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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짝이 되어버린 내 아이

[아픈아이로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②] 김하나 / 꿈사랑학교 학부모


편집부 기자 (2016년 07월 22일 11시03분23초)


(사진=김하나)

올해 3월에 있었던 일이다. 새학기가 시작될 무렵인 3월초, 건강장애 학생들이 공부하는 꿀맛무지개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했던 딸아이는 나에게 달려와 큰 목소리로 외친다.
“엄마, 경기 지역 아이들은 꿀맛 다닐 수 없대. 올해부터 수업을 들을 수 없대.”
무슨 일인가 싶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정말 이렇다 할 자세한 설명없이 경기 지역 학생들은 꿀맛무지개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공지 뿐이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외국유학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시고 아이들과 작별인사까지 끝마친 5학년 때 꿀맛 선생님께 연락을 취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통화 가능하시냐는 문자를 보냈고 선생님께서는 감사하게도 전화를 주셨다.
“제가 이미 학교를 그만둔 상태라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도현이 말대로 경기 지역 학생들은 꿀맛에서 분리되고 경기교육청 자체적으로 화상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따로 관리한 다고 들었어요. 원래 꿀맛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인데 그동안 경기교육청은 자체 프로그램이 없어서 함께 운영했거든요. 제가 내일 학교에 연락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눈앞이 캄캄했다. 이렇게 대책도 없이, 학부모들에게 아무런 사전공지도 없이 아이들을 내쳐버리면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서 공부해야 하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통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도현이의 눈을 가만히 쳐다봤다.
“도현아, 정말 꿀맛 없어진대. 내일부터 다시 학교에 다녀야 할지도 몰라.”
딸아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1학년 때 한 주는 학교, 한 주는 병원을 오가며 힘겹게 다녔던 그 학교를 다시 다녀야 한다. 지옥 같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엄마, 어떡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이다.
‘그러게. 엄마는... 어떡하지?’

마음을 다잡고 도현이가 소속되어 있는 우리 동네 초등학교 특수반 선생님과 통화를 시도했다. 소속 학교에도 담임선생님이 계시지만 건강장애와 관련된 내용은 잘 모르시기 때문에 특수반 선생님과 통화할 일이 훨씬 더 많다. 특수반 선생님과 통화하면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리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졌지만 선생님 역시 아는 바가 없으시다.
“어머님, 교육청에서 공문이 오긴 했는데 자세한 설명은 없었어요. 안 그래도 어머님께 전화해서 여쭈어볼 참이었어요.”
특수교사인 그대가 모르는데 공문조차 받은 바 없는 낸들 어찌 아나? 답답할 노릇이다.

다음 날, 꿀맛 전 담임선생님께서 약속대로 내용을 알아보시고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장학사와 사회복지사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셨다. 경기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일이니 그쪽에 문의하는 게 가장 정확하고 빠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알려준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하니 장학사는 출장 중이고 사회복지사는 자리를 비웠다.
그 다음 날, 소속 학교 특수반 교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경기교육청에서는 화상교육 자체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아 사단법인 꿈사랑 학교라는 사설단체에 돈을 주고 위탁수업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도현이는 응급상황 때마다 급하게 수액을 맞아야 하는데 혈관마다 바늘을 찔러대는 통에 쓸 수 있는 혈관이 별로 없다. 그래서 비교적 장기적으로 쓸 수 있는 중심정맥관을 가슴에 지니고 있다. 2012년 2학년 때 중심정맥관 시술을 앞두고 한바탕 울고난 뒤의 모습이다.)

그때는 경기교육청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자체적인 화상수업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도, 우리 아이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오갈 데 없이 불쌍하게 내쳐졌다는 것도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다만 도현이가 예전처럼 힘들게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되고, 그토록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화상수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었다.
이런 것들을 알아보고 <2016 원격수업 신청서>를 작성하고 소속학교에 제출하기까지 1주일이 소요되었고 1주일 동안 도현이는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도현이는 3월 20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꿈사랑 학교에 로그인할 수 있었다. 경기교육청에 전화해 물어보니 경기 지역 건강장애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그때그때 일을 처리하면 일이 많아지니 2-3주 동안 입학신청서를 한꺼번에 취합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3월 한 달 동안 친구가 너무나 그리운 도현이는 꿀맛무지개 학교에도, 꿈사랑 학교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까지 다녀온 언니를 기다리고, 직장에서 퇴근한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며 3월 한 달을 그렇게 무료하게 보내야 했다.

[글쓴이 김하나는]
가톨릭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후에도 꾸준히 문학을 가까이 하며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 아픈 아이를 키우다보니 힘들 때도 많지만 덕분에 소소한 일상에 감사할 줄 아는 소중한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평범하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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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이봉옥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픈아이로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③] 김하나 / 꿈사랑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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