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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 ]

생활임금이 최저임금을 보완할 수 있을까?

[기고] 강문식 (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육선전부장)

편집부 기자 (2016년 05월 24일 10시)


“생활임금이 최저임금을 보완할 수 있을까?
: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임금을 고민해야”

- 강문식 (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육선전부장)

<최근 전라북도가 생활임금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제를 보완한다는 취지로 도입돼 전주시를 비롯한 60개 지자체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지난주 도내에선 NGO들이 이 문제로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제도가 과연 노동자·시민의 쪼그라든 형편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지 않다. 생활임금제의 맹점은 무엇이고,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고민이 담긴 원고를 받아 싣는다.> [편집자]


최저임금의 현실

2017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4월 7일 첫 만남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법적기한인 6월 29일까지 논의를 계속해 2017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된다. 한편 전국 60개 지자체는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거나 시행 예고하고 있고, 전라북도도 2017년부터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생활임금제는 최저임금제도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안되는 제도다. 하지만 노동자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겠다던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의 최고임금 기준이 되어버렸듯이, 생활임금제가 도입 취지에 걸맞게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측면도 많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 시민사회단체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저시급 1만 원으로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총 등 사용자 단체는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을 하면서 최저임금 동결을 제시할 뿐이다.

노동자 측은 최저임금 결정의 기준이 ‘생계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노동자의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다. 최저임금법 제1조가 정하고 있듯,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고,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생계비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은 생계비에 턱없이 못 미친다. 2016년 최저임금인 시급 6030원(월환산급 126만 원)은 2014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조사한 미혼단신 노동자 생계비 월 150만 원의 80% 정도에 불과하다. 노동자 측이 요구하는 최저시급 1만원(월급 209만 원) 역시 2인 가구 한 달 생계비 220만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

한편 최저임금은 처음 도입된 취지와는 반대로 생계보장은커녕 노동자들의 ‘최고’임금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최저임금액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노동자를 나타내는 최저임금 영향률은 현재 18.6%에 달한다. 5명 중 1명꼴은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최저임금 영향률은 2001년 2.1%에서 15년 만에 9배나 상승했다.

 
(▲민주노총 최저임금 교육 영상에서 갈무리.)

최저임금조차도 지급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가리키는 최저임금 미만률까지 살펴보면 현실은 더 암울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2015년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률은 12.4%, 숫자로는 232만 6천 명에 달한다. 이 미만율도 2001년에 4.3%에 불과했던 데 비해 10여 년 동안 3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는 노동자 전반의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향 평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홈페이지에 최저임금 영향률, 미만률 통계를 공개해왔지만, 최근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미만률 통계를 삭제해버렸다(옛 홈페이지에는 게시되어 있다). 정부는 자신들이 해명하기 곤란한 통계자료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아예 감춰버리는 걸 선택하고 있다. 현실을 감추려 애쓰는 정부의 태도는 그만큼 현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최고’임금화가 의미하는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소득불평등 심화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최저임금의 액수만을 가지고 단선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비정규직(기간제,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의 확대와 그로 인해 발생한 고용 안정성의 파괴,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격차 확대, 재벌과 노동자간의 격차 확대 등을 복합적․입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는 다시 서술하면, 최저임금액의 의미 있는 산술적 증대를 위해서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의 제반 구조가 혁신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전라북도 생활임금제에 존재하는 쟁점

생활임금제의 취지는 내용으로만 놓고 보면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취지와 사실상 동일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최저임금제도가 본 취지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노동자 가구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개념으로 생활임금제도가 논의되는 것이다. 다만 생활임금은 ‘주거, 음식, 교통, 문화 등 실제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본적인 임금’이라고 정의되면서 최저임금보다는 명확하게 생계비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60개 남짓한 지자체에서 생활임금 조례가 통과되어 제도가 시행되고 있거나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까이에는 전북 전주시가 2015년부터 생활임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주시는 2015년 생활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생활임금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게 만드는 태도를 보여 많은 질타를 받은바 있다. 생활임금을 결정하는 생활임금위원회를 단 한차례 열고, 그 회의에서 오지선다형 문제를 찍듯이 5가지 보기를 던져주고 위원들에게 그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위원들은 선택지 중 가장 낮은 액수인 시급 6,060원을 선택했다. 2016년 최저시급 6,030원보다 30원 많은 금액이다.

생활임금의 취지대로라면 시민들이 어떤 도시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재화가 무엇인지, 그것을 충당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얼마인지 등이 종합적으로 논의되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 도시 거주자들의 주거 현황, 계층별․유형별로 평균 주거비가 어느 정도 되는지, 밥값은 얼마나 하는지, 외식은 몇 번이나 하는지, 문화생활은 무엇을 하는지, 그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대중교통은 얼마나 이용하는지 등 노동자․시민의 삶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적정한 생활임금을 책정하는 첫 번째 단계인 것이다. 그러나 전주시는 이 과정들을 생략한 채 산술적인 금액만 논의하는 데 그쳤다.

타 지자체 생활임금도 마찬가지 상황이며, 전라북도에서 추진 중인 생활임금제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라북도 생활임금제도는 생활임금을 최저임금의 120% 선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준비되고 있다. 도입 시점부터 ‘최저임금 대비 몇 %’ 식으로 논의를 하는 것은, 최저임금이 너무 낮으니 생활임금으로 이를 조금 보충해주자는 결론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의 더 큰 문제는 결국 생활임금제도를 최저임금에 종속시킨다는 점이다. 만약 경총 등 사용자 측의 요구대로 최저임금이 동결되어 버린다면 생활임금 또한 동결될 수밖에 없어 생활임금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생활임금의 적용 대상도 쟁점이다. 대부분 지자체는 생활임금의 대상을 본청 소속 무기계약직/기간제 노동자로 한정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출자/출연 기관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대상을 넓혔고, 극히 일부 지자체에서만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설사 이렇게까지 대상을 확대시킨다 해도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민간기업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적용대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생활임금제 취지와 배경을 고려한다면 민간/공공을 가르지 않고 처우가 더 열악한 직군의 노동자들부터 생활임금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활임금제 논의 과정에서 적용 대상의 부분은 부차화되어 있고 주된 초점은 생활임금의 액수와 예산액에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민간기업으로 생활임금을 확대하는 방안은 아예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생활임금제의 맹점

현재 한국 각 지자체에서 도입되고 있는 생활임금제와 관련해 가장 큰 우려는 최저임금을 대체하는 대안으로 과도하게 해석되는 여론이다. 현행 제도상 생활임금제의 적용대상이 되는 노동자 인구는 전체 노동자의 0.1%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상의 확대 여지도 제한적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12%를 넘는 현실에서 민간기업 생활임금 확대보다 최저임금 준수가 훨씬 현실적이고,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 전라북도에서 준비하는 생활임금제도로 국한시켜 살펴보더라도, 최저임금의 120%를 본청 소속 무기직/기간제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이라면 굳이 ‘생활임금’이라는 이름을 붙일 게 아니라 전라북도가 본청 소속 노동자들과 임금교섭을 해서 임금액을 결정하는 것이 낫다. 이 방법이 보다 간편하고 단순하며 직접적인 방법이며, 임금협약은 곧바로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조례를 통한 생활임금보다 법적 구속력이 강화된 형태이기도 하다.

기존에 존재하는 권리와 제도인 노동3권(단체교섭)/최저임금을 우회하여 생활임금이 강조되는 상황은 기존 제도가 제대로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의 반영인 측면이 있다.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으로 고착화되게 만드는 고용 불안정화와 재벌규제 완화를 혁신하지 못하면 최저임금은 앞으로도 빈곤기준선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10%가 채 되지 않는 노동조합 조직률 아래에서 노동3권 역시 박제화 된 문구에 불과할 따름이다. 이런 구조적 요인이 그대로 남아있는 채로는 생활임금제도가 시행된다 해도 사회적 파급은 미미할 것이며, 생활임금제도가 본질적 문제를 우회하는 임시방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생활임금제를 해야 한다면?

여러 우려가 남아있지만, 이미 전라북도 생활임금제의 시행이 기정사실화된 이상 몇 가지 당부를 남기고자 한다.

생활임금제도의 시행은 현재 전북도민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부분 전라북도 통계자료는 국가 통계 자료 속에 통으로 존재하고, 각 시/군 단위 통계 자료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만큼 전북도 및 각 시군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통계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고, 노동자․시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을 등한시 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각 지자체는 단순하게는 통계 작업부터 시작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곳곳에서 일하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을 직접 들여다보는 심층적 접근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활임금의 필요성과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당장 소수의 노동자 몇 명에게 생활임금을 얼마로 적용하느냐는 논란보다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을 행정이 인식하고 이런 내용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는 과정 자체가 훨씬 광범위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임금액보다 생활임금의 적용대상을 우선순위로 논의해야하며 설사 결정되는 생활임금액의 수준은 낮아지더라도 적용대상을 폭넓게 하는 방향이 타당하다. 그리고 생활에 필수적인 대중교통, 문화생활, 양육 등은 직접적인 임금 지원이 아니라 공영버스 운행, 버스 정기 이용권, 문화바우처, 보육지원 등 복지서비스의 확대로 접근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영버스를 운행하고 정기 이용권을 제공한다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전라북도 전체 노동자․학생에게 월 10만원 가량의 생활임금이 지급되는 셈이다.

여러 우려와 비판에도 생활임금제는 바람을 타고 전국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이왕 각 지자체에서 생활임금을 시행한다면 보다 진지하고 창의적으로 제도의 취지에 걸맞는 시행방안을 마련하라. 전라북도 역시 생활임금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리 답을 내려놓기 보다는 다양한 결론을 열어놓고서 취지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모색하려 노력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생활임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현재 논의 중인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 결정될 수 있도록 사회적 힘을 모으는 것이 급선무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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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최저임금·생활임금, 생계비 기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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