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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n ]
로맨틱 여행

[워킹홀리데이 멜버른⑨] 김수빈(‘완생’을 꿈꾸는 20대 청년)


편집부 기자 (2015년 03월 24일 15시34분25초)


※ 2014년 11월, 26년 동안 살았던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호주에서 1년간의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귀국. 전북교육신문의 제안으로 내 마음 속 나만의 이야기를 10여 차례에 걸쳐 글로 적어보기로 한다(글쓴이 김수빈).

특별한 이유랄 것 없이 멜버른을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출발지로 정하고, 원하는 잡을 구해 마침내 안정적으로 생활이 이루어지나 싶더니 어느새 호주에서 주어진 1년 중 반이 훌쩍 지나버렸다. 함께 지내던 한국 친구는 이제 귀국할 날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며 아쉬워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도 100일 남짓한 시간이 남았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2년까지 비자연장이 가능하지만 나는 내가 목표했던 1년으로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그동안 일하랴 영어 공부하랴 미뤄온 여행을 다시 계획했다. 신나고도 로맨틱한 여행을.

하긴 경험자이기에 쉬운 말인지도 모르겠다. 워킹홀리데이를 고민 중인 사람에게 결정했으면 미루지 말고 바로 떠나라고 말하지만 내가 만약 다시 또 두 번째 워킹홀리데이를 고민한다면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울까 싶다. 호주로 떠나기 전 나는 4년을 넘게 만난 여자친구가 있었다. 여자친구 때문에 호주로 떠나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워킹홀리데이를 가겠다는 결심을 할 때부터 공항에서 인사를 나누기 전까지 내 결정에 동의해주고 내 의견을 존중해준 여자친구 덕분에 오히려 더욱 내 결심을 잘 지켜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누구 할 것 없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남자친구를 그냥 보내느냐, 1년 동안 어떻게 헤어져 지내냐는 등 도움 안 되는 걱정들을 하는 바람에 떠나는 마음과 보내는 마음 모두 편치 않았던 건 사실이었지만, 앞으로 함께 할 나날들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1년은 결코 기다림의 시간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우리 모습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훌쩍 시간이 지나 100일 남짓한 시간을 남겨두고 우리는 멋진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여자친구가 한국에서 2주 정도 휴가를 내고 호주로 와 함께 여행을 하고 내 귀국날짜에 맞춰 함께 귀국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시드니, 골드코스트, 멜버른 이렇게 3곳을 함께 여행하기로 했는데, 나는 무엇보다 여자친구에게 그동안 전화기 너머로만 들려주었던 내가 사는 집, 함께 사는 친구들, 그리고 내가 일하는 카페와 나의 멜버른을 너무나 소개시켜주고 보여주고 싶었다. 내 친구들도 나의 여자친구를 어서 만나보고 싶어 했는데, 그녀를 설득시켜 호주에서 같이 살도록 만들겠단다.

 
(사진=뜨거운 태양아래 오랜 일광욕으로 시커멓게 타버린 우리 뒤로 끝없이 펼쳐진 골드코스트의 눈부신 해변.)

그리하여 우리는 시드니에서 거의 1년 만에 가슴 터질듯 한 반가움으로 만나 우리의 첫 해외여행을 시작했다. 시드니는 소문대로 공항에서부터 많은 한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미리 예약해놓은 숙소에 짐을 풀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로 발걸음을 향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과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여행객들이 즐비한 거대한 공원 보타닉가든을 지나 저편에 익숙한 모습의 오페라하우스가 보였다.

더 다가가 가까이 그 모습을 마주하니 그 크기와 멋진 모습에 눈이 부셨다. 오페라하우스 밑으로 자리한 레스토랑과 간단한 브런치를 제공하는 카페들이 또 눈길을 끌었다. 바닷가를 옆에 끼고 나란히 줄지어 펼쳐진 자리에 앉아 시원한 맥주와 핫도그를 점심으로 먹었다. 남은 음식은 물론이고 심지어 먹는 와중에 날아와 음식을 물어가는 갈매기들이 또 굉장히 인상 깊었다.

오후에는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를 가로지르며 운행하는 크루즈에 올라 시드니의 황홀한 야경을 바라보며 저녁을 먹고 멋진 공연을 즐겼다. 공연의 초상권 때문인지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금했는데, 무대 위로 끌려올라가 춤을 추었던 여자친구의 모습을 머릿속에만 간직해야 한다는 게 아쉬웠다.

이틀 동안의 시간을 더 시드니에서 보내고 골드코스트로 와, 우리는 한국의 워터파크에서나 즐길 수 있던 인공파도만큼의 센 파도가 시도 때도 없이 치는 숙소 앞 서퍼스파라다이스에서 해수욕과 일광욕을 만끽했다. 파도치는 드넓은 해변과 눈부신 햇살에 반해버린 우리는 골드코스트에서의 모든 관광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 종일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이튿날 들렀던, 우리에게는 포카리스웨트 광고로도 잘 알려진 유명한 등대를 가진 조그마한 마을 바이런베이의 해변은 단연 최고였다. 멜버른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할 때 내 여행계획을 듣고 손님이 호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해변 중 하나라며 추천해 준 장소였는데 정말 들르지 않았다면 후회할 뻔 했다.

그렇게 5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내게는 익숙한 멜버른으로 돌아왔다. Debbie와 가족들은 우릴 뜨겁게 환영해주었다. 글쎄 나보다는 내 여자친구를 더 반겼고, 나는 옆에서 부족한 실력으로 여자친구를 위해 통역가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멜버른에서의 첫날 저녁, 나의 룸메이트였던 Linh과 친구들은 베트남식 저녁을 준비했고 우리는 모두 모여 언제나처럼 활기차고 웃음이 넘치는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 후로 4일을 더 멜버른에 머물며 내가 공부하던 영어 클래스가 열리는 교회, 내가 일하는 곳, 그리고 시티 내 곳곳을 마치 내 집 자랑하듯 여자친구에게 보이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기도 하고, 멜버른 가운데로 흐르는 야라강을 따라 산책을 하고, 골목골목에 자리한 빈티지한 인테리어의 카페에서 약간은 늦은 점심을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밤이면 집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면서 서로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내 여자친구에게 그동안 말로만 들려줬던 호주에서의 나의 삶과 친구들을 보여줄 수 있어 너무 기뻤고, 직업 특성상 부담스러운 2주라는 긴 시간을 내어 혼자 용기를 내 비행기를 타고 호주까지 먼 길을 흔쾌히 와 준 내 여자친구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면 나만의 이 스토리를 들어줄 사람은 많아도 정말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Debbie의 말을 되새겨보면, 덕분에 내가 경험한 많은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같이 체험하고 느낄 수 있었던 기회를 갖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사진=여자친구와 여행을 마치고 멜버른으로 돌아와 Linh이 준비한 베트남식 저녁을 먹으며 찰칵!)

※ [워킹홀리데이 멜버른]은 다음주 수요일 10화를 끝으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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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Time to leave
[워킹홀리데이 멜버른⑩-최종] 김수빈(‘완생’을 꿈꾸는 20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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