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8년11월14일22시17분( Wednesday )



[ plan ]

학교야, 탈핵을 가르치자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③] 김영진(군산영광중 교사)

편집부 기자 (2016년 04월 06일 09시)


(김 영 진┃군산영광중 교사 ·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집필위원장)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후쿠시마를 포함한 넓은 지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 버렸거나 변해 가고 있습니다. 이 단 한 번의 사고로 일본 사람들은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게 되었습니다. 국토 절반 이상이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사고가 난 핵발전소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그냥 버려지고 있습니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수산물도 방사능에 계속 오염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이 사고는 언제 수습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생물학적 토대가 망가질 위기에 처한 건 일본만이 아닙니다. 농도만 다를 뿐 지구 전역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가고 있습니다. 일본과 가까운 우리나라도 이 사고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실에서는 ‘핵’을 공부하지 않습니다. ‘핵발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저런 디스토피아를 보고 있으면서 어떻게 침묵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웃 나라에서 발생한 절멸적 사고를 똑똑히 보았으면서도 아이들에게 ‘탈핵’을 말하고 가르치는 교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핵발전소 사고가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교사들 대다수는 탈핵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핵발전소 밀집도 1위 국가에 살면서 말입니다. 핵발전의 실체가 무엇인지, 핵발전이 왜 위험한지 공부하려 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일입니다. 핵발전의 문제점과 탈핵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교사들도 교실에서 이런 것들을 말하고 가르치는 일을 무척 조심스러워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학교는 현실을 가르치는 일을 무척 두려워합니다. 현실에 질끈 눈 감고 아이들의 시선을 현실 너머로 돌려놓아 버립니다. 탈핵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핵발전은 우리 생존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문제인데도 말입니다. 온갖 비리와 고장 탓에 위태위태한 핵발전소들을 잔뜩 끼고 살고 있는 나라에서 탈핵을 말하지 않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어떻게 탈핵을 가르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왜 후쿠시마에 갔을까요>

서울과 수원에서 10명, 전남 영광에서 30명, 전북에서 110명. 이렇게 각 지역에서 모인 150명의 청소년과 인솔자 21명이 지난해 7월 29일부터 8월 7일까지 10일 동안 도쿄 도, 후쿠시마 현, 미야기 현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건이 있었지요. 이들이 왜 후쿠시마를 비롯한 방사능 고농도 오염 지역을 가게 된 것일까요?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누출된 방사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가르쳤다면,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배웠다면 우리 아이들이 저런 곳에 갈 리가 없었겠지요.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발표한 공간선량률 지도(2014년 11월 7일 기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라는 이름을 걸고 일본 외무성이 후원하고 후쿠시마현 시민단체인 ‘후쿠칸네트’가 주관한 이 프로그램에 우리 청소년들 150여 명이 참여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왜 우리 청소년들을 저런 곳을 방문하도록 유도했을까요? 일본 핵발전소 사고로 이들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보고 싶어서였겠지요. 일본 농수산물 안전하다고 선전하고 싶어서였겠지요. 그러니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하지 말라는. 방사능 올림픽이 될 거라 우려하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문제없다고 선전하고 싶어서였을 것입니다.

그해 7월 27일자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이 행사를 보도한 기사에 ‘풍문 피해 해소 프로젝트’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저들의 모르모트였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외무성의 지원을 받은 정체도 모호한 단체가 비밀리에 자국의 청소년들을 모집하여 방사능 고농도 오염 지역으로 가게 하여 선전 도구로 활용하는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런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핵발전소 사고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17일에도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국정감사를 하면서 핵발전소 해외 부품의 35%에 해당하는 9만 7000여 건의 시험성적서 위변조가 확인조차 불가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습니다. 해외에서 들여온 부품도 위조 불량 제품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10만 건에 가까운 부품에 대해서는 확인조차도 못 한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09년 3월 13일 월성핵발전소 1호기에서 일어난 사고는 지난해 11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핵연료 교체 과정에서 자동이송설비 고장으로 연료 다발이 파손돼 연료봉 2개가 연료방출실 바닥과 수조에 떨어진 사고였습니다.



지난해 8월 8일 전남 영광군에 있는 한빛핵발전소 2호기에서도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터빈 건물에서 불이 나 핵발전소 가동이 중단된 사고였습니다. 핵반응로 냉각재 펌프 부하 차단기에서 시작된 이 불은 자체 소방대가 출동해 10여 분 동안 진화 작업을 한 후에야 꺼졌습니다. 냉각재 펌프는 핵반응로의 냉각재인 물을 순환시켜서 핵반응로 내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을 증기발생기로 전달하는 핵심 설비입니다.

그해 3월에는 부산 고리핵발전소 2호기에서, 5월에는 3호기에서 각각 화재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고리 4호기 연료 저장 건물의 폐기물 열풍건조기에서도 화재가 발생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신고리 1호기가 송전 설비 이상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돌연 가동이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이들 핵발전소 사고는 거개가 쉬쉬하다 들통난 것들입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다음 해인 2012년 2월 9일 오후 8시 34분경, 정기 점검 중이던 고리 핵발전소 1호기의 외부 전원 공급이 완전 중단되고 비상 발전기마저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 12분간 이어졌습니다. 만약 전원 중단 상황이 더 길어졌다면 후쿠시마에서와 같은 끔찍한 사고가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발전소에 공급되는 전원이 장시간 끊기게 되면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어 핵반응로의 온도가 치솟게 되고, 노심 용융 현상이 일어나면서 그 안에서 수소가 새어나와 폭발에 이르게 됩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사고가 일어날 뻔했던 것입니다.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렇듯 시도 때도 없이 터지고 있는 국내 핵발전소들의 크고 작은 사고 소식을 접할 때면 우리가 꼭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이런 곳에서 우리가 우리 아이들과 행복을 이야기하며 미래를 이야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원자력(핵발전)은 제어 불가능한 에너지입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본 사진입니다. 이 사진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달려 있었습니다.

오오누마 씨는 올해 39살의 자영업자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근처 후타바마치에서 자랐다. 어려서 그는 원전 표어 공모전에 응모했다. “원자력 밝은 미래의 에너지” 당선했다. 그의 표어는 후타바마치 거리에 간판으로 내걸렸다. 지금 후타바마치는 유령 도시로 변해 있다. 원전 사고 뒤 사람이 살기 어려운 땅이 되어 주민 대다수가 피난을 떠난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2013년 11월 9일, 그는 숙부의 유골을 납골하기 위해 온 길에 간판 아래에 섰다. 유골함을 들고 상복을 입고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표어를 만든 사람으로서 그는 지금 책임감을 느낀다. 그는 방호복을 입고 다시 간판 밑에 서서, 큰 종이에 쓴 글씨로 표어의 문구를 바꿨다. “원자력 제어 불가능한 에너지”

2011년 3월 11일 진도 9의 지진과 해일이 휩쓴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반경 5㎞ 안에 있는 도호쿠 지방 3개 마을(나미에마치, 후타바마치, 오쿠마마치) 중 하나인 후타바마치 마을 입구라고 합니다. 이곳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선을 피해 주민들이 모두 떠나버린 마을입니다.

바로 그 핵발전소 때문에 폐허가 되어 버린 마을,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고향을 찾은 오오누마 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마을 입구에서 다시 보게 된 표어 “원자력 밝은 미래의 에너지”는 그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사람들을 현혹하고 눈을 멀게 하는 데 쓰인 자신의 표어를 보며 얼마나 부끄러웠을까요? “원자력은 제어 불가능한 에너지”임을 파국을 맞이하고서야 알게 된 아둔한 인간임을 자책하며 다른 이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전과 정반대의 표어를 들어 올렸을 오오누마 씨. ‘오오누마’는 일본에만 있을까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심각한 일을 경험하고도 핵발전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핵발전소 건설 비용 외에도 폐로 비용, 핵폐기물 처리 비용, 사고 났을 때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수습 비용 등을 함께 고려하면 핵발전은 그 어떤 발전 방식보다 비쌉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핵발전이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또 자연과 인간에게 치명적인 재앙을 떠안기고 있는 방사능 오염에 대해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핵발전이 친환경적인 발전 방식이라고 여길까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해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이 기관은 사람들에게 원자력발전(핵발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은 그런 일을 하는 데 한 해 60억∼100억 원 정도의 돈을 쓰고 있습니다. 그 돈은 우리가 내는 전기 요금의 일부를 떼어내 조성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핵발전을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라고 믿고 있다면 그것은 이런 기관들의 노력(?)이 크게 작용한 탓일 것입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해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자력(핵발전)을 찬양하는 표어, 포스터, 줄글 등을 공모하는 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 재단은 이런 공모전을 통해 원자력발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이고 깨끗하다고 초·중·고 학생들을 세뇌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참으로 파렴치한 집단입니다. 그런데 교육부와 많은 시도교육청들이 이 공모전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모전을 후원하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육을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원자력이 만드는 녹색세상”(초등 1학년)
“세계의 꽃이 되는 원자력 발전소”(초등 4학년)
“원자력! 초록 지구의 뿌리”(초등 6학년)
“깨끗한 지구, 안전한 원자력”(초등 1학년)
“지구환경시계, 원자력으로 되돌릴 수 있어요.”(초등 3학년)
“원자력 에너지야! 아픈 지구를 도와줘!”(초등 2학년)
“원자력은 지구의 영웅!”(초등 3학년)
“원자력, 희망의 길”(초등 5학년)
“원자력 덕분에 지구가 깨끗해졌구나!”(초등 5학년)
“원자력으로 활짝 핀 지구”(초등 4학년)
“원자력+지구=아름다운 녹색지구!”(초등 4학년)
“외계인도 사랑하는 우리의 녹색 원자력”(초등 6학년)

“원자력아, 고마워. 너는 무서운 빨간 뿔이 달린 괴물이 아니었다. 항상 나에게 웃어주는 짝꿍 같은 친구인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너만 믿고 야채도 많이 먹고 밥도 더 잘 먹고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즐겁게 뛰어 놀게.”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원자력 공모전 당선작들의 면면이 이렇습니다. 이 따위 포스터를 그리게 하고 표어를 만들게 하고 글을 지어내게 하여 원자력발전이 좋은 것이라는 이미지를 어릴 때부터 학생들 머리에 각인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몰상식하고 추잡한 일에 지도교사상이라는 미끼를 던져 교사들까지 유혹하고 있습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2000년에 원자력교육연구회라는 단체를 결성하였습니다. 600여 명의 교사들이 이 원자력교육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 교사들이 원자력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이 ‘교육’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어린 학생들에게 한국의 ‘오오누마’가 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거짓과 세뇌로 지탱하는 핵발전을 우리가 계속 용납하고 산다면 우리의 미래는 머지않아 후쿠시마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해체해야 합니다. 거짓과 세뇌로 핵발전을 미화하고 포장하는 일에 엄청난 돈을 뿌려대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해체해야만 합니다. 홍보하고 장려해도 재생가능에너지를 할 일입니다. 풍력문화재단도 없고 태양광문화재단도 없습니다. 그런데 원자력문화재단이 대체 무어랍니까. 이래서 대한민국이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인데 재생가능에너지는 세계 꼴찌인 나라가 된 것입니다.


<핵발전의 반대말은 민주주의입니다>

오오누마 씨는 일본에만 있지 않습니다. 핵마피아(원전마피아)들이 판을 치는 나라에는 어김없이 오오누마 씨의 어제가 널려있고 오오누마 씨의 오늘이 예비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핵마피아들도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모두 잘 먹고 잘살 수 있다고 그곳 주민들을 꼬드겼을 터이고 환상적인 미래를 뇌까리며 핵발전소 반대하는 이들을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자들이라고 몰아댔을 것입니다. 거기에 넘어간 이들의 미래가 후쿠시마의 오늘입니다. 이런 통탄할 일이 지금 삼척과 영덕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하고도 저런 술수에 넘어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핵발전과 관련이 있는 공간은 여지없이 거짓과 폭력과 비리가 판을 칩니다. 핵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이 그러했고, 들어서려고 하는 지역이 또한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핵폐기장(핵쓰레기장)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지역이 그러했고, 송전탑으로 삶의 터전이 망가지고 있는 지역들이 또한 그렇습니다. 핵발전은 약자의 희생을 전제하지 않고는 존재 불가한 발전 양식입니다. 그래서 핵발전의 반대말은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도 탈핵은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이 시대 우리의 과업입니다.

우리가 듣고 보는 것들이 우리의 생각을 만듭니다. 사람들은 자꾸 반복하여 듣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믿게 됩니다. 전문성이 강한 분야의 말은 의심하지 않고 믿는 경향이 더 강합니다. 그래서입니다. 주어지는 정보나 지식을 무조건 믿으면 안 됩니다. 의심하고 따져 보아야 합니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런 노력을 할 때 우리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있게 됩니다.


<전북교육청에서 탈핵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핵발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홍보 자료나 광고, 교과서 등에서 핵발전의 긍정적인 면만을 보여 주거나 관련된 사실을 왜곡하고 부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잡아야 합니다. 당연히 학교가 나서야 합니다. 교사들이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진실을 가르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들, 그들의 미래가 안전하고 평화롭지 않다면 우리들의 학교 공부가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입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물과 식량이고요. 이것들은 인간이 삶을 지탱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들입니다. 생물학적 토대입니다.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이런 삶의 기초적 토대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말하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살아갈 토대가 망가질 위기 앞에서도 태연스레 교과서만 훑고 문제집만 풀어대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 현실에 작은 파열음이라도 내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부터 탈핵 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역에서 탈핵을 고민해온 환경단체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가 함께하는 ‘탈핵전북연대’가 학교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탈핵 교재를 만들자는 생각을 모은 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두 해가 지나고서입니다. 2013년 가을 즈음에 전북교육청에 탈핵 교재를 만들어 학교에 보급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이런 제안에 김승환 전북교육감께서 선뜻 응해 주셨지요. 대한민국 최초의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는 이런 고민과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교과서는 탈핵 담론을 제도교육권 안에서 최초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전북교육청에 연락하여 요구하면 이 교과서 PDF 파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가져다가 마구마구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탈핵을 가르치는 데 쓰시고 우리 아이들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지키는 데 쓰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17개 시도교육청 모두 이 탈핵 교재 파일을 가져다 인쇄하여 관할 초중고 학교에 배포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탈핵을 말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탈핵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탈핵 교재를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개정판을 곧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들면서도 만들고 나서도 이 탈핵 교재가 학교에서 탈핵 교육을 하려는 교사들에게 용기를 주고, 혹시 모를 제도적 공격으로부터 방패막이 구실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인지 실제 탈핵 수업을 하려는 교사들에게 이 교과서가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학교 현장에서 이 탈핵 교재를 매개로 체계적인 탈핵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 우리 교사들이 너도나도 앞장섰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해 주지 못하면서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 운운하며 교단에 서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미래 세대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건강한 삶을 가꾸어 가게 해야 합니다. 교사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탈핵 교육, 학교에서 해야 합니다>

핵발전소 6기를 가동하고 있는 대만은 2000년부터 제4원전 2기를 추가로 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대만 사람들이 핵발전소 반대 운동을 대규모로 전개하여 지난해 공정률 98%에 이르던 이 2기의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시켰습니다. 시민들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핵발전 반대 집회에 적극 나서고, 탈핵 운동에 대중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까지 합세하면서 대만 정부가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씨앗강사’들이 곳곳에서 탈핵을 말하고 또 가르치고 하면서 이루어낸 성과라고 합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3주기인 2014년 3월 대만 제2도시 카오슝에서 벌어진 대규모 탈핵 집회)


(▲2013년 대만 최대 록 페스티벌인 ‘호하이얀 록 페스티벌(HOHAIYAN ROCK FESTIVAL)’에서 유명 모델 자넷 시에(Janet Hsieh)가 밴드 마츠카의 멤버와 함께 관중들에게 탈핵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런 대만의 탈핵 운동 사례에서 우리의 탈핵 운동이 나아갈 길을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탈핵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이 입을 열어야 하고 가르쳐 알게 해야 합니다. 너도나도 씨앗강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교사들 모두가 학교에서 씨앗강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탈핵을 가르칩시다. 우리 아이들과 탈핵을 함께 공부합시다.

탈핵을 할 것인가, 상시적 불안을 끌어안고 살 것인가. ‘지금’ 결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탈핵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금 여기서 함께 탈핵을 외쳐야 합니다. 살기 위해, 이 땅에서 살기 위해서요. 탈핵을 가르쳐야 합니다. 탈핵을 요구해야 합니다. 우리 이 지구별에서 계속 살고 싶다면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이 지구별에서 계속 살게 하고 싶다면 말입니다.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우리가 침묵한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삶은 파국에 이르고야 말 것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인간의 과학기술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대안 운운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옆에 있는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일, 그 일이 바로 탈핵입니다. 에너지 수요를 줄여 나가야 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와 지역 분산형 에너지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우리도 탈핵을 이룰 수 있습니다. 탈핵은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과 인류 전체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살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입니다. 살기 위해. 이 땅에서 살기 위해.

지금 탈핵을 말하지 않는 교육은 공허합니다. 지금 탈핵을 말하지 않는 모든 지식은 거짓입니다. 개혁을 하고 혁신을 하면 뭐하겠습니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만들면 뭐하겠습니까? 복지사회를 만들고 사람 사는 세상 만들면 또 뭐하겠습니까? 핵발전소 하나 터지면 그 모든 것 다 잃어버리고 마는데요. 그 어떤 아름다운 가치도 그 어떤 화려한 미래도 핵발전소 대형사고 하나 나면 끝납니다. 그래서입니다. 지금 탈핵을 말하지 않는 교육은 장식품입니다. 지금 탈핵을 말하지 않는 지식 또한 장식품입니다.

핵발전소를 옆에 두고 안전한 때는 오늘밖에 없습니다. 아니 지금 이 시각밖에 없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핵발전은 안전할 때 멈추어야 합니다. 사고가 난 뒤에는 늦습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뒤 핵발전을 멈추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늦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핵발전, 지금 멈추어야 합니다. 탈핵, 지금이어야 합니다.

탈핵은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우리들의 필수 과제입니다. 탈핵은 우리 세대와 우리 후손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노력입니다. 우리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런 세상은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배우고 함께 나누고 함께 행동할 때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탈핵은 선물입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현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이 선물, 우리 교사들이 먼저 나서서 마련합시다. 탈핵 교육부터 시작합시다. 탈핵 교육, 학교에서부터 시작합시다. 탈핵 교육, 함께합시다.

[연재 순서](제목은 바뀔 수 있습니다)

①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전북탈핵운동의 경과와 과제, 3월 24일
② 윤종호(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운영위원장), 후쿠시마 사고와 영광-고창핵발전소, 3월 30일
③ 김영진(군산영광중 교사), 학교야 탈핵을 가르치자, 4월 6일
④ 오하라 츠나키(탈핵신문 편집위원), 후쿠시마 사고 5년 일본의 현실과 운동, 4월 13일
⑤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탈핵(반핵)운동의 쟁점과 전략,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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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후쿠시마 사고와 영광-고창핵발전소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②] 윤종호(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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