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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n ]

미세먼지 속에서도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아픈 아이로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①] 김하나 / 꿈사랑학교 학부모

편집부 기자 (2016년 07월 08일 10시)


(사진=김하나)

직장맘인 나는 다른 직장맘들이 그렇듯 퇴근하자마자 아이의 안부부터 묻는다.
“도현아, 오늘 뭐하고 놀았어?”
“응~놀이터에서 놀았어.”
“뭐? 요즘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한데 놀이터에서 놀아~ 마스크는 쓰고 놀았어? 할머니랑 같이 나갔어?”
“엄마~ 그 놀이터 말고 꿈사랑학교 놀이터!”

우리 도현이에게는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모르는 비밀스런 놀이터가 하나 있다. 기존의 놀이터에는 시소, 그네, 미끄럼틀 등의 놀이기구가 있지만 꿈사랑학교의 놀이터에는 미디어, 웹공유, 그리고 그림판이 있다. 놀이터에 입장할 때 화상카메라와 헤드셋만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즐겁게 놀 수 있다.

꿈사랑학교는 우리 도현이같은 건강장애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이다. 장기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소아암 친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이런저런 질병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서 학교에 가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친구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꿈사랑학교에 입학하게 된 여러 아이들의 사연을 다 말하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라리라... 갖가지 사연을 품은 아이들은 병원에서 건강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꿈사랑학교에 입학해 담임 선생님, 반 친구들과 함께 화상수업을 받는다. 온라인 상에서의 수업이라는 것만 다를 뿐 오프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일반학교수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교실 안에서처럼 떠드는 아이, 딴짓하는 아이, 하품하는 아이, 열심히 발표하는 아이, 모습도 제각각이다. 가끔 선생님께 인사를 하지 않거나 친구들과 떠들다가 선생님께 꾸중을 듣기도 한다.

도현이는 태어난 지 만 5개월 경에 메틸말론 산혈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전까지는 아기가 유독 자주 토하고 다른 아기들보다 발달이 조금 늦었을 뿐 정상적이라 여겼었다. 취업을 위해 모유수유를 중단하고 분유로 바꾸는 과정에서 아기의 선천성 대사이상이 발병되었다. 한마디로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어 문제가 되거나 대사과정에 문제가 있는 병이다. 늦게 발견할 경우 또한 처치가 늦을 경우, 몸에서 나오는 산과 암모니아가 피를 타고 흐르면서 신장을 비롯한 각종 장기에 손상을 입힌다. 뇌에까지 영향을 미쳐 의식불명이 되거나 뇌손상을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치원 때까지는 큰 걱정이 없었다. 아이가 피곤해하면 유치원을 조금 늦게 보내거나 상황에 따라 결석을 해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악몽같은 시간이 시작되었다. 3월이 지나고 4월이 되면 건강한 아이들도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바짝 긴장해 있던 몸과 마음이 풀리면서 한 명 두 명 감기에 걸려 콜록대고 가끔 열감기 때문에 학교에 결석하는 친구들도 생긴다. 4월 첫주였던 것 같다. 아이가 유난히 피곤해보여 일찍 잠자리에 들게 했는데 자다 일어나 왈칵 토하기 시작한다. 토사물이 분수처럼 솟아나온다. 끝도 없이 나온다. 나중에는 초록색 쓸개즙까지 모두 토해내고 헛구역질만 계속 해댄다. 아이의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고 몸은 축 늘어져 버렸다. 비상사태다. 새벽에 자다일어난 남편과 나는 아이를 차에 태우고 미친 듯이 달린다.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친다.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우리 아이보다 먼저 온 아이들이 10명은 더 있다. 병원이 아니라 도떼기시장이다. 1시간 대기는 기본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쯤 되었다. 열이 잡히지 않아 응급실에 왔던 아이들이 한 명 두 명 집으로 돌아간다. 수액을 맞으며 잠이 든 아이를 안고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다. 그렇게 아침이 되고 또다시 오후가 되면 병실이 한 자리 났다고 간호사가 알려준다. 입원수속을 마치고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수액치료로 안정을 찾으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예전처럼 건강해 보인다. 병원에 새로 입원한 아이의 엄마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에게 묻는다.
“도대체 도현이는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온 거예요? 너무 건강해 보이는데?”

아이가 생사를 오가던 그 순간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숨조차 제대로 못쉬어 헐떡거리는 아이를 본 적이 없는데, 축 늘어져 자고 있는 아이 가슴에 몇 번이나 귀를 대고 숨을 쉬는지 확인하는 나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악몽같은 일주일이 지나고 나면 다시 학교에 간다. 일주일이 지나면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일주일 간의 학교 생활, 일주일 간의 병원 생활,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났다. 아이도 나도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다. 일주일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수차례 반복한다.

심리적인 고통은 차치하더라도 나의 가장 큰 걱정은 도현이의 유급이다. 결석이 너무 잦아 수업일수를 채우기가 간당간당하다. 내년에 1학년을 한 해 더 다녀야 할 참이다. 자기보다 한 살 어린 아이들이랑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내년이 되면 건강해질까? 이러다 몇 년 동안 1학년만 줄곧 다녀야 하는 건 아닐까?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꿀맛무지개학교(서울교육청 운영)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도현이에게 행운과도 같은 일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지인이 나의 고민을 듣더니 건강장애 학생이 유급 걱정없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화상수업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담임 선생님께 문의했더니 교직생활 30년만에 처음 듣는 이야기란다. 나에게 오히려 정말 그런 좋은 제도가 있냐며 반문하신다.

현재 도현이는 꿈사랑학교 6학년 1반이다. 단 한 번의 유급도 없이 또래의 친구들과 같은 교과 과정을 밟고 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그 안에서 단짝 친구도 사귀고 시도때도 없이 카톡을 주고받으며 낄낄댄다. 그렇게 나의 아이는 6학년이 되었다.

 
▲“도현이가 1학년이던 2011년, 마치 우리집처럼 드나들었던 삼성서울병원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 당시 도현이는 병원에 있을 때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글쓴이 김하나는]
가톨릭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후에도 꾸준히 문학을 가까이 하며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 아픈 아이를 키우다보니 힘들 때도 많지만 덕분에 소소한 일상에 감사할 줄 아는 소중한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평범하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 [편집자] 새 연재 [아픈 아이로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을 시작합니다. 2주 간격으로 총10회 연재할 예정입니다. 독자여러분의 성원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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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짐짝이 되어버린 내 아이
[아픈아이로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②] 김하나 / 꿈사랑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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