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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

플라톤의 대화편 『향연』을 읽고

[내 마음을 움직인 책(23)] 김태형(전주 시민)

편집부 기자 (2015년 06월 12일 11시)


※ 『향 연』(Symposion), 플라톤 지음, 강철웅 옮김, 이제이북스, 2014.

(사진=김태형)

플라톤의 사상과 철학은 서양 사상의 뿌리이자 서양 문화가 이뤄온 지적 성취의 모태이다. 플라톤의 작품은 대부분 풍성하고도 철학적 문제의식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동감 넘치는 ‘대화 형식’으로 쓰여 있다.

플라톤의 작품들을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철학 고전이자 문학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서양철학의 전통은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오늘 소개할 책은 플라톤의 대화편 중 에로스(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는 『향연』이다.

『향연』은 기원전 404년 전후로 추정되는 때 아테네(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에서 소크라테스의 제자 아폴로도로스가 몇몇 동료들에게 받은 질문에 대답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우리는 플라톤의 저작들이 대화형식으로 이뤄졌고 그 주인공이 대개 소크라테스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글의 내용은 기원전 416년경 그리스 비극 경연에서 첫 우승한 아가톤의 집에서 벌어진 향연(Symposion)에서 소크라테스와 여러 참여자들이 펼친 사랑(에로스) 이야기이다. 향연이란 함께 식사를 하고 의례적 절차를 마친 후 본격적인 향연, 즉 우리식으로 말하면 술판을 벌이고 서로 어떤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저작에서는 중간에 생략된 몇 사람을 제외하면 몇 명의 사람들이 차례로 자신의 ‘에로스’에 대한 견해를 말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발언자 파이드로스는 에로스를 우리에게 ‘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힘’이라고 말한다. 그가 주목하는 덕은 무엇보다 ‘용기’인데, 우선 연인 군대의 착상까지 제시하면서 에로스가 용기를 북돋는 힘이 있음을 설파한다.

그 다음으로 파우사니아스가 연설한다. 파우사니아스는 에로스를 천상의 에로스와 범속의 에로스로 나누고 전자에 대해서만 찬양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육체의 욕망을 채우는 데 급급한 범속의 에로스는 추한 것이므로 금지하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천상의 에로스는 아름다운 것이므로 법적 장치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어서 에뤽시마코스는 의사답게 기술의 문제를 논의 테이블 위에 내놓는다. 의술을 포함한 모든 기술이 사실상 에로스에 의해 유발 혹은 조종되며, 각 영역에서 에로스의 일들을 잘 분간하고 적용할 줄 아는 자가 기술자 혹은 전문가라는 것이다. 이로써 에로스는 사람의 영혼을 넘어 세상 사물 일반으로, 심지어 신-인간 관계에까지 적용 영역이 확장된다. 그리고 덕, 즉 절제와 정의를 통해 우리에게 행복과 친애를 가져다주는 능력이 에로스에게 있다고 덧붙인다.

다음으로 아리스토파네스는 인간의 본성 내지 본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옛 이야기로 풀어낸다. 『향연』 하면 떠올리는 원초 인간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인간의 성은 남, 여 둘만이 아니라 남녀추니를 합해 셋이었다. 이들의 힘과 자만심이 대단하여 신을 공격할 지경에 이르자, 제우스가 인간을 절반으로 자르게 되고 여러 후속 조치를 가해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반으로 잘린 인간들이 나머지 반쪽을 그리워하고 만만서 한 몸이 되기만을 늘 열망하고 아이를 낳아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인간들의 상이한 성적 지향도 바로 이런 본성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결국 사랑은 애초의 자기 것, 그 온전함을 회복하고자 하는 욕망이며, 그렇게 자기 것을 만나 짝을 이뤄 온전한 옛 자기를 회복하게 될 때 행복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출판사 제공 책표지)

이어서 아가톤이 연설을 한다. 아카톤은 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먼저 점검한다. 에로스를 찬양한다고 하면서 에로스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 이야기만 잔뜩 했지 정작 그 당사자가 어떤 자인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에로스가 가장 아름답고 훌륭하기 때문에, 행복하기 마련인 모든 신들 가운데서도 가장 행복하다는 점을 부각한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가 아가톤의 이야기에 공감을 표하고 ‘에로스가 어떤 자인지 이야기한 후에 에로스의 기능을 다루어야 한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소크라테스는 아카톤의 이야기를 좇아 논박하면서 아가톤이 앞서 자신이 말했던 것들 중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고백하게 만든다. 결국 아가톤의 무지 고백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후 소크라테스는 여러 예를 들어 에로스의 기원과 본성, 정의(좋은 것을 늘 소유하려는 욕구), 기능, 원인, 효과 등을 차례로 밝혀 나간다. 그리고 에로스의 협력을 받아 불사를 향해 나아가자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현녀 디오티마에게서 배웠던 일을 그녀와의 대화 형식으로 연설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임신을 하고 있어 낳기를 바란다. 사람은 어느 누구도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도 죽기 싫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출산의 대상은 추함에서가 아니라 미(아름다움)에 속하는 것이다. 이 아름다움 중에는 생산욕이 있으며, 이것이 바로 에로스(사랑)이다. 사랑의 첫 단계는 육체의 미 속에 낳는 것이고 그것은 육체에서 불사를 구하는 일이며, 아기라고 하는 형태로 실현된다.

인간은 그 다음에 정신의 미 속에 낳는 것을 추구하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육체의 미 따위는 근소한 가치밖에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게 된다. 그리하여 사람은 정신의 미로 향하며, 아름답고 장대한 언론이나 사상을 낳고,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추하다는 것도 아닌 항상 불변하여 단일한 에이도스를 갖는 미 자체를 알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이러한 미 자체를 보면서 그것과 더불어 있으며 거기에서 사람은 참다운 덕을 낳고 불멸하면서도 행복하게 된다.

즉 에로스는 처음에는 육체의 미, 다음에는 정신의 미, 그리고 최후에는 미 자체의 세계로 사람들을 높여 불사하는 보물을 얻게 하는 조력자였다. 그러한 에로스를 찬미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여기에서 플라톤의 이데아(Idea) 사상이 에이도스라든가 미 자체라는 언어로 표현된다.

대화의 마지막에 알키비아데스가 등장하여 소크라데스를 찬미한다. 이후 향연에 참여했던 이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나고 소크라테스가 취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 저작은 전형적인 소크라테스적 방법을 취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대화와 논박을 통해 상대방이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지혜의 세계로 나아갈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후대 사람들은 산파술이라 하고 소크라테스의 고유한 철학적 방법이라 말해왔다.

『향연』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사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사랑에 대한 시대적 관습에 대한 고찰에서부터 양성신화를 만들어 동성애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가 하면, 감성적 영역인 사랑을 이성적 부분으로 연결시켜 보다 고차원적이고 새로운 사상으로 유도하고 있다.

2천년도 훨씬 이전의 책이지만, 고전이 그렇듯이 지금도 새겨들을 만한 혁신적이고 기발한 생각들이 숨어 있는 책이다. 사랑에 대해 단순히 '에로스'적인 부분만 생각했다면, 한번쯤 옆에 두고 꼼꼼하게 읽어볼만한 책이다.

※ 전북교육신문은 매주 금요일 [내 마음을 움직인 책]을 싣습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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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The Elephant Man』을 읽고
[내 마음을 움직인 책(22)] 김신영(전주 덕진중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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