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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lture ]
진정한 꿈이라면

[내 마음을 움직인 책(26)] 손민성(호남제일고 1학년)


편집부 기자 (2015년 07월 03일 10시28분28초)


※ 『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루이스 새커 지음, 장현주 옮김, 돌베개 2011.

(사진=손민성)

이 책을 처음 읽어야겠다고 생각할 땐 단지 제목에 관한 호기심으로 보았다. 개가 왜 농담을 하지 않는지 궁금하기도 했으며, 우화와 관련된 책일 것 같아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게리라는 개다. 등장인물도 모두 사람이 아닌 개다. 게리는 농담을 좋아하는, 농담을 많이 하는 유머가 넘쳐흐르는 친구다. 하지만 학교에선 그런 게리를 얼간이라고 놀리며 저능아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게리는 억지로라도 웃으며, 긍정적이게 자기가 좋아하는 유머를 계속하는 밝은 아이다.

나는 이 점에서 이 책이 현실을, 시대상황을 비판한 것 같다고 느꼈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을 굳이 얼간이라고 놀리며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며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해야 그게 정당한 사회고 건강한 나라다. 내가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한 까닭은, 이 책에 나오는 학교는 사회의 일부이자 생각을 제한하는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게리 옆에는 자신의 유머를 좋아해주며 함께 지내는 것을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거스, 아벨 아저씨와 미스 터본(초등학교 때 여선생님) 그리고 여자 친구 같은 동생이면서도 동생 같은 여자 친구 앤젤린이다.

특히 앤젤린은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게리가 남자 친구라 말했고, 누구보다 게리의 유머를 좋아했으며, 게리의 유머는 모두 좋아했다. 인종차별, 학살에 관한 걸 빼면 말이다. 게리가 꿈에 대한 원동력을 잃지 않은 건 이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부모님도 나중엔 응원해줬지만 그건 추후의 이야기다.

이렇듯 꿈에 대한 원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들, 버팀목이 되어 줄 힘들이 필요하다, 아무리 열정과 끈기가 있다고 해도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빛을 발휘하지 못할 뿐더러 재능과 상관없이 ‘아마 나는 안 될 것 같아’와 같은 나약한 패배주의의 말과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게리는 인정해주는 존재들이 제한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축제로 장기자랑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것은 추후 게리에게 기회와 절망감을 안겨다준 크나큰 일이자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게리는 부푼 풍선 같은 기대감을 안고 대회에 참가신청을 한다. 하지만 학교에선 그 누구도 게리에게 기대하기는커녕 “힘내” “너는 할 수 있어” 같은 따뜻한 말 대신 오히려 놀림감으로 놀린다. 설상가상으로 3주 정도 남은 장기자랑을 준비하는데 부모님마저 3주 동안 유머 있는 말을 안 하면 거기 우승상금인 100달러를 통장에 넣어준다고 하신다.

게리는 그 말에 동의하며 유머 있는 말을 안 하기로 했다. 그 후 게리는 양날의 검을 쥐게 된다. 하나는 유머를 안 하니 학교가 너무 지루하고 생기와 웃음기가 가득해서 진짜로 웃는지 아닌지 헷갈리는 얼굴을 잃어 버렸으며, 다른 하나는 유머 있는 농담을 안 하니 웃긴 생각들이 더더욱 잘 떠오른단 점이었다.

게리는 그렇게 웃긴 상상들을 하며 인형뽑기를 하듯, 좋은 유머들을 어떻게 연결할지, 언제 해야 제일 웃길지 생각한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 빼고 학교에 갈 때는 이제 평범한 아이처럼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려고 말을 하는데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어떻게 놀아야 할지 해본 적이 없어서 보는 이의 가슴만 아팠다.

참으로 슬픈 게 부모님도 게리가 좋아하는 유머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이다. 특히 아버지가 게리를 어릴 때부터 유머로 놀아주신 분인데, 게리가 유머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해도, 말하기도 전에 안 듣는다고 하고, 심지어 어머니랑 같이 3주 동안 유머 있는 말을 하지 않으면 100달러를 준다 하니 그 상황에 있는 게리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때문에 결국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의 행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유머를 안 쓰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왜 게리가 그렇게 된지는 거스 아저씨가 유머로 게리에게 이 답을 맞춰보라고 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게리는 그 답을 알고, 심지어 더 웃긴 것도 아는데 말이다. 그렇게 게리가 하루에 유머를 한 번도 안했다고 알게 되었으며, 게리는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충고하길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고, 다른 사람이 되고 싶으면 그걸 생각만 한 것으로도 다른 사람이 된 거라고 했다.

솔직히 감동적이었다. 재능이 없는 사람들도 자신만의 길을 믿으며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니, 이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하지만 일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렇게 학교에선 유머를 안 하는 동안 다른 애들처럼 숙제를 하고, 운동을 했다. 물론 야구카드도 모았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갑자기 장기자랑을 포기한다는 거였다. 예전부터 망설이던 생각이, 주변 환경들이 씨앗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뒤로 게리는 유머를 잊으려고 야구카드를 모으기 시작했다.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 현실과 비교해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인데,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인데 주변 환경 때문에 제약받아 할 수 있는 일들이 정해져 버린 것이 아닌가?

그렇게 게리는, 무슨 시련이 다가와도 꿋꿋이 일취월장 할 것 같았던 게리는 그만 제약된 환경에 일원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더 안타까웠던 건, 자신의 이미지가 유머를 안 하게 됨으로 해서, 다른 또래의 아이들도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변한 건 없었다. 그저 놀림감으로 놀림받을 뿐이었다.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와 깃발 미식축구를 하고, 역사책을 보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바로 자신의 풍부한 상상력에서 탄생한 또 하나의 존재인 슈니츠베리 여사였다. 게리는 슈니츠베리 여사를 주인공으로 유머를 자주 사용했었다. 그런 슈니츠베리 여사가 “왜 이제 와서 포기하느냐”며 게리가 다시 유머의 자신감을 찾게 도와준 존재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슈니츠베리 여사는 허구의 인물로, 결국 게리의 풍부한 상상력이 게리 자신에게 용기를, 시도를 다시 하게끔 도와준 것이었다. 그렇게 게리는 다시 대회 참가신청을 하게 되었으며, 자기의 온 힘과 생각이 그 장기자랑이라는 한 부분으로 집중하게 되었다. 그렇게 게리는 온 정신과 힘을 장기자랑에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되어서, 지긋지긋한 생활 대신 자신의 꿈이 공존하는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이 점이 얼마나 애탔으며, 즐겁게 봤는지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멋진가! 하지만 아쉬운 점은 그때까지도 게리의 어머님은 그런 게리를 좋게 보진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갑자기 앤젤린이, 재난이 일어날 것 같다고, 예감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 장기자랑에 나가지 말라니 이건 또 웬 말인가?

 
(출판사 제공 책표지)

다행히 완전한 자신으로 돌아온 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침내 장기자랑에 나간다. 두려울 게 뭐가 있는가!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보러 오는데 말이다. 이제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자기 차례가 오기 전 다른 애들의 공연을 보며 감탄을 하는데, 벌써 자기 차례가 오려 하니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준비도 다하고 유머에 사용할 소스도 다 마무리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대망의 시간! 바로 게리의 차례가 왔다. 나는 이 점에서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많은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혹시 실수하진 않을지, 일이 잘못되거나 사람들이 웃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생각한 것 같다. 심지어 게리는 관객에게 나가자 그만, 바지에 실수를 해버렸다.

또 의문점은 모자를 계속 쓰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직접 게리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예상한대로 말실수를 하며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게리를 얼간이라고 부르며 괴롭히던 친구 두 명이 무대 위로 올라와 게리에게 탄산수와 파이를 던지면서 게리가 바지에 실수한 건 탄산수에 젖은 게 되었고, 파이로 인해 얼굴은 가려지게 되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게리는 태연한 듯 방금 올라온 애들은 팬클럽이라 말하며 자연스러운 유머감각으로 관객의 긴장을 풀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 게리만의 시간이 온 것이다. 게리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서 수많은 관객들을 휘어잡을 시간이! 역시 노력하는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뭘 해도 되나 보다.

그렇게 게리는 무대 위의 두려움과 공포, 긴장감을 한순간에 던져버리고 자신이 준비한 유머 넘치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게리는 처음에 짤막한 농담들을 하며 몇몇의 웃음을,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유머로 사람들을 한두 명씩 웃게 하였다.

쉴 틈 없이 유머를 적절하게 연결하고, 생각할 시간을 줘서 관객들이 예상치도 못한 유머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원래 생각했던 큰 틀의 유머에 즉석으로 지어낸 유머를 더하는 센스까지 선보이고 또 단순히 말만이 아닌 소품도 이용해가면서 무대를 장악하니 프로가 따로 없었다.

정말 멋져 보였다. 나와는 완전 달랐다. 나는 준비를 미루고 미뤄서 한꺼번에 몰아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게리는 이날을 위해 무려 3주 전부터 준비해 오던 것이 아닌가? 나도 게리의 이 준비성과 열정을 닮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점을 닮으려면 뚜렷한 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 질문을 해본다. 게리는 정말 프로가 따로 없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반전까지 있었다. 게리는 사실 장기자랑 시작하기 전부터 모자를 쓴 것이, 관객들 앞에 나가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대머리로 머리를 잘라서 그걸 가려 마지막에 빵! 하고 터뜨릴 폭탄을 품고 있었던 것이었따. 일종의 피날레였다. 그 장기자랑을 위해 자신의 몸도 희생한 것이었다.

한 가지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면 분명 성과도 온다. 이 순간만큼은 게리는 ‘얼간이’가 아닌 ‘슈퍼스타 또는 주인공’이었다. 한순간 게리의 인생은 바뀐 것이다. 오로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꾸준히 하면서 말이다. 물론 힘든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이룬 것만큼의 기쁨과 황홀함을 과연 과정의 힘든 점이 뛰어넘을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멋진 공연을 끝낸 게리가 모두의 찬사를 받았다. 그 후 게리는 혼자 남아서 봉투에서 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엄마가 무대로 찾으러 올 때까지 게리는 그렇게 계속 울었다. 기쁨의 눈물인지 허탈함인지는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책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농담은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사람이 타인을 웃기게, 즐겁게 해주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은데,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게리가 아무리 유머를 한다 해도 사람들은 웃질 않았다. 웃음을 잃었단 것이다. 웃음을 잃는 건 나는 로봇이라 생각한다. 웃는 사람만큼 아름다운 사람도 없고, 웃음을 잃는다는 건 곧 인간성이 없는, 즉 감정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은 미국을 배경으로 쓰였다. 글쓴이는 무한 경쟁 사회인 오늘날을 비판하며,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웃으라고, 웃음을 잃지 말라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물론 이 책에 대한 느낌은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전북교육신문은 매주 금요일 [내 마음을 움직인 책]을 싣습니다. 다음 주에 책을 소개할 사람은 호남제일고 1학년 정성용 학생입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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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모멘트』를 읽고
[내 마음을 움직인 책(25)] 김성민(호남제일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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