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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옥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픈아이로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③] 김하나 / 꿈사랑학교 학부모


편집부 기자 (2016년 08월 05일 10시28분22초)


(사진=김하나)

도현이가 화상수업 제도를 이용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게 1학년 2학기 때였으니 올해로 벌써 6년차다. 그러다 보니 다른 아이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이 한 가지 있다. 매년 2명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보통 학교에서는 건강장애라는 듣도보도 못한 단어를 접하면 골칫거리로 여기나 보다. 그런 골칫거리들은 모두 학년주임 선생님께서 맡아서 처리하시는지 도현이의 담임은 여섯 분 중 네 분이 학년주임 선생님이셨다. 도현이 같은 건강장애 친구들은 대부분 면역력이 낮아 다른 아이들보다 쉽게 지치고 건강 상태가 하루에도 수차례 변한다. 담임 선생님이 우리 아이만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아이가 우리 반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학년주임을 맡기까지 했다면 반 아이들 수업 외에도 잡다한 행정적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시간적·마음적 여유가 없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선생님의 상황을 짐작으로 알기에 화상수업을 듣고는 있지만 아이를 학교에 보내도 될지 여쭈어보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민폐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기에 엄마로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조심스럽게 여쭈어 보지만 대부분 난색을 표하신다. ‘그렇게 되면 출석처리를 하는 것이 번거롭게 된다, 만일 아이에게 사고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거절하신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은 포기하고 화상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며 몇 년을 보내게 되었다.

도현이가 5학년이 되고 새학기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소속학교의 특수반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어머님, 다름이 아니라 도현이가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이 되어는 있는데 학교에 나와서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도현이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네요. 이번에 새로 오신 저희 학교 교감 선생님께서 그래도 우리 학교 학생인데 담임 선생님과 함께 한 번 집으로 찾아가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셔서요.”

5년을 같은 상황으로 지냈지만 담임 선생님과 특수반 선생님께서 이렇게 친히 가정방문을 와 주신 적은 없었다. 도현이는 담임 선생님을 직접 만난다는 생각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들뜬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약속했던 시간이 다가오고 약속 날, 쾌활하신 담임 선생님과 젊은 특수반 남자 선생님께서 함께 가정 방문을 오셨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도현이 앞으로 할당된 각종 학용품들과 부교재들을 챙겨오셔서 선물해 주셨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 건강한 도현이의 모습을 보시고 두 분은 깜짝 놀라셨다. 건강장애 학생이라고 해서 병석에 누워 꼼짝도 하지 못하는 그런 아이를 상상하셨다는 것이다. 두 분이 상상했던 건강장애 학생은 웃음기 하나 없는 창백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고 있는 그런 아이였나보다.

도현이와 함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담임 선생님께서는
“도현아,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아픈 날만 아니면 학교에 나와보는 게 어때? 학교에 와서 친구들이랑 함께 수업도 듣고 게임도 하면 더 즐겁지 않을까? 친구들이 많이 궁금해 해. 우리 반 출석부에도, 사물함에도 ‘이도현’이라는 이름은 있는데 도현이가 학교에 오지 않으니까.”
도현이도 나도 원했던 상황이지만 그동안 스쳐간 담임 선생님들이 모두 꺼려하고 거절했던 그 제안을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먼저 하신 것이다.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연거푸 했는지 모른다.
“선생님이 내일 학교에 가서 친구들한테 도현이에 대해 잘 이야기해 놓고 배려심 많은 친구랑 짝이 되게 해줄게. 어때?”

 
▲도현이는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 교회에서 율동찬양팀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 시간을 무척 즐거워한다.

며칠 후, 3교시에 맞춰 학교에 갔다. 도현이와 손을 잡고 교실을 향해 걸어가는 그 순간이 얼마나 떨리고 설레었는지 모른다.
아직 2교시 수업이 끝나지 않은 시간이었고 수업하는 소리가 밖에서도 들린다. 선생님께서 일방적으로 전달하시는 주입식 수업이 아니었다. 선생님 목소리보다 아이들 목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는 수업, 수업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그런 수업이었다. 하지만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한 명씩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그런 자유로운 수업이었다. 이런 수업을 이끄시는 선생님이라면 안심이었다. 이런 학교라면 아이들이 즐겁지 않을 수가 없겠다 싶었다.

3교시가 시작되기 전,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도현이는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교실 문이 닫히고 뒤를 돌아 복도를 걸어가는데 저 멀리 도현이 반 교실에서 아이들의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들렸다. 도현이를 환영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가슴에서도 얼굴에서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내가 이렇게 행복한데 도현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수업을 마치고 도현이를 데리러 갔더니 도현이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엄마, 오늘 너무 즐거웠어. 급식도 엄청 맛있더라.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 전화번호도 주고받았어. 이따 카톡하기로 했다! 엄마, 나는 학교가 이렇게 즐거운 곳인지 처음 알았어.”

[글쓴이 김하나는]
가톨릭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후에도 꾸준히 문학을 가까이 하며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 아픈 아이를 키우다보니 힘들 때도 많지만 덕분에 소소한 일상에 감사할 줄 아는 소중한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평범하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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