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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n ]
너로 인해 나는 엄마가 되어간다

[아픈아이로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④] 김하나 / 꿈사랑학교 학부모


편집부 기자 (2016년 08월 19일 09시26분01초)


(사진=김하나)

도현이가 2학년 때, 급성 췌장염에 걸린 적이 있다. 아직도 나는 췌장염이 어떤 질병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직접 걸려본 병이 아니기에 증세가 어떤지도 정확히 모를 뿐더러 주치의에게 도현이가 췌장염 증세가 있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병명조차 익숙하지 않은 질병이었다.

그냥 막연히 췌장에 염증이 생긴 것이고 장염이나 위염처럼 잘 치료받으면 곧 낫게 되는 병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담당 교수님이나 주치의가 췌장염의 통증이 심근경색 때 느끼는 통증과 더불어 가장 심한 통증 중 하나라고 말씀하셔서 도현이가 무척 아플 것이라고 짐작만 했을 뿐이다. 실제로 도현이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구토 증세로 괴로워했고 복부 통증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이 아픈 모습을 보면 차라리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표현을 한다. 자식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그만큼 심적으로 괴롭다는 것이다. 때로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부모의 그 아픈 마음조차 지금 당장 내 몸이 아픈 우리 아이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마음이 찢어지게 아픈들 병마와 직접 싸우고 있는 내 아이의 육체적 고통에 비할 수 있으랴?

도현이가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서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조금씩 변해갔다. 아픈 아이 곁에서 함께 걱정하고 마음 아파하는 대신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한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도 같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대부분의 의사가 항상 최악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고비를 넘기고 나도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최악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첫 번째 고비를 넘기도 전에 두 번째 고비를 걱정하고 있는 나에게 한 선배맘이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도현 엄마, 걱정은 닥쳐서 하는 거야. 지금 도현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치료받는 게 우선이잖아. 다음 일 걱정하면서 그렇게 살면 우리는 숨을 쉴 수가 없어.”

선배맘의 진심어린 충고가 그 당시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 말을 듣고 불안한 마음을 다잡았던 내가 어느새 후배맘의 걱정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제 막 아기의 병을 알게 되고 걱정이 한가득인 후배맘들은 잘 웃고 쾌활한 나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일 수 있냐며 의아해한다. 어떤 엄마들은 아무 생각없이 사는 철없는 엄마쯤으로 여기며 한심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말한다.
“걱정은 닥쳐셔 하는 거예요. 미리부터 걱정한다고 해서 좋을 것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이런 사고방식와 태도는 아픈 아이를 돌보는 일 외에도 모든 삶에서 적용되는 듯하다. 속으로야 걱정되지만 겉으로는 전혀 근심이 배어나지 않는다. 내공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혹자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독하다고 말하지만 독하지 않고 강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아픈 아이를 키우기는 쉽지 않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결혼해 엄마로서의 삶을 일찍 시작한 내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강한 엄마의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상황들 탓도 있었겠지만 도현이의 영향이 가장 큰 듯하다.
원래 가지고 있는 질병인 메틸말론 산혈증에 췌장염, 신장수치 문제까지 겹쳐져 도현이가 많이 힘들었던 적이 있다. 암모니아 수치를 낮추기 위해 수액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소변이 배출되지 않고, 췌장염으로 인해 염증 수치까지 높아져 있는 상황이었다.

 
▲중환자실에서 혼자 심심해할 도현이를 위해 아빠는 도현이가 좋아하는 <달려라 하니>를 모두 다운받은 아이패드를 선물했다. 아픔은 아이의 몫이었고 못난 부모는 해줄 수 있는 게 그런 것밖에 없었다.

주치의는 지금 상태로는 수액치료가 어려우니 혈액투석을 통해 암모니아 수치를 낮추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중환자실 입원을 권유했다. 상황이 그렇게까지 진행되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없는 중환자실에서 혼자 고통을 견뎌야 할 도현이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기가 참으로 난감하다. 심호흡을 하고나서 도현이에게 어렵게 입을 뗀다.
“도현아, 지금 암모니아 수치가 너무 높아서 아무래도 혈액투석을 해야할 것 같아. 중환자실이라 엄마, 아빠랑 함께 있을 수 없는데 그래도 우리 도현이 씩씩하게 잘 있을 수 있지?”
“응, 괜찮아. 엄마, 아빠 없어도 하나님이 나랑 함께 계시니까.”

갑자기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온다. 이 아이를 어쩌지? 아홉 살밖에 안 된 아이가 어쩜 이리도 의연하고 어른스러울까? 펑펑 울고있는 나와 그런 나를 위로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누가 엄마이고 누가 딸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이런 딸을 키우다보니 나는 매일매일 엄마가 되어간다. 아직도 부족하고 모자란 것 투성이의 엄마이지만 내일이 되면 나는 오늘보다 더 성숙한 엄마의 모습이 되어있을 것이다.

[글쓴이 김하나는]
가톨릭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후에도 꾸준히 문학을 가까이 하며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 아픈 아이를 키우다보니 힘들 때도 많지만 덕분에 소소한 일상에 감사할 줄 아는 소중한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평범하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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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아픈 동생의 언니라는 자리
[아픈아이로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⑤] 김하나 / 꿈사랑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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