다. 정말 고맙고 내가 사랑하는 친구다. 그녀가 없었다면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이렇게 훌륭하게 해낼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Isabel은 내가 지금 이렇게 영어를 할 수 있게끔 도와준 최고의 선생이기도 한데, 끈기 있게 잘 들어주고 격려해주고 용기를 주는 친구이다. 비록 어눌하지만 내가 얘기할 때 듣고 있는 Isabel의 눈빛과 자세, 움직임 하나하나는 마치 내게 품에 안겨 이야기하는 듯한 편안함과 내 모든 말이 진실인 듯한 믿음을 주었다. 완벽히 통하지 않는 의사소통에도 이렇게 진심이 전달되고 용기를 얻을 수 있음에 놀랐다. 게다가 네 살이나 어린 친구의 의젓함에 한 번 더 큰 감동을 받았다. 때문에 영어도 많이 늘었지만, 사소한 고민부터 일자리를 놓고 골머리를 썩일 때에도 기꺼이 친구로서 대화에 응해주고 또 많은 이야기를 해주어 사실 많이 의지했던 친구이기도 하다.

이렇게 가까워진 우리는 홈스테이 안에서 가장 서로를 잘 아는 친구 사이가 되었고, Isabel과 Cris 그리고 나는 거의 매일을 어울려 다니며 모든 것을 함께 했다. 이 친구들은 한국음식이 먹고 싶었던 나 때문에 처음 한국식당에서 음식을 맛보게 되었는데 Cris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초밥에서 한국음식으로 바뀌었다. 특히 순두부찌개와 불고기에 열광했고, 바비큐에 소주도 너무 맛있다며 한국의 다섯 배 가격에 소주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에 나처럼 아쉬워했다.

Tadej와 Katja, 그리고 Isabel과 Cris, 우리가 보낸 1년에 가까운 이 행복한 시간들과 식지 않을 즐거운 순간들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여전히 뜨겁게 남아있음을 알고 있다. 시트콤 프렌즈의 한 지붕 아래 친구들처럼.

 
(사진설명=Hana누나의 마지막 오페라 공연무대를 축하해주기 위해 함께 찾은 자리에서. 왼쪽부터 Isabel, 나, Hana누나, Cristina.)

※ [워킹홀리데이 멜버른]은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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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로맨틱 여행
[워킹홀리데이 멜버른⑨] 김수빈(‘완생’을 꿈꾸는 20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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