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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와 영광-고창핵발전소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②] 윤종호(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운영위원장)

편집부 기자 (2016년 03월 30일 13시)


후쿠시마 사고와 영광-고창핵발전소
― 조속하고 안전한 폐쇄, ‘당사자’들이 나서야 한다! ―

윤종호(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운영위원장)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와 영광핵발전소>
나름 환경·생태문제에 대해 관심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과 뒤이은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이하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를 접하면서 너무나도 놀랐고, 무서웠고, 부끄러웠다. 당시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집과 차량들이 나뭇잎처럼 떠다니던 장면과 미처 높은 곳으로 피난하지 못한 주민들을 집어삼키는 그 모습을, 국내 많은 사람들처럼 언론 등을 통해 생생히 접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일본 관동지역 동부해안의 광범위한 지역이 쓰나미 피해를 입었지만, 3월 12일~15일경 후쿠시마핵발전소의 멜트다운(노심용융), 수소폭발에 이은 방사성 물질 확산으로 후쿠시마핵발전소 반경 20~30km 지역은 대피령이 떨어지고 출입금지 구역이 되었다. 인근지역 주민 10~20만 명은 2~3만 명 이상의 주검(지진·쓰나미 피해자)을 수습조차 하지 못한 채, 피난민이 되어 지금까지도 떠다니고 있다. 향후 적어도 20~30년 길게는 몇 백 년 이상, 이곳(후쿠시마핵발전소 반경 20~30km 오염이 심각한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정말 놀랍고 무서운 상황이 벌어졌고, 이런 상황에 무지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지진과 쓰나미는 자연의 섭리라 어쩔 도리가 없고, 또 지나가고 나면 이웃들과 함께 수습하고 재건하여 다시 살아갈 수 있다지만, 핵발전소로 인한 방사능오염피해는 그러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방사능오염피해는 반감기(방사능 영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 반감기가 10번 정도 지나야 생명체에 무해(無害)하다)가 짧은 것(요오드 131, 133)은 몇 시간, 긴 것(플루토늄 239, 240 등)은 몇 만 년 간 지속된다고 한다. 후쿠시마핵발전소에서 가장 많은 양이 쏟아져 나온 방사성 물질로는 요오드131, 134와 세슘 134, 137 등이 있는데, 세슘 137의 반감기는 30년으로 그 반감기가 10번 지나면 3백년이다. 채 100년도 되지 않는 우리 인간의 삶으로서는,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일본정부는 제염(방사성 오염 물질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이는 생활공간 인근 표토(表土) 몇 센티미터를 걷어내는 정도다. 산·들·하천·논·밭 등 온 사방 천지에 흩뿌려진 방사성물질을 어떻게 제염작업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게다가, 걷어낸 오염 표토 역시 걷어내기만 할 뿐, 어디 둘 곳이 없다. 단지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 모아둘 뿐, 방사능은 없어지지 않고 그곳에서 계속 뿜어져 나오는데, 어느 지역에서 흔쾌히 받아주겠는가.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를 지켜보며,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갖고, 관련 자료와 책 등을 찾아보았고, 국내 핵발전소 현황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웃 영광에 있다는 핵발전소도 찾아가보았다. 이럴 수가! 영광핵발전소(=한빛원전)는 영광-고창의 경계(전남-전북의 경계), 고창군 상하면 끝에서 채 1~2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무려 6기나 서있었다. 말이 영광이지, 이건 영광-고창핵발전소다. 인터넷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곳과 거리를 재어보니, 직선거리 약 18km였다. 고창군은 정읍방면의 성내면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반경 30km 이내였고, 부안군은 위도, 변산면 등 몇 개면이 30km 반경에 걸쳐있다.

1986년 체르노빌핵발전소 사고(7등급 사고), 2011년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7등급 사고) 당시 반경 20~30km 이내는 대피령이 떨어지고, 출입 금지된 지역이다. 또 사고 당시 방사성물질 확산경로는 바람방향에 따라 지역별 차이가 있는데, 일본의 이이다테무라(무라는 동·면에 해당, 약 6천명)는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시 40~50km 이상 떨어진 지역이었지만, 결국 민간전문가들의 지적을 수용해 정부가 대피령을 내린 곳이다.


<영광-고창핵발전소와 고창·전북>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를 통해, 영광-고창핵발전소를 새삼 의식하게 되었다. 1945년 핵폭탄 개발 이후, 1953년 ‘핵의 평화적(=상업적) 이용’ 선언, 1954년 구소련에서 첫 상업발전을 시작된 이래, 약 60년의 핵발전 역사에서 재앙적인 핵발전소 사고는 미국(1978년 쓰리마일), 구소련(1986년 체르노빌), 일본(2011년 후쿠시마)과 같은 핵발전 선진국에서 10~20년 단위로 반복해서 일어났다. 그 원인도, 작업자 단순 실수, 과학자 실험, 자연재해 등 각각이다. 과연 현재 25기 핵발전소가 가동 중인 우리나라는, 이런 사고에서 예외일 수 있을까.

후쿠시마제1핵발전소는 비등수로형 경수로(BWR) 6기, 영광핵발전소는 가압수로형 경수로(PWR) 6기, 하지만 BWR, PWR 어느 쪽도 사고는 일어났고, 일어날 수 있다(1979년 미국 쓰리마일핵발전소 사고(5등급)시 핵반응로(=원자로)의 형태는 가압경수로(PWR)였다). 30~40년 된 후쿠시마 1~6호기와 15~30년 된 영광 1~6호기이지만, 사고를 일으킨 체르노빌, 쓰리마일 핵발전소는 가동한 지 채 1년을 전후한 것들이었다. 핵발전소는 핵반응로의 형태는 물론, 새 것, 헌 것을 가리지 않고, 또 이유도 제 각각으로 사고를 일으켜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광-고창핵발전소는 1986년 1호기의 첫 임계(=핵분열) 이후, 6호기가 2002년에 첫 가동을 시작했으니, 설계수명 40년을 고려했을 때 고창·전북지역은 향후 최소 2042년까지 더불어 살아가야 할 형편이다(아니 어쩌면, 고리1호기·월성1호기 사례처럼 정부와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는 보통의 경우 설계수명보다 10~20년 더 연장(=수명연장)해 운영하려 한다. 그럴 경우 2052~2062년까지도 함께해야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영광-고창핵발전소 각 호기 격납건물 수조 내에 임시 저장중인데, 중간처분장(혹은 최종처분장)을 별도로 다른 지역에 건설하지 않는 이상, 영광-고창핵발전소가 바로 그 처분장이 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가 연일 뿜어내는 수천도의 잔열(殘熱)을 식히는데도 최소 10~20년이 걸리고, 그 자체로서 고준위 핵폐기물인 핵반응로 등의 폐로 과정은 몇 십 년이 더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사용후핵연료가 뿜어내는 방사능으로 인한 영향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수십만 년에 걸쳐 계속된다.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자손대대 그 영향과 피해는 계속되는 것이다.



핵발전소는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온배수로 인한 어업피해, 방사능 건강영향·피해 등을 불러일으킨다. 영광-고창핵발전소는 고창방면으로 초당(6기 기준) 약 300톤의 온배수(溫排水)를 뿜어내는데, 바닷물보다 6~7도 이상 높은 온배수가 주변 해양생태계를 끊임없이 교란시키고 있고, 바다와 갯벌을 생계·생활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은 그 어업영향과 피해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조사를 요구하며, 법적 소송 등을 반복하고 있다.

방사능 건강영향·피해도 심각하다. 핵발전소는 일상적으로 기체·액체 상태의 방사성 폐기물을 내보내고 있다. 특히, 2012년 부산 기장 인근(7~8km반경)에 살고 있는 균도아빠(이진섭)는 본인은 대장암, 부인은 갑상선암, 장모는 위암, 아들은 발달장애였는데,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10월 1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최근의 연구 결과는, 다른 암과 달리 갑상선암은 핵발전소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부인에게 손해배상 개념의 위로금으로 1500만원을 지불하라. 만약 상관관계가 없다면, 한수원이 입증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부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핵발전소 주변 지역 대책위 등이 연대하여 ‘갑상선암 공동소송인단’을 모집했고, 2014년 11월말 1차 접수에서 300명을 시작으로, 2015년말 현재 약 600명의 핵발전소 주변지역 갑상선암 환자들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고창지역에서는 2015년 1월 초 시작해 여름까지 71명의 지역주민들이 공동소송인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고창·부안·정읍 등은 상상할 수 없는 피해지역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역이라 대체적으로 중국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지만, 1년 중 150~200일 가량, 특히 여름철은 남서풍이 불어온다. 영광핵발전소에서 바람방향인 고창, 부안, 정읍, 김제, 군산, 익산, 전주 등은 큰 산맥이 없는 개활지(開闊地)라, 그 영향과 피해는 직접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속하고 안전한 폐쇄, ‘당사자’가 나서야 한다!>
바로 이런 잠재적 재앙시설, 생명·건강·생업·생활을 위협하는 핵발전소가 우리들의 삶의 터전에 이웃하고 있다. 앞서의 핵발전소 사고 사례를 참고했을 때, 이런 정도의 거리라고 한다면 바로 우리 삶의 터전에 자리 잡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우리 세대는 물론 자손대대로까지 대물림하면서 말이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출범식(2012년 10월). 사진제공=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이런 정도에서 결론을 말하고 싶다. 고창, 부안, 정읍 등 전북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 삶의 터전을 뿌리에서부터 위협하는 영광-고창핵발전소를, 사고가 나기 전에 당사자인 우리가 멈춰 세워야 한다.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핵발전소의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떨어져있고,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자기문제로 여기지 않는 대다수 수도권 주민들에게 앞장서달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영광·광주·전남 주민들과 부산·울산·경남(고리 및 신고리핵발전소 7기), 대구·경북(경주월성 및 울진핵발전소 12기) 주민들이 연대하고, 뜻을 같이하는 수도권 일부 시민들과 함께 중앙정부와 지역정치권에게 촉구하자. 영광-고창핵발전소를 비롯해 국내 모든 핵발전소를 ‘조속하고 안전하게 폐쇄하라’고.

핵발전소 주변에 거주하며 실존을 위협받는 지역민들이, ‘당사자로서’ 한국사회 탈핵과 영광-고창핵발전소의 안전하고 조속한 폐쇄를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법을 강구하며 함께 싸워가자.’


※ 이 글은 부안 지역 잡지 <부안이야기> 2014년 여름 호에 수록된 필자의 글을, 현 시점에서 요약·보완하였습니다.

※ 필자 윤종호님은 <탈핵신문> 편집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재 순서](제목은 바뀔 수 있습니다)

①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전북탈핵운동의 경과와 과제, 3월 24일
② 윤종호(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운영위원장), 후쿠시마 사고와 영광-고창핵발전소, 3월 30일
③ 김영진(군산 영광중학교 교사), 학교교육과 핵, 4월 6일
④ 오하라 츠나키(탈핵신문 편집위원), 후쿠시마 사고 5년 일본의 현실과 운동, 4월 13일
⑤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탈핵(반핵)운동의 쟁점과 전략,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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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기획의 말]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
후쿠시마 사고 5주기....‘탈핵’ 특집기획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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